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산행기/남부지역

원시의 섬, 가거도! 도보일주

김부현(김중순) 2009. 5. 25. 00:43

5.21(목).

서울엔 하루종일 봄비가 내렸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커피를 마시고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었다. 20:00를 조금 넘겨 우산을 받쳐들고 배낭을 메고 나섰다. 여느 때처럼 딱히 정해진 목적지는 없다. 나에게 있어 떠남에 거창한 이유나 잘 짜여진 스케줄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냥 멀리 가보고 싶었다. 가슴이 시키는 곳으로...

용산역으로 향했다. 21:30분발 마지막 목포행 기차에 올랐다.

00:50 목포역에 도착, 택시로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여기서 더 멀리 가보고 싶었다.

 

5.22(금).

08:00 목포발 가거도행 쾌속선에 올랐다. 어제 내린 비로 연안을 벗어나자 배가 심하게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1미터 정도의 점프를 하며 물살을 갈랐다. 모두들 심하게 배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멀미는 해본적이 없었던 나였지만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12:15 드디어 가거도항에 도착했다.

목포항에서 시속 60km를 달리는 쾌속선으로 4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곳,

우리 국토 최서남단 끝, 가거도!

목포에서의 거리가 무려 131.8km다.

천의 얼굴을 가진 섬, 가장 원시적인 자연을 보존하고 있는 곳... '가히 살만한 곳' 가거도...

 

5.23(토).

가거도에 온지 이틀째... 가거도는 과거에는 소흑산도라고도 불렸다.

그 후 "가히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는 의미로 가거도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제는 심한 배멀미로 구경다운 구경을 할수가 없었다.들뜬 마음으로 눈을 떴다.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10시가 지나자 햇살이 간간이 고개를 내밀었다.

배낭을 메고 섬일주에 나선다.

 

-가거도 섬일주 여정 : 가거항-동개해수욕장-김부연 하늘공원-하늘공원 전망대-땅재 전망대-달뜬목-능선전망대-임도-KT가거분소 통신탑-

                              도-독실산 정상(639m)-제1,2전망대(480고지)-갈림길-백년 등대-갈림길-신선봉-2구마을-영화촬영지-

                              섬등 반도와 망부석-샛개재삼거리-회룡산 정상-샛개재삼거리-가거항

-도보거리 : 약 22km(정확한 이정표, 거리표시 없슴, 추정거리임)

-소요시간 : 약 10시간(slowly)

 

 

가거항을 시작으로 시계반대방향으로 일주하기로 했다. 

적색 실선으로 표시된 부분은 등산로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곳이니까 유의해야 한다.

능선조망대를 지나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독실산 정상까지는 그냥 차도로 걸어야 한다.

산정으로 이어진 등산로는 없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도 안내장만 보고 이곳에서 많이 시간을 허비했다.

 

동개해수욕장이다.

모래가 아닌 몽돌해수욕장이다.

하늘빛과 물빛이 아름답다. 

해수욕장을 지나 '김부연하늘공원' 전망대에서 본 가거도항의 모습이 아담하다.

해무가 살짝 앉아 있는 회룡산 정상 선녀봉의 모습이다.

그 옆으로 2구마을로 가는 포장길이 선명하다.

섬일주를 마치고 저 도로를 따라 돌아올 예정이다.

저 회룡산 정상에서 아마 난 석양을 볼 것이다. 

하늘공원 전망대에서 본 동개해수욕장이다. 

하늘공원을 지나 달뜬목 전망대에서 본 "달뜬목과 해뜰목"의 모습이다.

금새 해무가 밀려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1년에 맑은 날이 70여일에 불과한 가거도에서는 늘 있는 일이다.

햇살이 비치는 데도 해무가 밀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달뜬목을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자 "능선전망대"가 나타났다.

전망대 답게 섬중앙을 기점으로 왼쪽, 오른쪽 모습이 대조적이다.

저 멀리 아스라히 가야할 독실산이 운무에 가려져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도로가 가거항에서 2구마을로 가는 길이다.  

능선전망대서 본 가거항이다.

해무가 엷게 끼어있지만 나름 운치있는 모습이다.  

해무가 잠깐 쉬는 사이 저 멀리 독실산 정상이 희미하게 보인다. 

능선을 여럿 넘어야 한다.

혼자가는 산행이 운무와 바람으로 살짝 긴장되기도 했다.

능선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해무가 자리하고 있고, 능선 왼쪽 가거항은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대조적이었다.

능선전망대에서 30분 가량을 머물렀다. 

가야할 임도길이 선명하다.

벌써 가거항으로 쾌속선이 들어오고 있다.

어제는 20여명이 왔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내릴 것 같다.

목포발 배가 들어오는 것을 보니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일 것이다.  

대부분 낚시꾼들이 많다.

가거도는 우리나라 3대 섬 낚시 유명지다.

독실산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 곳이 3구마을 쪽이다.

3구마을은 차량진입이 불가능하다.

가거도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다.

 

독실산 정상이다.

가거항을 출발하여 3시간 30여분을 걸어 13:30분경에 도착한 정상이다. 

정상은 군사보호구역으로 사진촬영도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정상은 기대보다는 실망이었다.

전망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등대가는 방향으로 10분 정도 가면 경치좋은 제1 전망대가 나온다. 

독실산 정상을 지나 등대방향으로 가는 능선이다.

저 능선 끝자락에 등대가 있다.

2시간이면 도착할 것이다.

이곳이 바로 "제 1전망대"이다.

한낮이 되자 날씨는 쾌청했고 바다는 푸른빛을 띄기 시작했다.

신록이 정말 푸르다. 해무에 가려진 검은여바위가 멀리 보인다.

"제 2전망대"에서 본 바다는 아직 해무가 가시지 않고 있다.

왼쪽에 보이는 곳이 섬등 반도와 망부석이다.

앞으로 3시간 후면 저곳에 도착할 것이다. 

 

독실산에서 등대까지는 2시간여 걸린다.

등산 안내표지판은 거의 없으나, 길을 안내하는 흰색 페인트를 나무에 칠해 놓았다.

하지만 군데군데 헷갈리는 곳이 있다. 그럴 경우 무조건 흰색페인트를 보고 가면 된다.

그나마 독실산에서 등대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다.

"백년등대"다.

등대지기에 의하면, 백년 동안 불을 밝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에 의하면,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위치한 백년등대는 1907년 만들어져 1935년 유인등대로 증축하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등대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대한민국 근대문화 유산 제380호'로 지정되어 있다. 

등대 아래에서 본 480고지다.

몸속의 수분을 쫙 빼고 온 능선을 되돌아본다. 

2구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능선 중턱까지 다시 올라가야 한다.

등대에 도착하자 몇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 가거도에 온 사람들이었다. 차량으로 독실산 정상까지 온 후 등대를 거쳐 2구마을까지 산행한단다.

30명이 단체로 왔고, 2구마을에서 머무른다고 했다. 

등대에서 50여분을 걸어 "신선봉"에 도착했다.

신선들이 놀기에도 아름다운 곳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봉은 딱히 이정표가 없다.

누군가 나무판에 매직으로 이정표를 써 놓았다.

배려가 고마웠다.

섬등반도와 망부석,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가거도는 40-50여분을 원시림, 밀림을 헤치듯 가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전망대와 경치 좋은 곳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의 푸른빛이 나무의 신록에 비할바가 있으랴. 

신선봉에서 본 독실산이다. 

보이는 바위가 몇 시간 전에 지나온 제 1전망대이다. 

숲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밑은 치열하다.

가거도는 숲의 대부분이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밀림과 다를바 없다.

아직 등산로도 미흡하고, 이정표도 아주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있는 이정표에도 거리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좀 답답했다.

멀리 보이는 섬들이 백년 등대 앞에서 가깝게 보였던 '검은여 바위'이다.  

원시의 자연을 느끼며 도착한 곳, "2구마을", "항리마을"이다.

마을이 아주 평화롭다. 

우리네 마음도 이처럼 편안해 질수는 없는 것일까? 

피곤에 지친 나에게 방목하고 있는 염소들이 힘내라고 환영을 해 주는 것 같다.

가거도에는 염소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소위 오리지날 염소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하늘과 잔디와 잘 어울린다.

한 때는 꿈이 영글었을 빈 집과 학교가 아쉬울 뿐이다. 

어느새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절벽위의 빈 집이 아름답지만 위태로워 보인다. 

스쳐지나는 이들에겐 멋지지만 삶과 함께하는 이들에겐 힘겨움이 될 수도 있다.

2구마을은 유난히 빈집이 많았다.

가거도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이곳 2구마을이다.

일출을 보려거든 가거항에, 일몰을 보려거든 2구마을에 숙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거항이 있는 1구마을이 도시적이라면, 이곳 2구마을은 시골적이다.

섬등반도와 망부석이다. 영화촬영지이기도 하다. 

바다와 바위에 비친 해가 눈부시다. 

저 멀리 망부석 앞까지는 산행이 가능하다.

바닷빛이 너무 푸르다.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하늘인지.... 

멀리 회룡산이 보인다.

내가 가야할 길이다. 이곳에서 3.5km다.

쉬엄쉬엄, 느릿느릿 가서 회룡산 정상에서 가거도의 일몰을 볼 생각이다.

저 고개가 샛개재삼거리이고 그 너머가 가거도항이다.

출발이다.

17:30분이다.

지금까지 많은 땀을 쏟아내며 약 7시간을 느리게 걸어왔다. 

내 몸속의 수분이 이렇게 많은줄 몰랐다.

18:40분, 회룡산 정상 선녀봉에 도착.

걸어온 길이 선명하다.

능선 끝으로 제주도 한라산 다음으로 서남해에서 가장 높은 산, 독실산 정상도 보인다.

물론 독실산 정상까지는 차량진입도 가능하다.

시간이 부족하여 차량으로 이동하고 싶다면,

 숙소에 이야기하면 4-5만원 정도를 받고 트럭으로 정상이나, 2구마을까지 데려다 주기도 한다.

단순하지만 천의 얼굴을 가진 섬이 가거도인 것 같았다.

잠시 쉬면서 석양을 보기로 하고 앉았다. 

물빛이 점점 붉어진다.

회룡산 장군바위에는 전설이 있다.

옛날 서해바다 용왕의 아들이 부왕의 중벌을 피하기 위해 뭍으로 기어오르다가 미처 오르지 못하고,

몸의 반은 바다에 몸의 반은 뭍에 자리잡아서 생긴 바위라고 한다.

회룡산에는 용의머리인 선녀봉과 이 장군바위가 있다. 

 

석양을 보며 아름다움,

행복,

추억 그리고 떠남,

이런 단어들을 떠올려 보았다.

떠난다는 것은 새로움을 찾는다는 것이다.

떠난다는 것은 도전한다는 것이다.

떠난다는 것은 자연과 호흡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는 사랑을 버리기 위해,

누군가는 깨달음을 위해,

누군가는 밥벌이를 위해,

누군가는 자유를 위해,

누군가는 노래하기 위해....

떠남에 굳이 이유가 필요 없으리라. 

-<회롱상 정상에서 본 가거항>

이유가 있다면 100인 100색일 테니까.

100명이면 100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니 함부로 왜 여행을 떠났느냐고 묻지 말지어다.

왜 혼자 청승맞게 다니느냐고 예의 없이 묻지 말지어다.

그들에게 있어 떠남에 거창한 이유가 필요 없었을테니까.

또한 그만의 감추고 싶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흔히들 혼자 다니는 사람은 이유 없이 두 번 세 번 자꾸 쳐다본다.

'무슨 사연이길래 혼자 다니냐'고 묻고 싶은 것일게다. 

내가 머무른 곳 향단이 아주머니도 '혼자 왔어라이'하면서 처음엔 이상한 눈빛을 보냈으니까.

-<회룡산 정상에서 본 샛개재삼거리 길>

오늘도 나는 자연에 흠뻑 빨려 들었다.

나에게서 떠남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배낭하나 달랑 메고 두 발로 걷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두 발 여행은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자세하게 볼 수 있다.

나무와 물과 꽃과 돌멩이와 대화하면서 걸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자연을 사랑하라', '자연을 보호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자연사랑은 걷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과 자동차는 왜인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다 한낮이면 어느 산정에 올라 있었고,

어느 강가에,

어느 계곡에,

어느 섬에 머무른다.

강은 바다로 흘러가고,

산은 낮은 곳으로 흘러내린다.

내 발길도 마찬가지다.

삶이 아프다는 것도,

일상이 힘들다는 것도,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도 모두 어느 산에서,

어느 강어귀에서,

어느 섬에서 깨달았다.

세상은 산과 산,

강과 강, 섬과 섬으로 이어져 있다.

나는 산에서 태어나 산을 오르내리지만,

 마침내 산에서 생의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도 자연에서 깨달았다.

어쩌면 삶이란 가끔은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텅빈 객석의 무대 위에서 홀로 춤을 춰야하는 배우라는 사실도 자연에서 배웠다.  

-<가거항 1구마을에서>

익숙한 것과의 이별은 항상 힘들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살아가면서 습관이 된 것들과 무 자르듯 단절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미리 가봤던 안전한 길이거나,

 오랫동안 일하며 익숙해졌지만 열정이 빠져나간 일 따위의 것들 일게다.

물론 그것들도 한 때는 나의 존재를 말해주었고,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것들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만큼은 그것이 주는 달콤한 유혹을 즐겼고,

그것이 주는 희망에 가슴 벌렁 거렸었다.

그러나 너무 오래되고 변하지 않아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닌 것들로,

 삶은 점점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져 가는 순간이 온다.  

-<회룡산에서 본 가거항>

쉼표를 두지 않고 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

삶 역시 쉼표 없이 계속 나아갈 수만은 없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정작 달려야 할 때 웅크리고 있었고,

쉬어야 할 때 세상 속으로 바삐 달렸다.

몸과 마음이 덜컹거린다는 것을 알았지만 언젠가 괜찮아지겠지 하고 미뤄두었다.

끊임없이 어제와 다른 나를 요구하는데도... 

-<가거항 선착장>

위기는 잘 나갈 때 찾아오는 법이다.

야구선수가 높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때부터는 타율이 떨어질 일만 남은 것이다.

하지만 극심한 타격부진을 겪는 선수는 나아진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안전하다고 큰 소리치지 말 일이다.

늘 그렇듯 위기가 찾아오면 기존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 멈춤이 영원한 멈춤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창조적 생각이 바닥을 쳤다는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면,

여행을 떠나볼 일이다.

-<하늘공원에서 본 회룡산>

둘이 아닌 혼자 말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라.

어린 아이 때의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던 순백색의 동화의 시절로 말이다.

가능성은 무한하다.

어린 시절로의 여행을 통해 현재의 삶을 새롭게 재부팅 해보라.

여행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과 호흡하는 것이다. 

-<가거항 동개해수욕장에서>

그 자연과 호흡하려면 순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정복이라는 말은 자연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자연은 결코 정복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복의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일테니까.

세상은 급하게 변하지만 자연은 늘 그대로다.

자연은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는 디지털이 아니다.

오히려 한결같이 그 기본을 지켜나가는 아날로그다.

그 속에는 이야기가 있고,

 추억이 있고,

 쉽게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기에... 

-<가거항 동개해수욕장에서>

때로 바다는 나에게 말한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만을 반복하지 말라고...

대신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가슴이 시키는 일은 몸은 고단할지 모르지만 머리는 고단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가슴에게, 마음에게 물어본다.

'죽기 전에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그 한 가지가 무엇이냐고.

그것으로 하여금 우리의 삶을 이끌게 해야 한다.

가슴이 시키는 일, 그것이 아마 우리들의 "꿈"일게다.

하지만 때로는 가슴이 시키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직업이라는 것이다.

설령 직장인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가슴이 시키는 그 일에서 눈을 때서는 안 된다.

보이는 것을 잃고,

보이지 않는 것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그 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일에 지치고,

재의 이유를 잃어갈 때 그때 만나야 할 것이 바로 가슴의 자극이다.  

-<영화촬영지에서 본 신선봉과 검은여바위>

꿈이다. 꿈은 새로운 두근거림이다.

나는 자연에서 나를 비추는 뚜렷한 빛을 발견했다.

강에서는 처절하게 바닥으로 내려가 냉정하게 나를 바라볼 수 있었고,

산에서는 가슴이 시키는 일을 향해 매진할 수 있는 용기와 끈기를 찾을 수 있었다.

아직 가슴이 시키는 일이 희미하다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섬으로 달려가 볼 일이다.

산에 그리고 강에 들었다면 일상과 약간의 단절이 필요하다.

그리고 침묵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서 살짝,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의견 속에서 살짝,

책임감과 의무감에서 살짝,

그렇게 살짝 떨어져 있는 순간이 필요하다. 

-<신선봉에서 본 섬등반도와 망부석>

강과 바다, 산과 들, 그리고 섬과 섬 ...

그 속에서 자신의 일과 삶과 대화해 보자.

자신과 소통해 보라.

늘 다른 사람들을 의식한 나머지 진짜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것을 해 보지 못한 자신에게 용기를 주라.

그간 실수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고,

명하지 못한 선택들도 있었다.

그리고 남들이 애써 만들어 놓은 안전한 길로만 다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시간들도 그 순간에는 나의 삶에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그래. 이제부터라도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해보자.  

-<2구, 항리마을>

대부분의 경우 가슴이 시키는 일은 조금의 비웃음과,

 약간의 쪽팔림 그리고 다수의 반대가 뒤따른다.

이 정도쯤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슴이 시키는 일과도 친해져야 한다.

나의 능력보다 작은 일이라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없는 일이라서,

 지금 가슴이 시키는 일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멋진 미래는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작은 일이 위대한 일이 된다.

작은 일과 소통하면 그것이 모여 근사한 꿈이 된다.

자신의 일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더 행복한 사람은 가슴이 시키는 일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신선봉에서 본 독실산 제2전망대>

우리!

언제쯤이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경제적, 사회적'이라는 의미를 떨쳐낼 수 있을까?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는 순간,

그 경제적, 사회적 의미에서 비껴 설 수 있을까?

 

5.24(일).

 

가거도에서 11시에 출항하는 목포행 쾌속선을 탔고,

16:40 목포역을 출발하는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이렇게 나의 3박4일의 가거도 여행은 끝이났지만, 가거도의 햇빛, 바닷빛, 초록빛은 오래 남을 것이다.

 

 

<가거도 여행시 고려할 사항>

 

-산행인지 아님 그냥 관광인지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산행이 주목적이라면 독실산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바로 차량과 도보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라면, 우선 가거항에 도착하자마자 차량으로 독실산 정상에 올라 백년등대를 거쳐 2구마을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2구마을에서 가거항까지 5km정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2구마을에서 가거항까지는 도로포장된 길을 따라 걸으면 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혼자가 아닌 단체라면 숙소에 부탁하면 차량을 보내줄 것이다.

 만약 2박3일 정도라면 나의 경우처럼 하루 시간을 내어 섬일주를 해볼 것을 권한다.

 도보로 섬일주를 위해서는 하루가 꼬박 필요하다.

 

-그리고 가거도는 관광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관광으로는 이보다 아름다운 섬이 가까운 곳에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삯도 비싼 편이고, 시간도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거리도 너무 멀기 때문이다. 

 배삯은 편도 55,800원이다. 쾌속선 소요시간은 4시간 20분 정도다.

 목포-가거도 08:00, 가거도-목포 12:30 하루 1회, 주말에는 2회 운항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나처럼 혼자가는 사람들은 먹고 자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가거도는 대부분 숙박과 식사를 같이하는 형태다. 

 그런데 숙소에서 혼자의 식사를 챙겨주는 것이 쉽지 않아 꺼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중에 혼자 머무를 경우 숙식해결이 쉽지만은 않다.

 나의 경우 하루 숙박은 3만원, 1끼 식사는 6,000원을 지불했다.

 

-산행시에는 필히 우의나 겉옷을 챙겨야  한다.

 가거도는 하루에도 여러번 일기상태가 변덕스럽다.

 햇빛이 났다가도 해무가 밀려오고 안개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많은 이들이 찾지 않은 탓에 산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정표가 아주 부족하다.

 거리표시도 없고 시간도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 섬일주 산행을 해 본 결과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원시림 상태의 등산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산행 중 식수는 군데군데 계곡물이 흘러내리니까 식수를 많이 준비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아무리 가뭄이 닥쳐도 물이 마르지 않는 섬이 가거도다.

 

-배를 타면 바로 멀미약을 먹는 것이 좋다.

 쾌속선은 시속 약 60mk의 속도로 물살을 가르기 때문에 바닷물이 조금만 롤링을 해도 심하게 흔들린다.

 그리고 배멀미를 미리 예방하려면 앞쪽보다는 뒷쪽으로 앉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에도 심한 배멀미로 도착한 날은 움직일 수가 없었으니까... 

 

-가족여행지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걷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가거도 여행은 재고해 볼 것을 권한다.

 고작 가거항 주위만 맴돌다 올것이라면 말이다.

 가거도는 험한 산이라 생각해야 한다.

 아주 가파르기 때문에 걷지 않고는 가볼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