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경영/꿈과 비전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가라

김부현(김중순) 2010. 1. 2. 00:15

요즘 사람들은 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삶을 흉내내고 있을 뿐이다.

나는 흉내를 내는데 한 평생을 써버리는 사람들을 숱하게 봤다.

흉내나 내면서 하루하루를 허비하다가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일 수 없게 되면 사람들은 자기 팔자를 원망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팔자라는 것이 도대체 뭔가? 그건 스스로 만든 것이다.

-막심 고리키

 

식품영양학적으로 에너지와 단백질 결핍으로 인한 심한 영양부족 상태를 '마라스머스(marasmus)' 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의학계에도 마라스머스라는 병이 있다. 이 병은 주로 전쟁고아나 고아원에서 외롭게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나타난다고 한다. 증상은 신체발육이 부진하고 온몸에 힘이 빠져 시름시름 앓다가 환자는 결국 죽는다. 물론 이 병은 영양부족이나 병균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원인은 사랑의 결핍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의사들이 말하는 이 병의 치료법은 너무 간단하다. "매일 사랑을 표현하라." 이 사랑의 말 한마디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최상의 묘약이다. 비단 사랑에만 마라스머스병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생을 걸만큼 중요한 꿈에도 이러한 병이 존재한다. 매일 꿈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또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의 영양분을 끊임없이 제공해야 화려한 꽃을 피운다. 그런데도 사소한 일에 마음이 흔들린다거나 상처 받은 시간에 대한 원망으로 보낸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미국 애틀란타의 한 야구장에서 구두를 닦는 한 흑인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밝고 명랑했지만 가끔 부족할 것 없이 뛰어 노는 또래 아이들을 보면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나는 왜 가난하게 태어난 거지? 언제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소년의 취미는 단 한 가지, 야구 선수들이 친 공이 하늘 높이 날아오를 때마다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어느 날, 구두를 닦으러 온 야구 해설가에게 소년이 물었다.

"아저씨, 야구공은 어떻게 저리도 시원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거예요?"

소년의 질문에 해설가는 웃음을 가득 머금고 대답했다.

"야구공을 자세히 살펴보렴. 온통 실로 꿰맨 상처로 가득하단다. 바로 그 상처 때문에 보통 공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간단다. 이제 알겠니?"

소년은 해설가의 말을 들은 뒤 자신의 가난을 불평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디딤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이 소년이 바로 제 7대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가나의 코피 아난이다.

그는 상처 난 야구공을 꿰매는 사람처럼, 전 세계 고통 받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는 데 온 힘을 바쳤다. 그리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를 깨달음으로 이끈 야구공처럼 상처는 감춰야 할 부끄러운 자국이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성장의 디딤돌이다. 상처는 꿈의 훈장이다.

 

상처를 통해 차곡차곡 쌓인 경험, 산전수전 그리고 공중전의 실전 연습까지 합쳐지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열정으로 표출된다. 그러니 꿈을 위해 노력한 일에 대해 너무 빨리 댓가를 기대하지도 말고 돈으로 환산하지도 마라. 그보다는 먼저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그 가치를 매겨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목표를 정하면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열정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계속된 자극이 있어야 한다. 영어공부도 마찬가지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1년 후 세계여행을 가야하고 외국인 친구가 생긴다는 믿음으로 임한다면 재미있게 영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팔만대장경으로 유명한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 인근 산골에서 태어났다. 당시에는 나라도 가난했고 우리 마을도 가난했고 우리 집도 가난했다. 부모님은 부지런하면 밥은 먹고 산다는 억척스러움 하나로 농사일을 견디며 성실을 몸소 실천하셨다. 부모님의 성실함 덕분에 어려웠지만 당시 우리 가족들은 밥을 굶지는 않았다.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논밭으로 나가 밤늦게까지 농사일을 하셨던 부모님, 유독 일복이 많으셨다. 하지만 그 힘든 농사일을 오로지 의무감 때문에 하셨다면 지금까지 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비록 천직이라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의무감에서 시작한 일, 쉽지 않으셨겠지만 어느 순간 자식들을 생각하며 농사일을 즐기면서 하셨던 것 같다.

 

'기분 좋게 마시는 술은 보약이고 홧김에 마시는 술은 독약'이라는 의사들의 말이 생각난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다. 싫어서 마지못해 하는 일은 독약이 될 수밖에 없다. 싫어해서 시작한 일이라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보약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TV 개그프로그램에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한 개그맨의 절규가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 그렇다. 사람들은 1등만을 기억한다. 그래서 1등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등이 많아야 1등이 돋보이는 법이고, 2등이라는 기초가 튼튼해야 1등이 견실한 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2등을 잘 기억해 주지 않는다. 축구 경기를 보라. 늘 관심을 끄는 선수는 골잡이들이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비수들의 역할이나 다른 선수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데도 유독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공이 돌아간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윤은기 총장은 '우리나라에는 '골잡이형' 인물은 많은데 '어시스트형' 인물이 적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혹시 우리가 어려서부터 1등만 기억되고 1등만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탓은 아닐까. 하지만 모두가 1등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골을 넣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시스트를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골을 넣기 위한 과정은 팀웍에서 출발하여 팀웍으로 완성된다.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가는 기러기들의 무리를 본 적이 있는가. 기러기들은 V자로 무리지어 날아간다. 왜일까? V자로 무리지어 가면 혼자 날아갈 때보다 70%나 더 멀리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에 있는 기러기가 힘껏 날개를 퍼덕이면 상승기류가 만들어져 뒤에 있는 기러기들이 편하게 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뒤에 있는 기러기들은 울음소리를 내며 앞서 가는 기러기를 격려한다. 선두에서 날아가던 기러기가 지치면 제일 뒤로 가고 다른 기러기와 교대를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무리 중에서 한 마리가 병이 들거나 부상으로 뒤처지게 되면 두 마리의 기러기가 도와주기 위해 함께 지상으로 내려간다. 이 두 마리는 뒤처진 기러기가 회복할 때까지 혹은 죽을 때까지 함께 한 후, 그 뒤에 오는 새로운 무리에 합류하거나 독자적인 대오를 만들어 원래 그룹을 쫓아간다. 기러기들은 동료들끼리 서로 도우면서 날아감으로써 커다란 힘을 만들어 내고 한 마리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먼 거리까지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꿈은 모두 다르지만 그 과정은 결코 다르지 않다. 꿈을 향해 뛰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혼자 뛸 때의 능력보다 훨씬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즉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다. 1+1=3이 될 수도 있고 5가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10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삶은 암흑투성이기도 하지만 실은 아주 단순하다. 내가 선택한 결과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에는 공을 100% 자기에게 돌리지만 중간에 일이 잘못되어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50%, 70%씩 다른 사람들에게 떼어주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항상 옳은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책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책임을 회피하려고 우리는 가끔씩은 인생역전을 꿈꾸기도 한다. 또한 우리는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한푼 두푼 모아서 부자가 되기는 불가능하다는 한탕주의 심리 때문에 한 번 쯤은 일확천금을 꿈꾸기도 한다.

 

로또복권을 관할하는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경제위기의 칼바람이 몰아친 작년 한 해 로또의 인기는 전년보다 오히려 상승했다고 한다. 신의 경지라 불리는 800만분의 1이라는 확률을 뚫어야 하지만 '돈벼락'을 맞을 수 있는 길은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뿐이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한 방에 '인생역전'을 꿈꾸는 로망은 바로 로또복권의 경제학이자 생명력이다. 한 해 동안 모두 282명의 '로또 부자'가 탄생했으며, 1인당 평균수령액은 19억 5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불황에 따른 한탕주의 심리가 가중되고 있음을 반영해 준다. 하지만 로또복권은 경제학적 개념으로 보면 아주 위험한 모험투자이다.

 

주위 사람들 역시 재미삼아 복권을 구입한다고 한다. 당첨일까지 기다리는 1주일이 행복하다고도 한다. 그냥 단순히 재미로만 그친다면 좋을 텐데 그 정도를 넘어서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것은 결국 삶을 더 거칠게 하고 더 힘들게 하고 나아가 삶을 피폐하게 한다. 나쁜 습관도 누구나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가 재미로 끝나지 않고 좋지 않은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결국에는 그 습관이 발목을 잡아 삶이 흔들릴 수도 있다. 로또복권보다는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