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경영/꿈과 비전

만약, 꿈과 희망이 사라진다면

김부현(김중순) 2009. 11. 25. 00:55

2009.11.24. 특별한 일정이 없었기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저녁을 먹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9시 뉴스가 끝나자마자 '시사기획 <쌈>'에서 "자살, 예방할 수 있는 고독의 병"이 방송되고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였다. TV를 보는 내내 아쉬움과 안타까움 뿐이었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35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5년 연속 단연 1위다. 특히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을 20~30대의 사망률 중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65세 이상의 자살률은 무려 OECD 국가 평균의 8배이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3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인구 10만 명당 10년 전에는 28.6명이었는데 비해 지금은 78명으로 급증하고 있어 그 증가 속도 또한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한다. 분명 예전보다는 사는 것이 나아진 것 같은데 도대체 자살하려는 사람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것일까? 바로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수 자우림이 부른 꿈을 잃고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한 사람의 심정을 노래한 <나사>의 노랫말 중 일부다.

 

무거운 걸음으로 다시 오늘도 피곤이 가시지 않은 머리로

어쩔 수 없지 이게 내 인생 나는 자리를 향해 출발해

쓰다가 버리는 작은 기계처럼 이런게 아니였지 목표는,

꿈을 꾸었던 것이 언젠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아

어머니, 당신은 알고 계시나요 나는 이름도 없는 나사

어머니, 당신은 만족하시나요 내가 왜 살아있는 건지 말해줘요

어머니 당신은 만족하시나요 내가 아니여도 세상은 돌아갑니다

어떤 행복을 꿈꾸어 나는 경쟁하고 경쟁했는데

우리가 그린 미래는 드라마에 불과한 공상입니다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노래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긍정적이고 힘이 되는 노래,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가요가 음악차트 1위를 차지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구약성서에서도 "꿈이 없는 백성은 망한다."고 했다. 꿈이 없는 개인 역시 망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여기서 말하는 망한다는 것은 결코 죽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만약 지구 역시 망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자연재해나 환경오염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꿈과 희망이 사라지는 날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구분이 명확해 지는 것 역시 자살률 증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릴때 소망했던 먹고 사는 것과 같은 것들은 대부분 이루어졌다. 하지만 자살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면 사람은 역시 먹고 사는 것으로 는 만족할 수 없는 존재임은 분명해 보인다. 사상 초유의 실업률, 사회 불평등, 그리고 양극화와 같은 경제지상주의의 산물인 어두운 사회적 지표들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2009년 상반기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전년 대비 47%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25위인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의 자살률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따라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가 만연하고 있다. 유명인이나 연예인들도 자살하는데 '나는 별 볼일 없는 하찮은 존재'라고 스스로를 자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의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20% 이상 높다고 한다. 자살은 돌이킬 수 없는 최후의 선택이다. 나 자신의 존재감을 회복하고 자신만의 꿈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 절망이라는 주변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면 자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면 책을 읽자.

 

대개의 경우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사전경고를 보낸다고 한다. 평소에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하기도 하고, 소중한 물건들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는 등 신변정리를 한다는 것이다. 자살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조그마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라고 한다.

 

자살률이 우리나라의 1/4에 불과한 영국에서는 'SAMARITAN(사마리탄)'이라는 자살예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120개 센터를 갖추고 7000명의 상담원들이 전화나 이메일, 방문상담을 통해 24시간 자살할 우려가 있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 단체는 국가의 지원금 없이 전액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최근 영국 정부도 '정신건강과 자살'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통해 무려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OECD는 "우울증은 치료할 수 있고,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라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덕분에 대부분의 가입국들은 우울증과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유독 우리나라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아직 정신건강에 관한 대국민 서비스는 걸음마 단계라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2008년 정부에서는 2013년까지 자살율을 20% 줄이겠다는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내년 예산은 5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이 중 3억원 가량을 사전 예방을 위한 광고비로 지출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환율변동이나 경제지표에는 민감하지만 국민들의 정신지표에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자살예방법'은 연이어 국회에 상정되고 있지만 계속 국회에 계류중이다. 자살 관련 우리나라의 사회적 비용은 년간 3조원에 이른다는 관련 기관의 연구도 있다. 이를 예방하는데 지원한다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사후약방문 보다는 사전예방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더구나 자살률은 높은데 비해 관련 법이나 제도, 예산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모두가 자살률 1위라고 외치고 있지만 그 누구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소위 대안 없는 비판에만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그리고 통계를 보면,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처음 시도하여 자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2~3번 시도하여 자살한다고 한다. 여기에 우리가 희망을 가져 볼 수 있다. 사전예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예방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자살을 예방하는 것은 오롯이 정부의 몫은 아닐 것이다. 정부 탓, 국회 탓, 예산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주는 따뜻한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예방에 힘을 모아야 한다.

 

더 이상 자살하는 사람을 의지력이 약하다거나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의지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음의 문제이고, 관계의 문제이고, 관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살을 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한 우리에게는 그 어떤 대안도 나올 수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이제 자살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터부시되어서는 안 된다. 숨겨둘 일이 아니라 오픈하여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누군가 감기에 걸리면 쉬게 해주고 병원도 데려가고 약국에도 간다. 하지만 꿈과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보면 의지박약하다거나 마치 정신병자처럼 취급하면서 도망가기에 바쁘다. 감기가 육체의 병이라면 자살은 마음의 병이다. 육체의 병은 금방 낫지만 마음의 병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주위에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있다면 피하기보다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먼저 다가가 보자. 나 역시 돈이 많아 후원금을 낼 수도 없고, 전문 지식이 없어 그들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조그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반성할 일이다. 조금 더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펴야겠다.

 

오늘 하루,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화라도 한 번 더 해보자.

그리고 말해주자.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니가 있어 행복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