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부침주-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
기원전 207년 11월, 진나라의 대장수 장한이 주력부대를 이끌고 거록성으로 진격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성을 지키고 있던 조나라 군대는 병력도 열세인 데다가 군량미도 다 떨어져 매우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연나라 군대가 급하게 지원하려 달려왔지만, 진나라 군대의 맹렬한 기세에 지레 겁을 먹어 싸울 엄두도 못내고, 부근에 부근에 군영을 차려놓은 채 사태를 관망했다.
천하를 도모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던 초나라 항우가 전세를 가만히 분석해보니, 이 전투를 잘만 이용하면 자신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항우는 천하에 이길 자가 없는 용맹함에 비해 지모는 갖추지 못했다. 더군다나 진나라 군대가 병력 면에 월등했기에 아무리 용맹한 항우라할지라도 무턱대고 공격할 수는 없었다. 마땅한 묘수가 없어 안달하고 있을 때, 한 책사가 그에게 묘안을 제시했다.
항우는 우선 군사 2만을 보내 진나라 군대의 보급로를 끊게 하고, 자신도 군사들을 이끌고 강을 건넜다. 그러고는 군사들에게 배는 물론 밥 짓는 가마솥과 시루까지, 강을 건너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모조리 부수어 버리라고 명령했다. 퇴로를 완전히 차단한 것이었다.
항우는 군영의 막사까지 불태운 뒤, 병사 한 명당 딱 사흘치의 식량만 지니도록 했다. 말 그대로 임전무퇴의 전투 태세였다. 앞에는 강력한 군대가 버티고 있고 뒤에는 퇴로가 없으니, 이제 남은 길은 싸워서 이기느냐 진나라 병사의 칼 아래 죽느냐, 두 가지 뿐이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죽도록 싸우는 것뿐!
초나라 군대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들은 진나라 군대가 미처 응전 태세를 취할 겨를도 없이 맹공을 퍼부었다.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목숨을 완전히 내놓은 것처럼 싸웠다. '일당백'의 용맹이란 바로 그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몇 차례의 교전으로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진나라 군대는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에 바빴다.
항우는 말을 타고 가장 선봉에 서서 병사들을 격려하며 위용을 떨쳤고, 진나라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일부 진나라 장수들은 군영에 몸을 숨긴 채 항우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초나라 군대의 그런 결사의 투지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전투가 막을 내린 후 그들은 모두 항우의 발 앞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들을 부하로 받아달라고 애원했다.
이 전투는 항우가 초나라의 패왕으로 군림하는 데 기초가 된 결정적인 전투였다.
여기에서 바로 "破釜沈舟(파부침주)"라는 고사성어가 유래되었다.
이는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싸움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함을 이르는 말이다.
2010년 새해 벽두부터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화두는 바로 "파부침주"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일에서, 일상생활에서 파부침주와 같은 마음으로 임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우리는 늘 어떤 일을 하면서 유비무환이라는 말로 퇴로를 미리 준비해 두려고 한다.
유비무환은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에, 목표에 파부침주와 같은 자세로 임했던 적이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