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坐),립(立),궤(跪)-도덕의 가치가 커질수록 권력은 더 강화된다
도덕의 가치가 커질수록 권력은 더 비도덕적이다-좌 립 궤
중국에서는 흔히 황제와 신하 사이의 지위 관계를 ‘좌(坐), 립(立), 궤(跪)’의 세 가지 말로 표현한다.
즉 당대(唐代)까지는 황제와 신하가 똑같이 탁자에 앉아(坐) 정치를 논했는데, 송대(宋代)에 들어서는 신하가 ‘좌’를 허락받지 못하여 선(立) 채로 황제의 하문에 답했고, 나아가 명대(明代)에 들어서는 ‘좌’는커녕 ‘립’도 인정되지 않아 꿇어앉아(跪) 나랏일을 보고해야 했다. 시대가 갈수록 황제의 권력은 더 강해졌다는 반증이다.
세계는 자유와 평등, 도덕과 민주라는 가치를 내세우지만 시대가 발전할수록 권력은 더 비민주적이고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강화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마키아벨리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군주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500년 전에 “군주가 백성들을 잘 통치하려면 존경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공포의 대상이 되라.”고 했던 마키아벨리의 통찰력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마키아벨리즘 사상의 강조점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나쁜 수단들을 마구 써도 무방하다’에 놓여 있는 게 아니라 ‘나쁜 수단을 탓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런 수단을 통해서나마 좋은 목적을 이루었느냐를 따지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데 있지만 결국 목적을 이루면 비도덕적인 수단을 동원했다하더라도 그다지 추궁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상이 정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도 그대로 들어맞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자는 왜 악인인가 보다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 경영자가 되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