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경영/헐렁한 군주론

인문학큐레이터의 <헐렁한 군주론>-골리앗을 이기는 다윗이 되어라

김부현(김중순) 2013. 1. 31. 13:21

타인이 강력해지도록 도움을 준 자는 자멸을 자초한다. 타인의 세력은 도움을 주는 자의 술책이나 힘을 통해서 커지는데, 이 두 가지는 도움을 받아 강력해진 자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군주론>3장

 

강력한 도움을 준 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오늘날 국제정치학의 시작은 비엔나 회의 때부터다. 국제정치에서의 핵심 개념은 ‘세력 균형을 통한 현상유지’였다. 새로운 강자가 출현할 징조가 보이면 여러 나라들이 힘을 합쳐 강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다른 나라를 강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 국가는 결국 자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 비해 외형상으로는 군사력이 곧 힘의 시대가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군사력은 경제력과 더불어 21세기에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튼튼한 자주국방이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외교력과 경제적인 영토가 더 중요하다.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상식적인 성공방정식과 배치된다. 기업 역시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공존공생을 도모한다. 바로 전략적 제휴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전략적 제휴 역시 우리가 경쟁우위를 확보하여 갑의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춘추시대, 양쯔강 하류에 오국과 월국이 맞닿아 있었다.

그들은 원래부터 매우 적대적인 상태인데다가 그들 바로 북쪽에 위치한 초국이 오국이 자신들의 수도를 정복하고 그들을 거의 멸망시킬 뻔한 일들 등 때문에 강국이 자신들의 바로 밑에 있는 것을 꺼려 월국에게 오국을 치라고 사주한 덕분에 그들은 항상 전쟁을 벌였다. 그러던 중, 월왕 구천이 병법의 대가인 손무가 오를 떠나고, 오왕 합려가 주색에 빠진 틈을 이용해 오를 습격할 계획을 세우고, 반격해 온 오왕 합려와 세자를 죽이고 오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사태가 발발했다.

 

둘째 왕자 부차는 마지막 오왕이 되어 그날의 치욕을 갚기 위하여 매일 장작더미 위에서 자며 부하들 더러 인사 대신에 구천에게 원수 갚을 것을 각인시키도록 했다. 그렇게 오자서 등의 도움으로 수년간 복수를 다짐하고 부국강병을 이룬 끝에, 오나라는 월군을 몰살시키고 월왕 구천을 생포해 오국으로 압송, 합려의 묘지기 일을 보고 왕후와 함께 삭발시키는 등 치욕을 주고, 월나라를 철저히 파괴하고 돌아갔다.

 

그 수 년 후, 구천은 오자서가 자신의 복수 의지를 알아채고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부차의 신임을 얻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초나라를 경유해 월나라로 돌아가서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구천은 곰의 쓸개를 핥으면서 복수를 다짐하고, 밖으로는 부차에게 경국지색이라고도 불리는 서시를 보내고, 온갖 진귀한 조공품이며 군대를 지원해 주는 등 진실한 신하로 보여서 20년을 기다린 끝에 부차가 제와 초 양강을 굴복시키고 마침 또 다른 중원의 강국 진(晋)을 굴복시키고 천자의 자리에 오르려는 틈을 타 오국을 기습, 라오허 산에서 화공과 수전의 대승으로 오나라를 패배시켰다. 여기서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성어가 탄생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를 기업에 적용시켜 보면, 마키아벨리의 기본 생각은 경쟁 기업들에 대해 맞춤식 전략을 수립하여 차별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보다 약한 경쟁사는 보호하라고 말한다. 동시에 나와 비슷한 경쟁자가 다른 경쟁사를 침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서로 힘을 합쳐 진입장벽을 높여 새로운 경쟁 기업의 출현을 막기 위한 전략이다. 대부분 강한 기업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약한 기업을 망하게 하는 일반적인 기업경영과는 대비되는 가르침이다. 마키아벨리는 경쟁자 없이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기업은 승자의 저주에 빠져 공멸한다는 것이다. 조직이나 개인이나 경쟁자 없이는 발전이 없다. 독점의 최대 약점은 유연성이 없다는 점이다. 즉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친 만화책과 악당 거인을 물리친 만화영화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곤 했다. 어린 시절 우리는 거인을 믿지 않았다. 거인은 나쁘고 악당이었지만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하지만 철이 들면서 더 이상 이런 만화책은 현실이 되지 못했고 대리만족도 없어졌다. 현실은 큰 놈이 항상 작은 놈을 이기기 때문이다. 나잇살이 들면서 거인을 믿게 되었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담긴 살벌한 메시지는 빅 브라더스(big brothers)가 우리를 컨트롤한다는 것이다. 1이 99를 조종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얍삽한 정치인들은 우리에게 큰 정부를 비난함으로써 그들이 우리를 각성시킬 ‘작은 사람을 찾겠다고’ 약속하며 거대한 정유회사에 맞서 싸우도록 도와준다. 대리전쟁인 셈이다. 이제 거인 악당을 물리칠 다윗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골리앗을 이기는 다윗을 응원한다. 골리앗의 명령에 복종하는 대신 맞서는 다윗에 열광한다. 미국 대공황 시절 은행강도이자 범죄자였던 존 딜링어John Dillinger와 보니와 클라이드Bonnie and Clyde의 스토리를 엮은 책과 영화에 환호한다. 좋은 범법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들이 박수를 받는 이유는 미국의 경제대공황을 불러온 주범인 은행을 털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와 유사한 뉴스를 접하면서 겉으로는 범죄자를 욕하지만 속으로는 박수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에 캐스팅된 배우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톰 행커스가 역할을 맡은 용감한 경찰관에 맞서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애버네일을 연기한 잘생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응원했던 것이다. 우리는 악당을 응원하고 법을 지키려는 사람을 비난한 것이다.

이런 것을 심리학에서는 “감응저항reactance”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자유의 포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명령뿐 아니라 제안까지도 거부하는 성향을 말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상점들이 ‘발렌타인데이에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세요’라는 식의 현수막을 내걸 때마다 꽃보다 사탕이 더 팔린다는 경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라는 현수막을 보는 순간 남자들은 짜증을 낸다는 것이다. 간섭하고 누군가 어떤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조차 싫어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유를 침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