청춘경영/청춘

꿈도 유보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청춘들...

김부현(김중순) 2011. 10. 31. 00:30

[2040 왜]

꿈도 유보해야 하는 현실… 기성 정치에 기대 버렸다

 -20대 비정규직 이귀호씨

올해 대학을 졸업한 이귀호씨(28)는 학습지 교사다.

 이씨는 “하루 종일 일해 버는 월급이 100만원 남짓”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월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8월까지 노무사 시험을 준비했다.

“노동자의 인권문제와 노동운동에 관심이 있어 노무사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데만도 적잖은 돈이 들었다.

학원비와 교재비 등을 감당하려면 목돈이 필요했다.

 

그는 “환갑을 훌쩍 넘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형편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출받은 학자금 1500만원도 이미 무거운 짐이다.
그래서 학습지 교사로 일단 취직했다.

이씨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관리직으로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사는 포기한 것이냐’는 물음에는 “당분간은 어쩔 수 없어 보류하고 있다.

1년 정도 열심히 일하면 ‘기회’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아직 20대 후반이기에 결혼을 절박하게 생각할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 하게 될 결혼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취직은 했지만 직업 자체가 불안정하고 수입도 적으니까요.

‘티끌 모아 태산’이 아니라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요즘 우스갯소리가 농담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지금 그는 ‘잠만 자는 방’에서 혼자 산다.

신촌지역에서는 작은 방도 아침식사를 주면 월 4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래서 28만원짜리 자취방을 택했다.
“미분양 아파트는 속출하는데 집값은 떨어지지 않잖아요.

이런 상황 자체가 모순이지요. 전 살면서 단 한번도 ‘내 집’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고향 부모님 댁도 전세거든요.”

해마다 오르는 학비와 생활비는 그에게 돈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그는 “사회를 거칠게 알아가는 기분이다.

예전에는 ‘돈 돈’ 하는 사람을 ‘세속적’이라고 경멸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그 사람들이 성실한 사람들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에게 표를 던졌다.
“밖으로 돌아다니는 직업이다보니 애들 수업하러 다니다 중간에 투표를 하고 왔어요.

선거권을 갖게 된 이후 한번도 투표를 빼먹은 적은 없습니다.

전 당연히 박원순 후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가 나왔을 때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이씨는 “출구조사 결과를 보니까 20대의 박원순 후보 지지율이 70% 가까이 나왔다고 하더라.

신기했다”고 말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정치에 관심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 지금의 20~30대를 구성하고 있다.

투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젊은층이 점점 늘어간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을 처음 접한 것은 2009년 2학기 대학 특강 때였다.

당시 박 변호사는 사회적기업을 소개하기 위해 강단에 섰다.

“건강이 많이 나빠져서 일어나서 강연을 할 수 없다며 휠체어를 타고 왔는데 2시간 넘게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자신이 반드시 하고자 하는 일을 해보라.

안정된 직장을 추구하기 전에 내가 뭘 원하는지를 살펴보라"라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국민과 소통하려 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민주당도 이번 기회에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해요.

당이 내세우는 정책도 없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에 부응하지도 못했어요.

10년간 민주당이 집권했지만 실제로 변한 건 거의 없습니다.”

 

 


젊은층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지지율이 낮았던 이유를 물었다. 그는 ‘공감능력’이란 말을 꺼냈다.
“나경원 후보는 판사 출신이니 똑똑한 데다 예쁘기까지 하지만, 공감능력은 떨어진다고 봐요.

엘리트 출신에 재력도 상위권인 사람이 과연 서민과 소통할 수 있을까요.

나경원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가 된 것 자체가 한나라당의 인물 부족을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기 때문”이란 설명도 붙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4대강 사업의 위험성을 지적하지만 정부는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어요.

지금 젊은이들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정부는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거는 기대도 있다.

그는 “서민들이 내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게 해달라”며 “오세훈 전 시장 때의 전시행정, 세금 낭비를 줄이고 서민생활에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공공주택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20대들에게는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의 20대가 조금 더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연대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누군가 세상을 바꿔주기를 바라기 전에

우리 스스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2011.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