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해변길 4코스-솔모랫길
-태안해변길 제4코스 솔모랫길 신온저수지 앞에서 만난 펜션
제4코스-솔모랫길 : 솔내음을 맡으며 사뿐히 나서는 길 |
몽산포 ~ 드르니항 13km, 약 4시간 |
곰솔림에 수북히 쌓인 솔잎의 푹신한 감촉과 향긋한 솔내음을 맡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염습지)에서 다양하고 특색있는 해안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으며, 청포대 해변 끝자락에 별주부 전설로 유명한 자라바위와 몽산포 해변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별주부 전망대가 있다.
* 걷기일정 : 드르니항버스정류장~드르니항~해안길~곰섬입구~염전~신온습지~신온저수지~경주식물원~배나루꾸지마을~태안꽃축제장~지오랜드~별주부마을~별주부전망대~별주부마을 자라바위~청포대~자연놀이체험장~메밀밭~곰솔길~모랫길~몽산포해수욕장~몽산포탐방원센터~남면버스터미널(서울남부터미널행)
* 거리 : 13km
* 시간 : 5시간(꽃축제장 관람 1시간 포함)
태안해변길 4코스 솔모랫길을 거꾸로 걸었다.
'몽산포~드르니항'으로 걷는 것이 정석이지만 '드르니항~몽산포'로 역주행을 하기로 했다.
이유는 하나다. 버스 시간 때문이었다.
솔모랫길은 버스를 이용하려면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나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07:20분발 안면도행 버스를 타고 태안에서 하차(2시간 20분 소요), 태안에서 드르니항(신온) 가는 10:10분 버스를 탔다.(태안에서 드르니항은 30분 소요)
결론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출발지를 몽산포보다는 드르니항으로 하는 것이 좋다.
(1) 태안에서 드르니항 버스
태안~드르니항(신온) 가는 버스 : 하루 4대(06:33, 10:10, 12:40, 20:00)
드르니항~태안 가는 버스 : 하루 4대(07:00, 10:50, 13:25, 17:10)
(2) 태안~몽산포(남면), 몽산포~태안 가는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수시로 있다.
드르니항은 충남 태안군 남면 신온리에 있는 작은 항이다. 건너편 소나무가 보이는 곳이 백사장항이다. 백사장항(태안군 안면읍 창기리)은 태안해변길 5코스(백사장항~꽂지해변) 노을길의 출발지이다.
'드르니'라는 이름이 아주 서구적이었는데 '들르다' 라는 순 우리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잠깐 지명 이름을 따서 '신온항'으로 바뀌었다가 2003년에 원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
신온리는 일제강점기인 1914년 현재 신온1구 신성리(申城里, 납성이)와 2구인 거온리(擧溫里, 드른니)그리고 3구인 웅도리(熊島里, 곰섬)을 관할지역으로 편입시켜 남면 신온리로 개칭하였으며, 신온리의 지명은 신성리의 신(申)자와 거온리의 온(溫)자를 따서 만든 것이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한다.
얼마 전(2012.02.27) 드르니항은 KBS 2 "굿모닝 대한민국"에 쭈꾸미 잡는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다.
2009년 2월 백사장항 해양관광자원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드르니항과 백사장항 사이에 길이 240m, 너비 4m 규모의 인도교를 세우는 공사가 한창이다.
드르니항을 벗어나자 끝없이 갯벌이 펼쳐진다.
바닥을 드러낸 바닷가는 깔끔했다. 하루 두 차례씩 만조와 간조가 겹치는 통에 바다는 청소가 필요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물이 빠진 갯벌위로 트럭 한대가 빠르게 빠르게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왜 저러나'하고 트럭이 멈출 때까지 발걸음을 멈추었다.
잠깐이었지만 좋지 않은 생각을 했다. 다행히 트럭은 얼마 안 가서 멈췄다. 갯벌에 작업하러 간 듯했다. 썰물 때 작업한 바지락이나 조개 같은 것을 옮기기 위한 것 같았다.
물이 들락거리는 서해의 갯벌은 콘크리트 바닥보다 더 단단하고 튼튼하다. 오랫동안 바닷물이 오가 탓에 갯벌은 딱딱하다. 그 콘크리트 같은 바닥에서도 수많은 생물들이 자라고 숨을 쉰다.
자연은 강하다.
봄의 시계는 푸르름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해안 둑방길에도 봄은 오고 있었다. 질경이와 잡초들의 키는 하루게 다르게 커가고 옷은 푸른색으로 치장을 하고 있었다.
바닷물이 밀려간 바닷가에도 갯골에는 물이 돌아다닌다.
그 갯골을 통해 부지런한 어부들은 배를 몰고 고기잡이를 한다. 갯골은 바다와 어부들의 생명줄이다. 트럭은 갯골 근처까지 접근하여 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해안 둑방이 끝나는 곳에 나타나는 이정표이다. 이정표를 보면, 만조와 간조 때 가는 길이 다르다.
점선부분으로 표시된 간조 때는 바닷가 해변길을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바닷물이 없어 해안길을 걸어 봤다. 밀물에 쓸려온 소라와 조개껍데기가 해안가를 뒹굴고 있었다. 작은 모래 숨구멍을 통해 작은 게들이 바쁘게 이웃집을 오갔다.
곰섬 입구다.
이정표를 보면, 곰섬까지는 3킬로미터 이상을 가야한다. 해변길 4코스는 곰섬까지는 가지 않고 곰섬 입구를 그냥 지나쳐 간다.
빨간색 물감을 뒤집어 쓴 아날로그적이고 더 자연에 가까운 풍경을 만났다.
문패 없는 대문 앞을 지나자 인적은 없고 털이 복실복실하고 눈은 새까만 작은 개가 쫓아 나왔다. 개라기보다는 강아지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개와 강아지는 어감이 다르다. 개는 위협적이고 강아지는 포근하다. 개는 큰소리로 짓지만 강아지는 앙증 맞게 짓는다. 개는 성인이지만 강아지는 미성년자다. 개는 꼬리를 올리고 강아지는 꼬리를 흔든다. 목줄은 없었다. 목줄이 없지만 시골 강아지는 위협적이지 않다.
자연속에 사는 강아지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심성이 곱다. 자세히 보면 밤색 강아지가 보인다. 나를 따라오고픈게다. 새우깡이라도 하나 주고 올 걸... 그냥 간다고 나를 욕하는 게 분명할 터이다. 귀가 간지럽다.
딱딱한 시멘트길이 지루해질 무렵 푸른 봄노래를 하는 땅풀 길을 만났다.
기지개를 켜는 놈들을 발로 밟기가 안쓰러웠다. 무심코 가다가는 이름 모를 잡초와 꽃들이 발바닥에 문드러질 것 같았다. 이런 길을 걸을 땐 속도보다 살금살금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봄에 들길을 걸을 때는 봄노래를 하려는 들풀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눈길 가는 곳마다 풍경이요 탄성이었다.
눈길 가는 곳마다 그림이요 음악이었다.
들풀들은 녹색 그림을 그리고 들꽃들은 파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보라.
자동차 바퀴가 지나간 자리에는 풀들이 자라지 못한다.
싹을 틔우는 쪽쪽 발로 바퀴로 뭉개버린 탓이다. 길가에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이름 모를 꽃들이 큰 소리로 합창을 한다. 같은 땅인데도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는 흙먼지만 날린다.
목책 너머로 멀리 보이는 건물이 한서대 비행장이다. 2인승 경비행기 국내 유일의 활주로인 ‘태안 한서대 비행장’에서는 창공을 나는 잠자리처럼 경비행기들이 착륙과 이륙에 바빴다. 요란한 굉음을 내며 하늘을 나는 경비행기를 올려다 보았다. 내가 보기엔 비행기가 잠자리만하게 보였는데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면 난 점으로 보였을 게다.
남자와 여자 중에서 누가 더 겁이 많을까?
캐캐묵은 답인지는 모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겁이 없다.
경비행기를 타는 남녀의 반응을 봐도 알 수 있다.
경비행기 조종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하늘에선 여자의 80%가 낯선 광경을 기쁘게 즐기고, 남자 대부분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말이 없다”
영화 속에서만 보던 낯선 광경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을 즈음 활주로를 거칠게 달리는 비행기 엔진 굉음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위험하다는 번지 점프도 마찬가지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많이 한다. 통계가 그렇다.
태안해변길에서 만나는 신온리 염전이다. 아주 작은 염전이다.
무색, 무취의 짠맛을 내는 소금은 농경사회에서 '작은 금'이라는 뜻에서 소금이라 불려지게 되었다. 소금은 아주 귀해서 어떤 나라에서는 소금을 월급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서해안에는 태양열, 바람 등 자연을 이용하여 해수를 저류지로 유입해 바닷물을 증발시켜 천일염을 생산한다. 따라서 서해안 소금은 다른 지역의 소금에 비해 미네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금을 직접 판매한다고 한다.
예전에 군대생활을 서해안 염전 근처 철책에서 했다.
지금은 육지가 된 오이도 가는 염전이었다. 염전에는 100미터 간격으로 염꾼들이 쉬는 간이집이 있었다. 안에 들어가 보기도 했고 페달을 돌려 저수조에 있는 바닷물을 퍼올려보기도 했었다. 무좀이 있는 사람들은 한낮에 타일이 깔린 소금밭에 뛰어다니기도 했다.
질 좋은 소금은 사람이 아니라 날씨가 만든다. 바닷물과 태양이 의기투합하여 만드는 자연의 선물이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다고 한다. 하지만 소금을 먹지 않으면 인간이고 동물이고 살 수 없다.
소금을 만드는 소금밭이다. 바닥은 타일이다. 소금밭은 아주 깨끗하다.
바닷물도 자연 정화를 거친 후 소금밭에 보내진다. 날씨와 바람과 햇빛이 조화를 이룰 때 질좋은 소금이 만들어진다. 변덕심한 봄날씨는 소금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다. 소금밭은 텅 비어 있었고 개점 휴업이었다. 여름이 되면 우수한 천일염이 생산될 것이다.
사람 하나가 겨우 오갈 수 있는 염전과 연결되는 나무통이다.
염전을 관리하고 휴식을 하는 곳 같다. 소금밭에 들어가기 전에 이처럼 바닷물을 저수조에 저장하여 각종 불순물을 정화시킨 후 소금밭으로 보내어진다.
소금은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그래서 천일염의 천은 하늘 천이다.
염전을 지나면 마늘이 마을 앞을 지키고 있는 작은 마을을 만난다.
마을 앞으로는 생존을 마친 마늘로 무성했고 뒤로는 소나무가 마을을 감싸는 전원 풍경이다. 누군가 그랬다. 그 어떤 인생도 멀리서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그림 같은 아름다운 집들 하나하나가 모여 풍경을 이루지만 각각의 집에는 고단함이 가득할 것이다.
지게에 짐을 지고 가는 농부, 밭에서 김을 매는 아낙네를 멀리서 보면 봄풍경의 극치다. 하지만 지게를 지고 가는 농부와 김을 메는 아낙네는 봄볕에 땀을 한가득 쏟아내고 있다.
마을 어귀를 돌다 진달래 군락지를 만났다.
진달래잎을 땄다.
입에 넣어 씹어봤다. 시큼상큼한 맛이었다. 예전의 맛이 아니었다. 입맛이 바뀐건지 진달래꽃 자체 성분이 바뀐것인지는 모르겠다. 입안에 봄향기를 머금고 들길을 걷는다. 솔모랫길은 솔과 모랫길이 많아 붙여진 이름 같은데, 걸어보니 유독 들길과 포장길이 많았다.
논두렁 밭두렁길이었다. 5코스 노을길과는 달리 해안을 따라가기보다는 마을과 논밭을 가로 질러 가는 구간이 많다. 오르막 내리막도 없이 평지다.
염전을 지나면서 바다도 육(陸)도 아닌 어정쩡한 갈대숲을 만났다.
신온리 습지이다. 습지는 해안사구 습지에 고인 물을 이용하여 주민들이 논으로 사용하다가 농촌 일손부족으로 논농사를 그만두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라고 한다. 습지는 홍수조절, 지하수함양, 각종 오염물질의 정화기능을 하며, 큰잎피막이, 큰기러기, 큰고랭이, 황로 등의 야생 동식물 서식지로서 그 가치가 높다.
농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농촌은 점점 늙어가고 있다.
늙어가는 속도만큼 논밭은 비어간다. 논밭이 비어갈수록 우리 국민들의 건강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 될 것이다.
지질학에서는 습지(marsh, 濕地)를 "배수가 불량한 광물질 토양과 우세한 초본식물이 특징인 습한 생태계 환경"이라고 정의한다. 작은 사진은 둔덕에 야자나무와 사이프러스가 드문드문 있고 참억새류식물로 뒤덮인 미국 플로리다 주의 담수 습지이다.(브리태니크)
간단하게 말하면, 습기가 많아 축축한 땅을 말한다.
신온리 습지는 물이 많은 중간에 전형적인 습지 형태를 띠지만 가장자리에는 키 큰 갈대숲이 빼곡하다.
신온리 습지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신온리 저수지이다.
저수지 가장자리와 가운데 군데군데 자리잡은 갈대숲이 봄볕에 유난히 반짝였다. 글쓰는 사람들은 갈대소리를 '서걱거린다'라고 표현한다. 서걱거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밋밋한것 보다는 포인트가 느껴지고 눈도 집중이 된다.
매꼼한 저수지가 아니다.
갈대와 잡풀들이 저수지 둔덕을 적당한 거리로 메우고 있더. 이채로운 풍경이다.
김훈은 그의 기행산문집 <풍경과 상처>에서,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라고 말했다.
풍경과 상처의 절묘한 비유다.
보이는 하얀 건물이 저수지를 마당삼아 자리하고 있는 경주식물원 입구의 펜션이다. 저수지 이곳 저곳을 담아봤다.
해변길 4코스 솔모랫길(드르니항~몽산포해수욕장), 드르니항에서 1시간여 지점이다. 신온리 저수지가 있는 마검포라는 곳이다.
신온리 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동화속 궁전 같은 아름다운 펜션이다.
분수가 뿜어져내리는 연못앞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났다. 카메라를 거두고 발길을 돌리는 내게 찬찬히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가라고 했다. 연못가 회색 잔디는 겨울색을 띠고 있었지만 밟기가 망설여졌는데, 고맙다.
연못가를 둘러싸고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 꽃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펜션을 지나 마을 어귀를 돌자 요란한 음악소리와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가 햇살을 뚫고 고음을 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뜻하지 않았는데 솔모랫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났다.
태안 튜울립꽃 축제장이다. 참새 방앗간 들르듯 9,000원을 내고, 입장했다. 튜율립 천지다. 꽃축제장의 이모저모를 담았다. 축제장에는 튜울립 100,000,000 송이가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팜플렛을 살펴봤다.
꽃의 도시 태안에서 열리는 '2012 태안 튜울립 꽃 축제'가 태안군 남면 신온리 마검포 현지에서 개장식을 갖고 5월 8일까지 축제에 들어갔다.
'수줍은 사랑의 고백'이란 주제로 개장한 이번 튤립 꽃 축제는 빨강, 노랑 등 알록달록 튤립이 축제장을 가득 메우고 유채, 패튜니아, 메리골드 등 다양한 품종의 꽃들이 형형색색 어우러져 있다. 축제장을 들어서면 나타나는 연못이다.
태안 꽃축제장은 배나루꾸지마을 일원에서 펼쳐지고 있다. 1시간 동안 축제장을 이 잡듯이 다녔고 점심도 먹었다.
축제장을 나와 다시 운동화 끈을 점검하고 걷는다.
햇살은 시간이 갈수록 빠른 속도로 온도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기상청 말로는 오늘 최고 기온은 28도라고 했다. 한 시간에 하나 꼴로 옷을 벗었다. 더 이상 벗을 게 없어 나시 차림으로 햇살바라기를 했다. 몸도 햇살이 그리웠던 것이다. 오늘은 비타민 D를 왕창 받아보자. 하루쯤 햇빛에 당당해지기로 했다.
다들 우리나라에 사계절이 없어지고 있다는데 그 말을 실감하는 오늘이다. 아침 저녁으로도 기온차가 크지만 하루사이에 15도의 온도차가 나는 요즘이다. 봄은 게눈 감추듯사라지고 곧장 여름이다. 겨울과 여름 두 계절로 달려가는 우리나라다. 우리가 너무 빨리빨리를 외치니 날씨도 계절도 덩달아 설친다.
배나루꾸지는 축제장이 있는 마을 이름이다.
낮은 동산으로 이루어진 해변길 곳곳에는 무지개색 옷을 입은 시골집들이 천사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논도 밭도 길도 모두 텅 비어 있었다. 텅 빈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는 놈은 봄 햇살과 아지랑이였다.
태안에는 소나무만 많은 게 아니다.
집 앞, 마을 앞 밭에는 어김업이 임금님 수랏상에 진상되었다는 태안 6쪽 마늘밭이 자리잡고 있었다. 햇빛과 바닷바람과 정성만으로 크는 마늘은 인공의 흔적이 없었다. 자연의 힘으로 큰 것이다.
지오랜드는 다양한 레저를 즐길수 있고 숙박이 가능한 여러채의 팬션이 있는 놀이공원 비슷한 곳이다. 펜션촌이라 생각하면 된다.
봄빛 가득한 펜션은 헐거워진 한낮의 고무줄 시간을 거꾸로한 채 잠들어 있었다. 평일에는 사람 흔적조차 없는 모양이다. 저렇게 멋진 펜션들이 하는일 없이 놀고 먹는다는 것이 언짢다. 찾는 이가 많아야 펜션도 바빠질텐데.
앞으로 보고 뒤로 봐도 그 놈 참 아름답다.
지오랜드를 지나면 태안에 지천으로 깔린 그 흔한 소나무 한 그루 없는 논두렁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눈요기할 게 별로 없는지루한 구간이다. 바퀴 자국은 이쪽과 저쪽을 명확하게 구분지어 놓았다. 니편과 내편을 엄격하게 구분지어 놓았다. 야당과 여당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놓았다.
엊그제 꽤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땅을 먼지 날릴 준비를 한다.
나는 햇살에 맞서기 위해 민소매만 입고 걷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오던 청년은 선글라스에 얼굴마스크에 챙이 넓은 모자에 수건에, 햇빛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1시간을 훌쩍 걸었지만 오늘 솔모랫길에서 만난 처음이자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의 배낭은 잔뜩 부풀어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안부를 물었다. 배낭에는 텐트며 기초 식량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야영을 한단다. 눈웃음을 지으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청포대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별주부 전망대가 멀리 우뚝하다.
붉은 황토밭 곳곳에는 태안의 명물, 6쪽 마늘밭이 아스라히 펼쳐져 있다. 퇴계 선생은 산을 오르고 들을 걷는 것은 공부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것일까?
계획대로 진행되는 여행은 공부가 안 될 것이다. 뜻하지 않는 우연이 많아질수록 공부가 될게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쓴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류는 최고의 배움은 여행에서 얻어진다고 했다. 시간이 없을수록, 힘들수록 떠나보자. 길에서 바닷가에서 솔숲 길을 걸으며 새로운 공부를 해보자.
공부는 결국 자연에 다가서는 과정이다. 사진으로 본 산티아고 순례길보다 더 아름답다.
행정안전부 지정 정보화 마을 태안 별주부 마을이다. 정보화 마을이라고 하지만 자연에 가까운 아날로그적 마을이다. 혹자는 사람은 길에서 배운다고 했다. 역사를 봐도 그리스인들은 신탁을 얻기 위해 배낭을 쌌고 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예루살렘과 로마 순례길에 올랐다.
별주부마을 전망대는 파리 한마리 얼씬거리지 않았다.
문이란 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다. 햇빛 한 방울 들어가기 어렵다. 전망대에 올라 청포대 일대의 바다와 태안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고 알고 왔는데 개점휴업이었다. 장사 끝이었다.
장삿속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왜 문을 닫았는지,언제 문을 여는지 정도의 안내문은 필요해 보인다. 오라고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 아쉬웠다. 잠깐 머무르는 동안 나 말고도 몇 대의 차량들이 주차장을 들락거리며 의아해 했다.
지금 별주부 전망대는 입장이 안된다. 아무런 안내문 없이 출입구는 꽉 닫혀 있다는 것을 알고 가시길....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관리가 더 중요하다.
별주부전망대 입구에서 본 별주부마을이다.
소나무를 배경삼아 양지바른 곳에 집들이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고, 들길을 가로질러 집과 밭을 잇는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진다. 길이 끝나는 곳에 동양화가 있다.
태안군 남면에 있는 별주부마을을 지나면 청포대가 나타난다. 별주부전은 조선 후기 우화소설이자 판소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청포대에 서서히 바닷물이 밀여들어오고 있다.
바다에서 먼 곳일수록 모래가 가볍다.
자갈은 바닷가에 오기전에 무거워서 가라앉지만 가는 모래일수록 바닷가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별주부전에 나오는 자라바위이다. 토끼에게 속은 자라(별주부)가 탄식하며 용왕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죽는데, 이 자라가 변한 것이 이 바위다.
별주부 마을은 작자와 연대를 알수 없는 조선후기 판소리계열의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소설의 하나인 "별주부전 마을"을 일컫는다.
자라가 용왕의 명을 받고 토끼의 생간을 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육지에 올라온 『용새골』을 비롯하여 유혹에 넘어간 토끼가 자라의 등에 업혀 수궁으로 들어간 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간을 떼어 청산녹수 맑은 샘에 씻어 감추어 놓고 왔다는 『묘샘』 구사일생으로 육지에 돌아온 토끼가 간을 떼어 놓고 다니는 짐승이 어디 있느냐며 자라를 놀려댄 후 사라진 『노루미재』 죽어있는 자라가 바위로 변한 『자라바위(덕바위)』와 수궁 앞에 위치한 『궁앞』과 『안궁』 마을 등이 "별주부전 마을"임을 한층 더 입증하고 있다.
얼마 전, 전국의 내로라하는 파워블로거 캠핑족들이 태안 청포대에 대거 몰려와 관광홍보 도우미역할을 톡톡히 한 해수욕장이다.
청포대해수욕장 야영장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열린 제3회 캠핑 블로거 전국대회에는 전국의 파워블로거 110개팀 500여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야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몽산포 해수욕장이 가까워지자 솔모랫길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곰솔 숲이다. 상처와 치유의 통로처럼 느껴진다.
일명, 자연놀이 체험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오락과 인터넷 같은 디지털에 물든 아이들이 조선시대의 아날로그 놀이에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색다른 체험이자 경험임은 분명해 보였다.
생명의 길이다. 바다를 살리고 생태계를 살리는 길이다.
소통의 길이다. 바다와 육지를 이어주는 소통의 물길이다. 이 물길을 통해 바다로 나가고 뭍으로 들어온다. 게와 조개도 이 생명의 물길을 따른다.
달산포에서 만나는 습지다.
기수역(汽水域)이라 불린다. 민물과 바닷물이 자유롭게 섞이는 곳이다. 바닷물에 강물아니 하천과 같은 민물이 혼합되어 희석된 곳으로 염분과 수온변화가 심해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변신의 귀재이자 적응의 대가들이다.
낙동강 하구둑이 바닷물을 막기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수역이 낙동강 하구언이었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난다는 것은 장엄한 자연의 순리인지도 모른다. 바다와 강의 접경에서 연어는 물을 가르고 재첩은 생명의 힘을 키운다.
길도, 쉼터도 텅텅 비어 있었다.
살을 부벼야 걸을 수 있는 북한산둘레길과는 달리 사람이 그리운 태안해변길이다.
바다는 차분했고 바람도 자고 있었지만 햇살은 정신이 말짱했다.
바다는 모든 물의 으뜸이다.
바닷물은 물의 왕이다. 육지의 물들이 모이고 모여 바다에 이른다. 민물이 강물이 되고, 강물이 바다에 이르면 그것은 바닷물이 된다. 바닷물이 강에 이르면 그것은 바다가 된다.
강물이 바다로 가는 것은 용감한 일이다. 대부분의 강물은 안전한 강에서 머무른다. 거친 바다를 이겨낼 자신이 없기 때문일게다.
민물이 곧장 바다로 가는 길이다. 엄숙한 물길이다. 삶과 죽음의 물길이다.
몽산포해수욕장 언저에 있는 전망대이다.
전망대는 눈이 즐거운 곳이다. 몽산포 전망대는 마음도 즐거운 곳이다. 밤톨만한 돌멩이도 허락하지 않는 해수욕장이다.
바다의 힘은 현명하다.
한 사람쯤 고단한 몸을 쉴만도 한데 의자는 빈 손이다.
전망대에서 걸어온 좌측으로 눈을 돌렸다.
전망대에서 본 우측 몽산포해수욕장 풍경이다.
파리 한 마리,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적막한 해수욕장이다.
여름이 되면 무지개색 파라솔과 수많은 군중들이 서로 몸을 담구려고 아우성일게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 텅 빈 해수욕장을 걷고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자, 호사다.
누군가 그랬다. '카르페디엠'이라고. 지금 이 시간 이 순간을 즐기자.
몽산포해수욕장 가장자리를 가로지르는 긴 모래를 모으는 시서물이다. 전문용어로 모래포집기다. 모래포집기는 해안사구 침식이 발생하는 지역에 모래를 포집하기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로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사라져가는 해안사구 복원을 위해 서해 곳곳에 모래포집기를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구조물 인근의 모래는 모래가 아니었다. 바다에서 가장 먼 곳이다.
바다에서 가장 먼 곳일수록 모래결이 곱다.
부드럽다.
손으로 만져보니 모래가 아니라 건조한 찰흙 같았다. 물에 적셔 얼굴에 직접 발라도 괜찮겠다 싶었다.
모래포집기 뒤로 둔덕을 따라 푸른 빛을 띄는 풀은 해안사구에서 자라는 '좀보리사초'이다. 물 한방울 없는 건조한 모래틈에서 기어코 대가리를 내민다. 오직 자연의 힘으로 큰다.
비와 햇빛과 바람의 힘으로 자란다. 그의 생명은 하늘에 달렸다. 비를 내리고 햇빛을 쪼이는 것은 하늘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법 빠른 속도로 바닷물이 밀려오고 있었다.
갯골에는 벌써 만조의 바다였다.
몽산포해수욕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중년 남녀다.
한참 동안 정성을 기울였다.
거리와 채도와 명도 조리개 등을 맞추고 있는 폼새다. 이렇게 햇살이 내리쬐는 날을 사진 찍는 사람들은 싫어한다.
빛의 예술이라 불리는 사진은 햇빛과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빛이 많아도 적어도 조리개 조절이 문제다.
누군가 그랬다.
"하루에 사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일출 전 30분과 일몰 후 30분, 1시간 뿐이다"라고... 옳다.
어깨동무를 하고 리모컨으로 사진을 찍고 확인하러 간다. 평범한 광경을 목격하기 위해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그 후 그들은 두 번을 더 오간후 해안을 벗어났다. 멋진 사진, 아름다운 추억 기대합니다.
몽산포해수욕장 곰솔림 길이다. 텅 비어 있지만 생명의 길이자 희망의 길이다. 날이 더워지면 어깨를 부딪혀야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몽산포해수욕장에서 태안해변길 4코스 솔모랫길 발걸음을 멈춘다.
정호승의 <울지 말고 꽃을 보라>에 나오는 글이다.
울지 말고 이 꽃을 봐라.
그리고 저 바위도.
산다는 것에 의미 따위는 소용없어.
장미는 장미답게 피려고 하고, 바위는 언제까지나 바위답겠다고 저렇게 버티고 있지 않니.
그저 성실하게,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제일이야.
그러다 보면 자연히 삶의 보람도 기쁨도 느끼게 되는 거야.
태안해변길 4코스 솔모랫길 종착지 몽산포탐방안내센터에 도착했다.
여기서 서울행 버스를 타는 남면버스정류장까지는 700미터 남짓이다. 10여분 거리다.
서울행 버스(태안 남면~서울 남부터미널 9,900원, 2시간 30분 소요)를 기다리다 정류소 담벼락에 붙어 있는 포스트를 카메라에 담아 봤다.
몽산포해수욕장 항공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