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왜 그런일 있잖아요. 내 일이 아닌데 내 일처럼 기쁘고, 잘 모르지만 아는 척 하고 싶은 그런 사람이 생기는...
명색이 책을 7권이나 출간한 5류 작가지만 딱히 문학에 식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말 기쁜 일이고 축하할 일이다.
개인적으로 한강은 작가이기 전에 역사학자이자 인류애를 소유한 철학자가 아닐까 싶다.
<채식주의자>와 광주 5.18, 제주 4.3으로 이어지는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관통하는 기저에는 역사와 인간애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한강 작가의 책 중 몇 년 전 <채식주의자>를 건성건성 읽었던 기억 뿐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득달같이 인터넷 예약을 한지 일주일만에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가 도착했다. 반나절이면 다 읽는 책이지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권력이 국민을 죽이고 괴롭히는 말도 안되는 역사적 사실에 혈압이 내려가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인간이 폭력에 휘들리고 공포에 짓이겨져도 진실과 작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 국가폭력으로 국민이 고통받는 후진적 역사는 없어져야 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덕분에 애먼 짓을 해봤다.
시간의 먼지를 뒤집어쓴 책장을 청소하고 제목도 훓어봤다.
우리가 집의 입지와 뷰를 따지듯 책들도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자리싸움에서 멀어진 책일수록 어둡고 추운 구석탱이에 서있고 나중에는 찌개용받침대가 되었다가 결국은 재활용 신세가 된다.
책을 살 때는 모두 명작이지만 주인 맘에 들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삶이 끝나는 게 책이다.
단지 돈을 냈다는 이유로 주인행세를 하고 자리를 배정해 버린다.
책장에 서있는 책들은...힘들다.
책방에서도 인기있고 잘 팔리는 책은 서있지 않고 편안하게 누워있다.
그래서 가끔씩 책들도 이사를 해야 한다.
한 곳에 처박혀 있으면 숨을 쉬지 못해 변색병과 탈색병에 걸린다.
책을 안 읽기로 유명한 대한민국, 모처럼 출판계도 바쁜 듯하다.
단, 일주일만에 한강의 책은 10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반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냄비처럼 끓었다가 식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종종... 왜 책을 읽어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넛지효과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뇌구조상 말을 통한 가르침보다 글을 통한 가르침이 거부감이 적다.
말은 직접적이고 글은 간접적이다.
말은 머리에 작동하지만 글은 마음에 작동한다.
언뜻보면 머리로 결정하는 것 같지만 인간을 행동으로 이끄는 건 마음이다.
마음공부의 유용한 도구가 책이다.
결국에는 말이 아닌 글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역사를 만든다.
책은 회초리가 아니라 멀리서 울리는 북소리다.
책읽는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