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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부등본 모르면 전세사기 당한다

김부현(김중순) 2023. 12. 21. 13:14

깡통전세 운영 일가족 파산…사회초년생들 '날벼락'...서울 응암·역촌·수색동 건물 3채 소유한 부부 파산...부모, 여동생 소유 방학·쌍문동 건물 2채도 경매로...보증금 환불 능력 없었지만 세입자 지속적으로 받아...건물 모두 매각해도 세입자들 수천만원 손실 불가피...피해자 최소 50명 이상···피해액 100억 달할수도... -<서울경제>, 2023.11.26.

한국의 갈라파고스, 굴업도

깡통전세, 전세사기로 방송, 언론은 물론 온 나라가 시끄럽다.

‘깡통전세’란 세입자가 전세계약을 체결하면서 지불한 보증금을 되돌려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시세가 형성되지 않은 신축 빌라의 경우에 자주 발생하는데 빌라가격보다 보증금을 더 높여 전세계약을 체결하여 발생하는 일이다. 1억짜리 빌라를 1억이나 그 이상으로 전세를 놓는 것이다. 혹자는 ‘누가 1억 짜리 빌라에 보증금을 1억2000만 원이나 주고 계약을 할까 싶겠지만 신축이다 보니 실거래가격도 없고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깡통빌라의 근원적인 문제는 부동산시장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상승장에서는 깡통빌라가 아니었으나 빌라가격이 떨어지는 하락장이 되면 깡통빌라로 전락하는 것이다. 즉 매매가와 전세가가 올라갈 때는 잠복해 있다가 하락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근래 들어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지만 하락사이클이 지나면 다시 깡통에서 해방된다. 사실 깡통전세는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빌라값 상승을 기대하며 은행 대출을 받아 왕창 사들였으나 시장 침체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집값 하락과 은행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연체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깡통전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당 빌라에 대출금이 없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격 폭락으로 빌라 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진다면 이 역시 깡통전세로 전락한다. 빌라가 경매로 넘어가 전세금보다 낮은 가격에 집이 낙찰된다면 전세금을 손해 보거나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해당 빌라에 대한 대출금과 전세금의 합이 집값의 70%가 넘는 경우 잠재적 깡통전세로 보고 있다.

아무튼 무자본 갭투자로 깡통을 만드는 사기꾼도 문제지만 자본주의에서 사기꾼은 인류 역사와 괘를 같이 한다. 아무리 처벌을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피하는 게 상책이다. 피하는 방법은 미리 공부를 해두는 것이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 여기저기 전화걸고 상담하고 쫓아다니는 건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지금 부산시청에서는 부산시와 공인중개사협회가 공동으로 전세사기 피해 상담창구를 운영중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 상담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지만 상담하러 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언론에서는 온통 전세사기 피해로 도배질을 하지만 생각보다는 상담신청자가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부동산과 관련한 공적서류는 등기부등본(토지,건물), 토지대장(토지), 건축물대장(건물)이 대표적이다. 등기부등본의 정식명칭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인데 편의상 실무에서는 등기부등본이라 부른다. 물론 ‘등기부등본 모르면 전세사기 당한다’는 말은 논리의 비약일 수 있다. 직접적 상관관계는 없을지 모르지만 무시하면 언젠가는 큰 코 다친다. 등기부등본은 부동산 임대차나 매매계약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금도 전세사기가 판치고 있다. 전세계약을 하기 전에 미리 공부하고 공인중개사에게 상담을 받는 게 상책이다. 거액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의 특성상 문제가 터지고나면 해결책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도 어렵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대다수가 사회초년생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사회초년생이라고 등기부등본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상대적으로 사회경험자들에 비해 사기꾼들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주민등록등본은 모두 알고 있다. 주민등록등본에는 한 집안의 역사가, 주민등록초본에는 한 개인의 역사가 들어있다. 마찬가지로 등기부등본에는 그 부동산에 대한 역사가 오롯이 들어 있다. 그러니 정부24 사이트에 들어가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의 등기부등본부터 발급받아 보라.

등기부등본은 소유자만의 비밀이 아니다.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는 공개된 공적서류다. 등기부등본의 기본구조는 표제부, 갑구, 을구라는 3개의 섹터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부, 갑구, 을구라는 용어 자체가 좀 고리타분하긴 하지만 어쨌던 법적 용어는 국민들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표제부, 갑구, 을구로 숙지하는 수밖에 없다.

<표제부>는 사람의 신분증과 같은 것이다. 해당 부동산의 소재지, 지번, 지목, 면적, 건물번호, 건물명칭, 대지권표시 등 전체적인 현황이 표시되어 있다. 따라서 표제부에 표시된 정보와 실제 거래를 하려는 부동산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갑구>에는 소유자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다. 현재 소유자가 누구인지, 그동안 소유자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그 이력이 모두 나타나 있다. 듣기만해도 섬찟한 압류, 가압류, 가등기, 가처분, 경매 등과 같이 소유권 변동을 수반할 수 있는 내용도 갑구에 나타나 있다. 갑구는 현재 소유자가 누군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매매계약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을구>에는 표제부와 갑구의 소유권을 제외한 내용들이 표시되어 있다.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근저당권,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면 근저당권과 더불어 지상권이 설정되었는지, 그리고 세입자가 전세 들어가면서 전세권을 설정했는지 여부, 그리고 자주 접할 수는 없지만 지역권 등도 을구에 표시된다.

따라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전세 들어가 확정일자 받고 전입신고 했다고 두 다리 뻗고 자면 곤란하다. 전세 들어간 그 다음날 반드시 직접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변동사항이 있는지를 한 번 더 확인해봐야 한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면 표제부, 갑구, 을구의 순서, 접수번호, 가압류, 가처분 등과 같은 용어는 물론 글자 하나하나에 대해 더 깊이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그럼 등기부등본을 열심히 공부해서 숙지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문제는 지금부터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가에서 제공하는 등기부등본이라는 공적서류를 100% 믿을 수는 없다. 간혹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그 소유자로부터 집을 샀는데 나중에 진짜 소유자가 등장하여 계약이 취소되어 법적 다툼을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등기제도의 특징 때문이다.

우리나라 등기부등본은 ‘공신력은 없고 공시력만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공신력과 공시력은 ‘ㄴ’ 받침 하나가 있냐 없냐의 차이지만 그 내용은 하늘과 땅 차이다. 공신력이 없다는 말은 개인간 거래에서 문제가 터져도 국가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시력이 있다는 말은 등기부등본상 소유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국가에서 알 수 없으니 그냥 참고만 하라고 공시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진 주요국들 대부분은 등기부등본에 공신력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공신력이 없다는 말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등기부등본을 믿고 거래를 해서 잘못되더라도 국가는 나몰라라 하고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 아닌가? 이게 말이 되냐! 우리나라가 세계적 인터넷 강국이자 전자정부의 선두주자인데 등기부등본의 공신력을 부여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나? 공신력을 부여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없을 텐데, 이해할 수가 없네?

흥분하지 마시라. 흥분할 일도 아니고 국가를 원망할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등기부등본의 공신력을 부여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등기제도는 형식적심사주의, 즉 서류가 위변조된 것인지와 관계없이 서류의 형식만 갖추면 무조건 등기를 해 주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등기관은 관련 서류만 보고 등기를 해주고 그 서류가 위조된 것인지를 따지지도 않고 따질 권한도 없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거래되어 등기하는 부동산이 한 달에 5만 건이라고 치자.

공신력이 없는 현행 형식적 심사주의 등기제도를 채택할 경우 3~4일이면 등기가 된다. 그런데 공신력을 부여하려면 등기하는데 3~4개월 정도 소요될 수 있다. 이유는 매매계약을 하려면 매도자와 매수자가 손잡고 국가기관인 법원에 가서 진짜 팔 사람이고 진짜 살 사람인지를 확인받아야 한다. 등기심사관이 500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게다가 등기 소요기간도 3~4일에서 3~4개월로 늘어나게 된다. 아파트 매매를 했는데 서류 준비해서 법원에 가야하고 등기하는데 3개월 걸린다면... 그래도 괜찮겠어요?

따라서 국가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설령 5만 건 중 1~2건이 문제가 되어도 국가적으로는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공신력을 인정하려면 엄청난 행정인력과 비용이 소요될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법원을 왔다갔다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데다 등기하는 기간도 너무 길어져 국민들의 시간과 비용 낭비도 심해진다. 게다가 빨리빨리 문화로 대별되는 우리의 정서상 등기하는데 몇 개월이 걸린다면 대통령 물러가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등기부등본의 공신력이 없다고 거품물 일은 아니다. 설령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와 거래를 해서 문제가 되더라도 법원에서는 선의의 피해자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등기부등본을 믿고 거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따라서 국가에서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제공하는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건축물대장과 같은 부동산 공적서류는 이중삼증으로 확인하여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등기부등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전세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건축물대장이나 토지대장을 본 적이 없다면 집을 사지도 말아야 한다.

사람을 파악할 때는 이력서를 꼼꼼하게 보고 평판조회도 하면서 부동산을 사면서 등기부등본을 모른다고 해서야 되겠는가! 부동산 계약을 하면서 등기부등본을 볼 줄 모른다면 그것은 권리위에 잠자는 것이고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국민된 도리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