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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교체는 해결책이 아니라 시간낭비다

김부현(김중순) 2025. 3. 27. 08:42

시공자 교체하면 어떤 일이? 시공사는 바꿨는데, 바뀐 게 없다… 소송 끝에 생채기만 남아

반포3주구 조합, 164억원 물어줘야, 기존 시공자 “배상액 부족하다” 항소

방배5, 법원이 525억원에 화해권고, 이주·철거 마친 방화6은 1년↑ 중단

“시공자 귀책, 배상책임 無” 판결도, 사업지연·실적 공백, 양쪽 모두 부담

정비사업 공사비 증액범위 등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자 간에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계약해지를 택하는 사업장들이 늘고 있는데, 조합·시공자 모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빠른 사업추진, 분담금 절감 등을 기대했지만 정작 바뀐 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이유로 조합이 수백억원을 배상하라는 반면 대여금 미지급 등 시공자 귀책이 아닐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업장은 반포주공1단지3주구와 방배5구역 등으로 시공자에 물어줘야 하는 손해배상액은 최소 100억원 이상이 책정됐다. 방화6구역도 시공자를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 인상폭을 둘러싼 갈등에 1년 넘게 사업이 지연됐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지난해 말 광주고등법원은 조합 대여금 미지급 등 시공자 귀책 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조합으로서는 사업지연, 시공자는 시공권을 박탈당해 실적을 채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적정선에서 타협을 이루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법원, 반포주공1단지3주구 조합이 164억원 배상해야… 기존 시공자는 배상액 부족하다며 항소, 조합원 부담은 더 커질 수도

반포주공1단지3주구 재건축조합의 경우 지난해 9월 법원으로부터 기존 시공자였던 HDC현대산업개발에 손해배상 금액으로 164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공사비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공자와 계약해지를 택한 조합에 귀책사유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앞서 조합은 지난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이후 물가상승에 따른 원자재가격, 인건비 등이 동반상승하면서 공사비 상향조정을 요구했지만 조합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계약이 해지됐다. 이 과정에서 ‘시공자 선정 취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지만, 조합은 임시총회를 재소집해 시공자 선정 취소를 다시 의결했다. 그리고 2020년 삼성물산이 새로운 시공자로 낙점됐다.

HDC현산은 조합이 공사도급 본계약 체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시공자 선정을 취소한 만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HDC현산의 손을 들어줬고, 조합이 16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각 조합원당 부담액으로 환산할 경우 1,000만원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각 조합원이 부담해야할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시공자가 배상액이 부족하다며 항소했기 때문이다.  

방배5구역은 약 7년 소송전 결과 시공자에 525억원 배상하라는 화해권고 결정… 조합, 연체이자 고려해 3개사 컨소시엄 지분률로 지난해 말 지급

방배5구역도 기존 시공자와 결별을 택한 후 손해배상 소송에 따라 막대한 비용을 물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규모가 무려 52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서울고등법원은 방배5구역 재건축조합이 전 시공자인 롯데건설·GS건설·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이하 프리미엄사업단)에 525억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앞서 조합은 2014년 프리미엄사업단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이듬해 사업단과 지분제 공사계약서안 및 금전소비대차계약서안에 대한 총회 의결도 받았다. 일반분양분 중 3.3㎡당 3,100만원을 초과 발생하는 이익은 조합·시공자가 각각 절반씩 나누겠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계약체결까지 마쳤다.

그런데 조합은 2018년 시공자와 공사계약을 해지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금집행 등을 두고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업단은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사업방식을 변경하고, 사업비 대출 등 조합 요구에 대한 수용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조합은 사업단과 협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새로운 시공자로 현대건설을 선정했다. 

이에 사업단은 시공자지위확인의소 및 손해배상 등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계약이 유지됐을 경우 이행이익을 약 2,050억원 규모로 추정했고, 이 중 20%인 410억원을 손해배상 규모로 인정했다. 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손해액을 1심보다 더 낮은 50억원으로 판결했다. 시장경기 변화 등에 따라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고, 시공자에도 조합과의 계약해지 원인이 있다는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손해액 50억원에 대한 근거가 직접적·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서울고법이 조합이 시공자에 525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약 7년이 소요됐다. 조합은 지난해 말 연체이자 등을 감안해 배상액을 기존 시공자에게 전액 납부한 상태다.

방화6구역, 새 시공자 선정했지만 분담금 폭등?… 사업지연, 공사비 상승, 손해배상 소송 등 난제 산적

방화6구역도 시공자 교체에 나서면서 사업이 약 1년 이상 지연됐다. 조합은 기존 시공자의 공사비 상향 범위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에 나섰는데 사업지연과 함께 손해배상 소송 등 분담금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합은 지난해 9월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자인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해지 안건을 의결했다. 

공사비는 2020년 최초 도급계약 체결 당시 3.3㎡당 471만원 수준에서 물가상승 등을 감안해 수차례 협의 및 조정을 거친 후 약 758만원을 책정했다. 다만, 이 비용은 음식물쓰레기 이송설비 및 외산 주방가구 등에 대한 적용을 포함한 금액이다. 이를 제외할 경우 공사비는 철거비용을 포함해 736만8,000원 수준이다.

공사비 갈등은 1년 넘게 이어졌다. 이 구역은 지난해 4월 이주 및 철거까지 완료했지만,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착공이 지연됐다. 조합은 도급계약 해지를 택했고,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에 따라 조합원 분담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조합은 새로운 시공자로 삼성물산을 선정했는데, 공사비는 오히려 더 증가했다. 현재 삼성물산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약 800만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기존 시공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의 일방적인 도급계약 해지를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조합원들의 분담금은 예상했던 수치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고등법원, 대여금 미지급 등 시공자 귀책 시 조합의 배상책임 없어… 전문가, 계약해지는 결국 양쪽 모두에 불이익

반대 사례도 있다. 지난해 말 광주고등법원은 기존 시공자인 광신종합건설이 전주 종광대2구역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공사도급계약 시공자 지위확인 청구’ 소송에서 1심 법원 조합 패소를 일부 취소했다. 판결 핵심 내용은 기존 시공자에 계약해지 책임이 있는 만큼 손해배상 부분을 취소한다는 것이다. 이 구역은 지난 2016년 3.3㎡당 공사비 382만원에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또 기본 이주비 금융비용을 포함한 사업비로 150억원 이내 한도에서 대여한다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2020년 조합이 요청한 사업비 대여 요청을 기존 시공자가 거부했고, 공사비 협상에도 난항을 겪었다. 이에 2020년 정기총회에서 계약해지 안건을 의결하고 해당 내용을 기존 시공자에 통보했다. 기존 시공자는 적법한 해제사유가 없고, 시공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1심 판결은 기존 시공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기존 시공자의 계약상 의무위반 및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해제된 이상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시공자 교체는 자칫 조합원들의 부담금 상승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엄정진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공사비 상승의 주된 원인은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등에 대한 상승”이라며 “조합과 시공자 중 어느 한쪽을 탓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과 시공자 양측 모두 사업지연, 실적 공백 등을 감안했을 때 적정한 선에서 원만한 타협을 이루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202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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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잿값과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다수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에서 시공사 교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그동안 개인적으로 주구장창 주장해 왔다. 일단 시공사가 선정되면 가급적 교체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러니 시공사를 선정할 때 잘 따져보고 신중하게 결정하되, 일단 시공사로 선정되면 가급적 교체하지 않는 것이 조합원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공사를 교체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공사비가 오르면 분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시공사를 교체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시공사를 교체해서 분담금이 줄어든 사업장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오히려 공사가 늦어지고 시공사 교체에 따른 매몰비용 등을 두고 소송으로 번져 결국은 분담금이 더 많아지는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사비 인상폭보다 시공사 교체에 따른 사업지연으로 부대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공사는 정해지면 가급적 교체하지 말고 합심해서 사업을 빨리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결국 시공사 교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