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현(김중순) 2010. 2. 3. 10:59

'역발상’은 '거꾸로 뒤집어 생각한다'는 말이다. 사물을 거꾸로 본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실제로 엉뚱한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인류의 역사는 역발상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 옛날 바퀴를 발명할 때, 누군가가 둥근 것을 보고 짐을 실어 나를 수 있겠다는 역발상을 하지 못했다면 바퀴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치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방법으로 일하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역발상도 아닐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기업이나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된 것을 선보이고 그것을 특화할 수 있어야 한다. '역발상'에 대해 스탠퍼드대학 경영학과 로버트 서튼 교수는 새로운 것으로 세상을 자주 놀라게 하는 3M, HP, 코닝 등 혁신을 잘하는 기업을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제품을 출시하는 비결에 대해 연구하여, 그 결과를 <역발상의 법칙 Weird idea that work>이라는 책으로 출간하였다.

 

저자는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한데, 혁신의 시작은 바로 ‘역발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일을 하면 당장에는 망하지 않고 제대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역발상 보다는 이때까지 해오던 것을 잘하는 소위 ‘숙련된 사람들’이 대접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에서만 엉뚱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의한 혁신이 없으면 기업이나 조직은 점점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는 2가지 서로 다른 경영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미 검증된 ‘과거 방법’을 이용하는 것과 엉뚱한 생각에서 출발한 ‘탐험적 방법’이 그것이다. 전자는 '기존 해왔던 것처럼 이미 정해진 방법대로 반복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방법이다. 이 방법대로 하면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보지 않고, 적당한 결과를 보장받을 수는 있다. 반면, 후자의 엉뚱한 방법은 '다양한 시각에서 출발하여 기존의 것을 탈피하고 전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는 방식'으로 지금 당장 결과를 보장받지는 못하지만, 혁신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다.

 

나아가 저자는 ‘엉뚱한 방법’을 어떻게 전개할 수 있을 지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기업의 구성원이 다양한 시각을 가질 것(다양성), 둘째, 늘 해오던 것이라도 항상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엉뚱한 태도를 가질 것, 마지막으로 과거에 성공했던 방법에 대한 경험을 모두 없었던 것으로 하고 항상 새롭게 도전하는 모험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일을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미 검증된 외과수술이나 비행기 조종 같은 것을 평소와 다른 엉뚱한 방법으로 했다가는 큰일이 나지만, 기업의 혁신을 고민해야 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급변하는 환경에 끊임없이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하는 경우, 더 이상 획일적이고, 늘 해오던 방식, 과거의 성공 경험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존을 위해서 기업(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을 엉뚱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로 바꾸어야 한다는 뜻일까? 그것은 아니다. 만약 기업의 모든 구성원을 이상한 사람들로 바꾸고, 신입사원들을 엉뚱한 사람들로만 뽑는다면 즉시 망할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혁신적 조직이 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진행되고 그 결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르지 않는, 더 나아가 변화를 계속 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층의 사고와 경영철학이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조직 구성원들도 종합적이면서 항상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데자부(De ja vu)'를 거꾸로 적은 '부자데(Vu ja de)'라는 이상한 표현을 만들어 냈다. '데자부'란 서양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로 '처음 접하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부자데'란 '익숙한 것도 낯설게 느끼는 느낌'을 표현하는 것으로 항상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의 것을 보는 혁신적 시각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런 ‘부자데’를 통해서 ‘창의력’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창의력’이란 '오래된 아이디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조합하여 새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조금 더 본질적으로 보면‘창의력’의 에너지는 이상한 생각, 즉‘역발상’인 것이다.

 

<혁신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역발상 법칙 12가지>

 

1. 기업 코드에 적응 못하는 소위 '고문관'을 고용한다.

멍청한 사람을 고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종류의 우둔함 또는 고지식함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라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개성과 다양성을 고루 갖춘 사람이기 때문에 혁신에 적합하다. 낯선 기업문화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기존에 선호하던)일수록 빠른 적응력 때문에 새로운 것을 보기 힘든 경향이 있다.

 

2.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을 채용한다.

이 경우 조직의 코드에 동화되지 못하는‘쓸모 있는 괴짜’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만큼 동질성이 없고, 동질성을 띠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은 오히려 편하게 느낄 것이다.

 

3. 필요 없는, 혹은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고용한다.

이런 사람은 가끔 전혀 다른 시각에서 문제의 본질을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통해서 혁신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4. 면접에서는 사람을 보지 말고 아이디어를 본다.

 

5. 상사나 동료를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사물이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존하고, 기존 조직에 동화되지 않도록 전문분야에 대해서는 비록 후배라 할지라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게 하는 것이 조직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한 가지 방법이다.

 

6.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을 싸우게 한다.

‘正.反.合.’의 원칙이 적용되는 상황, 지적충돌을 유발시켜 더 완전한 내용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한다. 창조적 갈등은 혁신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7.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을 준다. 나태한 사람만 처벌한다.

실패의 경험이 많을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패하지 않겠다는 말은 성공을 위해 노력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실패를 많이 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더 커진다.

 

8. 언제든 실패할 수 있지만 결국 성공한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를 성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성공한다는 확신에서 자신 있게 추진한다.

 

9. 말도 안 되는 것을 생각해 내고 실행계획을 세운다.

자신의 행동 중에 가장 말이 안 되는 방식을 생각하고, 그 이유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다 보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생긴다.

 

10.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따돌린다.

단기적 투자 회수만을 강조하다 보면, 기존에 검증된 과거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11. 답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부자데’방식이 필요하다. 답을 미리 알아버리면 새로운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정도가 약해지고, 어려움에 닥치는 순간 기존의 답을 채택해 버린다.

 

12. 과거의 성공은 깨끗이 잊어야 한다.

한 때 혁신을 통해 성공한 기업도 화려했던 과거에 빠져 더 이상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성공 경험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경우다.

 

따라서 혁신의 열쇠는 '역발상', 비교적 잘 나가는 조직에 오랫동안 몸담은 관리자일수록 관성의 법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검증되고 안정적인 방법을 계속 사용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왜 혁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반기를 들기 때문이다. 이런 반복이 계속 되면 기업의 혁신은 멀어지고 미래는 불확실하게 된다. 역발상에 대해서 생각할 때에는 불확실성은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대신, 이 역발상이 정말 들어맞는다면 어떻게 할까?

현재와는 다른 방법으로 회사의 조직과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을 생각해 보고 직접 실험해 봐야 한다.

 

혁신을 계속 이어가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 모든 기업이 엉뚱한 괴짜를 대거 영입하기보다는 구성원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엉뚱한 사고방식을 일깨울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개인도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한 발 물러나 종합적인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단편적인 것에 집착하지 말고 문제를 풀거나 새로운 것을 준비 할 때, 거꾸로도 보면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 방식에 익숙해야 앞으로 기업에서 환영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창의력'은 조직보다는 개인에 가까운 말이다. 사실 거대한 조직에서 자신의 창의력을 깨우고 역발상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것은 조직에 '암적인 존재'라느니 '조직에 해를 끼치는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을 견뎌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구성원 각자가 창의적이지 않으면 그 기업 역시 창의적인 기업이 될 수 없다. 조직의 힘의 근원은 결국 조직에 몸담고 있는 개인들의 합이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여러 번 사표를 썼다 찢는 직원들이 많은 기업은 영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창의적이다. 하지만 그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는 때와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어느 외국인의 말이다. "대한민국은 소위 '우리'라는 집단성이 국가 발전을 저해하고 세계화로 나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라는. 세계화는 집단보다는 개인의 창의력을 요구하고 있다. 엉뚱하고 이상한 놈이 많은 기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아가 각자의 목표나 꿈을 이루는데 있어서도 때로는 이러한 '역발상'이 필요하다. 이미 사회적으로 대우받고 인정받는 직업이나 일에 자신을 맡기기보다는 새로운 분야에서 최초가 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들은 대부분 경쟁이 치열하다. 동시에 그 경쟁은 경쟁을 위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제로섬게임 장이다.  따라서 최고보다는 최초를 추구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