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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희소성으로 결정된다

김부현(김중순) 2023. 11. 29. 11:15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많지만 결국 희소성으로 결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입지를 신앙처럼 받들고 있지만 물리적 입지를 능가하는 것이 희소성이다. 그 어떤 좋은 입지도 희소성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부산에서 엘씨티, 남천비치, W아파트가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결국 희소성 때문이다. 제2의 엘씨티, 남천비치, W아파트가 탄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건축이 가격상승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도 희소성 때문이었다. 재건축의 발목을 잡았던 안전진단이 국토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2022.12.8.)’으로 완화되어 2023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안전진단 요건이 완화되었다는 것은 사업 측면이나 신규공급 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이다. 안전진단 통과가 재건축을 시작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자 선행조건이기 때문이다. 안전진단 요건이 완화되자 너도 나도 재건축 대열에 합류하여 희소성이 사라져 버렸다. 안전진단만 통과하면 일사천리로 재건축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부동산시장 침체기와 맞물려 안전진단을 통과하고도 사업이 멈추어 있거나 진행되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투자 측면에서 보면, 안전진단 완화가 반드시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동안 재건축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가격상승을 주도했던 이유도 희소성 때문이었다. 여러 아파트 중 한 개 아파트만 안전진단을 통과해서 재건축이 진행되어야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가격상승을 주도할 수 있다. 그런데 너도 나도 안전진단을 통과하다보니 희소성이 사라지고, 희소성이 사라지니 시장의 관심도도 떨어지고 가격도 오르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신규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축을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재건축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실망매물이 나와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오히려 신축이 아닌 재건축 아파트를 사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지나치게 오르는 것에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내린 것에 집중하여 투자 결정을 할 필요도 있다. 오를 집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내린 집을 사는 것은 더 중요하다.

돈을 버는 사람들은 쫓아가지 않는다. 오를 집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다렸다가 빠진 집을 산다. 결국 투자는 불확실성, 즉 리스크를 줄이는 게임이다. 오를 것을 예상하고 사는 것과 이미 내린 집을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낮을까? 오를 것을 예상하고 사는 것보다 이미 내린 집을 사는 것이 리스크가 적다. 그러니 가격이 오를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가격이 내린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부동산투자로 수익을 내려면 통계를 분석하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변화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투자에서 변화란 손해를 감수할 용기를 말한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면 아무리 책을 읽어도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데 월급도 받고 싶다면 모순이자 이율배반적이다. 회사를 그만두면 월급이라는 손해를 감당할 용기가 필요하다. 손해를 감수할 용기가 변화의 출발점이자 투자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니 너무 많이 준비하지 말자. 운전을 잘하는 사람은 교통흐름을 잘 타듯이 투자 역시 흐름을 타는 것이다. 부동산은 사이클이다. 흔히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변화하는 자들이 역사를 만들어 간다. 

"행운은 냉정하게 행동하는 사람보다 충동적인 사람에게 더 쉽게 복종한다. 따라서 행운을 얻으려면 덜 조심스럼고 더 난폭해야 하며 더 대담해질 필요가 있다. 그러니 너무 현에 안주하지 마라." -마키아벨리 <군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