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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2010년, 그리고 2110년

김부현(김중순) 2010. 2. 18. 10:46

1910년 겨울은 올해처럼 추웠을 것 같다. 정치와 사회가 모두 암울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나라를 빼앗겼던 한일합방이 있었던 해였으니 오죽했을까. 경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일본인 소유 기업은 109개(1911년 기준)였으나 한국인 기업은 27개에 불과했다.

이로부터 100년이 흘렀다. 업체 수는 326만개로 늘었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했다. 한국은 더 이상 싸구려 제품을 파는 나라가 아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현대중공업 등 글로벌기업들이 수두룩하고, 사업포트폴리오가 한곳에 집중돼 있지 않아 비교적 안정적이다. 또한 올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의장국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영광까지도 누리게 됐다. 세계가 글로벌 위기로 중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가장 먼저 훌훌 털어내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분위기다.

100년 전 한국을 무참히 짓밟았던 일본 모습은 딴판이다. 세이부백화점과 미쓰코시백화점이 문을 닫았고 세계 자동차시장을 석권했던 도요타자동차는 대규모 반품사태로 흔들리고 있다. 세계 전자제품시장을 쥐고 흔들었던 소니는 오래전에 삼성전자에 백기를 들고 뒷방으로 물러나 있지 않는가.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와 같은 성경 말씀처럼 100년 전 우리나라 모습은 티끌에 불과했으나 요즘엔 세계질서를 바로 잡을 만큼 힘이 세졌고, 미국 편향적이었던 글로벌스탠더드에 한국식이 거론될 만큼 위상 또한 높아졌다.

과연 앞으로 100년 후 2110년 한국의 모습은 어떻게 달려져 있을까. 일본의 전철을 따라갈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천운’을 맞아 중국과 함께 세계를 주름잡을 것이란 긍정적인 예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인생은 물론이고 나라도 흥망성쇠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에 100년 뒤의 일을 누가 알겠는가마는 중요한 점은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고 가장 빨리 행동에 옮기는 자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주체별로 미래에 가장 중요해질 일을 꼽으라면 국가는 외교를 잘해야 하고, 기업은 사회적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개인은 노후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중 패권경쟁은 전쟁까지도 불사할지 모를 일이기에 우리나라는 슬기롭게 외교정책을 펴야 하고, 기업들은 올해 10월에 만들어질 ‘기업의 사회적책임 국제표준(ISO SR26000)’ 때문만이 아니라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책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내놓은 애플이나 3D영화 아바타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는 ‘상생정신’이 자리했다는 점을 곰곰이 되씹어봐야 할 것 같다.

개인들은 자기계발을 통해 ‘평생직업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기업이나 개인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도전정신인 것 같다. 스위스 영화 비투스에서 비투스가 투자를 망설이는 할아버지에게 던진 말을 귀담아 들어보자. “비행기는 땅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합니다. 하지만 비행기는 날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나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한다면 100년 후 한국은 격납고에서 잠자는 비행기 신세가 아니라 ‘안전한 비행’을 하고 있지 않을까.
-<매경이코노미>2010.2.17자, 통권 1544호, 편집부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