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경영/헐렁한 군주론

명령도 받지 말아야 할 명령이 있다

김부현(김중순) 2014. 10. 6. 11:59

명령도 받지 말아야 할 명령이 있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한나라의 중심지였던 한중 정벌에 나섰을 당시 밀고 밀리는 치열한 전투에서 유비의 형세가 불리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분노에 찬 유비에게 그따위 형세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빗발처럼 날아드는 화살과 돌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적진을 향해 뛰어들었다. 모든 장수들이 유비에게 그러시면 안 됩니다, 빨리 피하십시오!’라고 만류했지만, 유비는 장수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대개 군사작전은 주군이 장수들과 협의를 하기 마련인데, 이때만큼은 유비는 그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 ‘장수들에게 너희들은 그냥 거기에 있어라는 시늉만 했다. 장수들은 적진으로 뛰어드는 유비를 보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참모 법정이 유비를 따라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병법에 명령도 받지 말아야 하는 명령이 있다고 했다. 법정은 유비의 명을 거역한 채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깜짝 놀란 유비가 말했다.

법정, 내 명을 거역할 셈인가! 어서 피하란 말일세!” 법정이 대답했다.

주군께서 직접 화살과 돌 사이에 계신데 어찌 제가 피할 수 있겠습니까!” 유비는 가끔가다 이상한 고집을 부렸는데 그 고집을 꺾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법정만이 유비의 고집을 잠재우는 비책을 가지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유비와 법정의 의사소통은 어긋난 것이다. ‘따라오지 말라는 장수의 명을 거역한 채 법정은 따라나섰고, 피하라고 했는데도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법정을 군주의 명을 거역한 배신자로 부르지 않는다. 인간이 언어로 하는 의사소통은 30%에 불과하다. 몸짓, 감정과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부하인 법정은 상사의 언어적 명령을 거역한 채 비언어적 의사소통으로 상사인 유비와 함께 한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의사소통은 허울뿐이다.

특히 신임 사장이나 리더들에게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더욱 중요하다. 직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으로 모범을 보일 때 의사소통도 가능하고 신뢰구축과 충성심도 확보할 수 있다.

<손자병법> 작전편作戰篇에서는 장수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고, 그 다음은 공격하지 않고 성을 함락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제일의 병법서라 불리지만 될 수 있으면 맞붙지 마라는 비겁함이 베여있다. 손자는 왜 피를 흘리지 말고 이기는 것을 강조했을까. 전쟁의 특수성 때문이다. 전쟁은 이기는 쪽도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움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에서도 직원들과 싸우는 리더가 가장 어리석은 리더이다. 신생군주(신임사장)라면 백성(직원)들의 무장(월급)을 해제시키지(깎지) 말아야 오랫동안 정권유지(자리유지)가 가능하다고 조언한 마키아벨리의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만약 백성들의 무장을 해제시키면 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백성들은 군주가 유약하고 비겁하거나, 의심이 많아 자기들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군주는 백성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고 결국 권력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