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경영/꿈과 비전

'1만시간의 법칙'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김부현(김중순) 2011. 12. 24. 13:08

평소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땐 남산도서관을 찾는다.

서울의 중심에 자리한 남산도서관은 그야말로 공기 좋고 조용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여느 일요일 아침, 

조용한 도서관에 난데없이 '띵동'하고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입장하는 걸 알렸다.

장본인은 나의 폰, 그날따라 휴대폰 벨소리를 진동으로 맞춰놓지 않아 순간 당황했고 미안했다.

어쨌든 메시지를 보낸 주인공은 이틀 전 서울 A대학 특강에서 만난 H라는 학생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내 책을 구입해 사인 받으러 온다고 하면서 연락처도 주고받았던 터라 또렷이 기억이 났다.

 

"1만 시간을 노력한다고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혁명>중에서,"

 

그 학생에게서 받은 메시지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나는 가수다'와 같은 자기소개도 없이 달랑 보낸 메시지였다.

순간 이틀 전 특강이 떠올랐다.

당시 강의 중에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꿈을 찾는 것도 문제지만 꿈을 찾더라도 꿈을 이루는데는 '1만 시간을 투자해야 가능하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자기계발 분야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것 자체가 거짓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1만 시간을 투자한다고 모두 성공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그 어느 누구도 '그렇다'고 확답할 수 없다.

 

그것은 어쩌면 꿈을 이루는데,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데 있어서 필요한 여러 가지  하나일 뿐이다. 즉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학생이 보낸 메시지의 의미도 그럴 것이다. 1만 시간을 투자해도 될지 안 될지 결과가 불확실한데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때 가서 결과가 나지 않으면 어떡하나!하는 우려와 걱정스러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에 100%의 확률을 가진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하루에도 45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하루를 산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이야기다. 하물며 자신의 꿈이라는 그 절체절명의 명제를 두고 확률을 따진다는 것은 너무 작은 생각이다.

만약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를 미리 판단하거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이 든다면 단언컨대 그것은 당신의 천직이 아니다. 업도 아니다. 나아가 꿈도 아니다. 출발이 빠른 것도 중요하지만 출발에 앞서 도로사정이나 기상 상활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턱대고 달릴 것이 아니라 나의 꿈을 향해 달려야 한다.

 

장작을 패러 가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산 위에 도착해서 도끼 날을 갈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다시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무딘 도끼로 장작을 팼어.

또 한 사람은 급하게 산에 올라가지 않았다.

집에서 먼저 도끼 날을 날카롭게 간 다음에 장작을 패러 갔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많은 장작을 팼을까?

물론 이리 저리 기웃거리다, 이것 저것 하다 어느 날 '심봤다!'를 외치며 자신의 꿈을 찾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요즘은 꿈을 찾을 수 있는 책이나 CD  등 다양한 도구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 도구들을 학교에서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 항간에 우리의 교육 현실을 빗대어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선생님들이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금 우리의 교육현실이 마치 <여씨춘추>에 나오는 '각주구검'에 관한 고사를 생각나게 한다.

 

전국시대 초나라의 한 젊은이가 배를 타고 양자강을 건너다 배가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그만 실수로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물 속에 빠트렸다.

"아뿔싸! 이를 어쩌지."

그 젊은이는 허둥지둥 단검을 빼서 칼을 떨어뜨린 그 뱃전에다 표시를 해두었다.

그리고 배가 건너편 나루터에 닿자마자 그는 표시를 해 둔 그 뱃전 밑의 강물로 뛰어들어 칼을 찾았다.

그러나 칼이 그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여씨춘추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때는 이미 지나갔으나 법은 바뀌지 않았으니 이런 방식으로 정치를 한다면 어찌 어렵지 않겠는가?"

 

우리들 역시 각주구검 속 젊은이를 어리섞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미래로의 여행보다는 지나왔던 익숙한 과거로의 여행에 더 길들여져 있으니까 말이다.

 

"교육의 근본 목표는 다른 세대가 해놓은 것을 단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장 피아제(Jean Piaget)

"아이들은 물음표와 함께 학교에 입학해서 마침표와 함께 졸업한다."  -닐 포스트먼(Nel Postman)

 

아무튼 자신의 장,단점, ,약점, 그리고 취미나 특기 등을 파악하면 잘 할 수 있는 일, 좋아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것을 찾아라.

내가 좋아하면서 또 다른 사람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흔한 경우가 아니다. 따라서 잘 할 수 있는 일좋아하는 일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 즐거움이 능력을 이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로 명성을 얻었던 아놀드 토인비는 "왜 당신은 평생 역사를 연구했는가?"라는 질문에 "재미있기 때문이오."라고 대답했다.

 

둘째, 하나의 목적지에 집중하지 마라.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분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목적지에 대한 해석을 조금 넓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테면 프로 골프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하다 보니 프로 골프 해설자가 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처음의 꿈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썼지만 등단은 하지 못하고 경험을 살려 출판사를 운영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모두 자신의 꿈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작은 노력들이 쌓여 궤도를 조금 이탈하긴 했지만 상호밀접한 일들과 연결되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리산을 목표로 가다 설악산을 갈 수도 있다. 문제는 좋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내가 그 일을 좋아하도록 의식을 개조해야 한다. 그것도 능력이다. '나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핑계를 대는 것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그만큼 자신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관심분야의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것이다. 어슬프게 읽을 것이 아니라 목숨 걸고 읽어야 한다. 퇴근후 피곤한 정신으로 강의를 들을 것이 아니라 강의 내용에 오롯이 젖어들어야 한다. 1천만 원, 5천만 원, 심지어 1억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해외까지 오가는 사람들, 특급호텔에서 매일 아침 수십만 원하는 조찬을 겸한 인문학 강의를 듣는 사람들, 그들을 이기는 방법은 돈이 아니라 끈기뿐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더 집중해야 하고, 그들이 하루 1권을 읽으면 하루 2권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독서의 절대량을 늘여야 한다.

 

미국의 과학자 '칼 세이건'은 수년 동안 두뇌의 능력에 대해 연구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는 "인간의 뇌는 2,000만 권의 책을 가득 채울만한 정보를 수용할 수 있다. 즉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의 장서와 맞먹는 수의 책을 한 사람의 두뇌는 충분히 이해하고 저장할 수 있다."

이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 상위에 해당하는 한 달에 3권 읽는 것으로 대입해 보면 1년이면 36권이다. 60년 동안 충실하게 읽는다해도 그렇게 읽어서는 평생 2,160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이 된다.

우리의 능력이 20,000,000권이라면 2,160권은 10000분의 1에 불과하다. 10000분의 9,999는 공동묘지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차선책으로 싫어하는 일이지만 지금 당장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성공보다 더 큰 재능은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성공자들의 대부분은 처음부터 그 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까지 마음은 콩 밭에 가 있었지만 그것을 업이라 생각하고 노력한 결과 성공자가 된 것이다. 사람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다. 내가 지금 싫어하는 일도 집중해서 공부하고 노력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신기하게도 그 일에 맞춰져 간다. 그래서 어느 순간 재미있다, 즐겁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토니 부잔의 <마인드맵 북>에 나오는 말이다.

"인간의 두뇌는 약 1조개의 뇌세포가 있다.",

1조 개는 숫자를 풀어서 나열하면,

1,000,000,000,000----

 

마지막 세 번째는 어떤 일에 대한 투입시간이나 노력은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다.

앞서 문자를 보낸 대학생 역시 양의 기준, 즉 물리적인 측면에서의 1만 시간을 생각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죽기 살기로 노력했는데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그런 막연한 두려움 말이다. 그러다 결국은 두려움 때문에 시작도 못하는 것이다. 시작하지 않으니 도전하는 사람도 역시 많지 않다. 그러니 성공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 막연함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갔던 그들에게 세상은 길을 내준다. 1만 시간이란 어떤 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 내지는 필요조건인 셈이다. 앞으로는 2만 시간의 법칙, 3만 시간의 법칙 같은 것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제 바야흐로 80:20의 시대는 가고 90:10, 나아가 99:1의 극단적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