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많은 분들이 대우마리나1,2차재건축추진 준비위원장 명의의 안내 문자를 받았을 것이다. 9월 17일 아르피나 그랜드볼륨에서 대우마리나1,2차아파트 재건축 관련 '신탁방식+독립정산제'에 대한 김예림 변호사의 설명회가 있었다. 한 마디로 조합방식이 아닌 사업속도가 빠른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겠다는 것과 상가와 아파트를 구분하여 정산하는 독립정산제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가능할까?
1. 대우마리나 재건축, 조합방식 버리고 신탁방식으로 갈까?
<도시정비법>을 모태로 하는 재개발 재건축은 조합방식, 신탁방식, 토지등소유자방식 등과 같이 여러 사업방식이 있지만, 현재 90% 이상 사업장들이 조합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재개발 재건축은 <도시정비법>을 필두로 지자체 <조례>, 해당 사업장 <정관>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한 마디로 절차도 복잡하고 법과 조례를 알아야 하는 어려운 사업이다. 그렇다면 조합은 <도시정비법>을 비롯하여 절차, 분양자격 등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노하우가 있을까? LH, 건설사, 신탁사, 전문업체 등이 조합보다 훨씬 전문성이 있다. 그런데도 왜 전문성도 없는 조합이 총대를 메고 사업을 시행할까?
재개발 재건축은 주민들 스스로 하는 사업이기에 가급적 제3자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LH나 건설사 등에게 맡기면 때로는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해 사업을 진행하거나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의사결정을 하는 폐혜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H에 사업을 맡겼더니 사업속도에만 관심을 둔 나머지 조기이주를 위해 영업손실보상금은 통상 4개월치인데 10개월치를 지급하거나, 빨리 이주하라고 이주비를 감평에 관계없이 5억씩 지급하는 것과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그로 인한 피혜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전가된다. 이같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스스로 의사결정하고 사업을 할지 말지도 결정하라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조합이고 동네사람들이 토지등소유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은 정비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조합장도 대부분 전문성이 부족하고 조합에 일하는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듣보잡 유령업체들이 조합장을 앞세워 비리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등록된 전문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어 많이 개선되었다. 조합원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 사업을 했는데 분양이 잘 안되거나 마이너스가 생기면 조합원들이 분담금이란 명목으로 호주머니를 털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금리인상, 자재비, 인건비, 물가상승 등으로 PF가 어려워지고 공사비를 차치하고도 똘똘한 시공사 선정도 쉽지 않아 사업이 답보상태이거나 지연되기 일쑤고, 이미 선정한 사업장들도 추가공사비를 두고 갈등이 번지고 있다. 이 틈을 비집고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 이른바 신탁방식이다. 신탁이란 믿고 맡기는 것이다. 사업을 잘 아는 전문성있는 업체에다 조합을 대신해서 일을 맡기는 것이다. 신탁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업속도와 자금조달 때문이다. 신탁방식은 신탁사가 정해지면 곧장 시공사를 선정하기 때문에 조합설립이 필요없어 조합방식보다 훨씬 빠르게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신탁방식은 조합원들이 관리 감독을 하고 신탁사가 수수료를 받고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탁수수료가 4% 정도로 만만치 않다.
신탁방식의 장점은 전문성이 있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추진위원회나 조합설립 절차가 필요없어 2~3년이면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게다가 신탁사의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용이하고, 조합보다 저금리로 조달이 가능하다. 또한 조합방식의 대표적인 폐혜로 지적되는 조합장 및 임원 관련 비리를 방지할 수 있는데다 신탁사가 직접 자금관리를 하기 때문에 투명성도 제고할 수 있다. 물론 신탁방식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만능도 아니다.
단점은 조합방식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높은 신탁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게다가 조합원들의 의견반영이 어려울 수 있고, 신탁사가 지정되면 신탁사의 논리대로 사업이 진행되어 조합원들이 끌려갈 가능성이 높고, 조합원보다는 신탁사의 이익을 최우선시 한다는 점이다. 75% 동의로 일단 신탁사가 지정되지만 해지시에는 100%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게 큰 단점이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선택은 토지등소유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2. 대우마리나 재건축, 독립정산제 가능할까?
독립정산제란 개발이익을 분리한다는 것이다. 아파트와 상가가 함께 재건축을 해서 개발이익은 상가 따로, 아파트 따로 각각 분리하여 정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가는 아파트의 이익을 넘볼 수 없고, 아파트 역시 상가의 이익을 넘볼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고 상호 갈등도 차단할 수 있어 좋은 대안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건축에서 독립정산제를 채택했던 사례가 딱히 떠오르질 않는다. 수많은 재건축 단지에서 이처럼 좋은 독립정산제를 왜 채택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관처를 앞둔 부산 남천삼익비치도 상가조합원들이 독립정산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독립정산제가 이상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도 어렵도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우마리나의 경우 아직까지는 상가의 경우 아파트를 받지 않고 상가만 받겠다는 입장이고 독립정산제로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상가쪼개기로 상가조합원이 아파트를 받겠다고 해서 상가와 아파트 조합원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대우마리나 상가 역시 추후 조합설립을 볼모로 아파트를 받겠다고 주장할 수 있어 여전히 변수가 많다. 만약 대우마리나가 독립정산제로 간다면 그건 우리나라 재건축에 역사적인 획을 긋는 일인 동시에 모범 사례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대우마리나는 신탁방식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독립정산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