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성옥 동의대 감독은 롯데자이언츠에서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분이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너무 좋아한 탓에 그 당시 주로 롯데자이언츠의 1.2번 타자로 짧게 방망이를 쥐고 타석에 서 있던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롯데자이언츠에서 은퇴후, 부산고 감독을 거쳐 2007년부터 동의대 야구부 감독으로 취임하여 전국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을 일궈냈다.하지만 올 봄 대학야구 춘계리그에서 동의대를 우승으로 이끈 후 간암으로 투병하시다가 며 칠 전 고인이 되셨다.
따라서 동의대의 결승 진출은 남달랐다. 리그가 진행되는 도중 감독이 고인이 되었고, 감독없이 치르는 대회에서 결승까지 진출했다는 사실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하여 다음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접 결승전을 보기 위해 서울목동야구장으로 향했다. 결승전은 동의대와 성균관대학이 맞붙었다.
얄궂게도 두 대학은 올 춘계리그 결승전에서도 맞붙은 적이 있었다.
그 땐 동의대가 이겼다.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결승전은 13:30분경 동의대의 2:1 승리로 결국 끝이 났다. 이 날 경기에서 동의대는 단 1안타에 상대실책을 묶어 승리하는 기적 같은 우승을 일궈냈다. 결승전은 모 스포츠 채널에서 TV로 직접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방송 관계자들을 빼면, 관중은 모두 합쳐도 100명이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우승한 동의대는 경기 시작 전부터 왼쪽 어깨에 고 조성옥 감독을 기리는 근조 리본을 달고 경기에 임했다. 반드시 우승하여 우승기를 감독님의 영전에 바치겠다는 각오가 경기 내내 그라운드에 묻어났다. 1안타라는 극심한 타격부진에도 불구하고 던지는 투수나 수비하는 야수, 달리는 선수 모두가 상대팀보다는 열정에 넘쳐 보였다. 동의대는 "감독님의 영전에 우승기를 바치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그 분명한 목표가 결국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분명 상대팀 성균관대가 안타도 많이 치고 실책도 적게 했지만 집중력과 열정에서 승부가 갈렸다. 어쨌던 1안타로 이기는 경기를 현장에서 처음 봤다. 하지만 동의대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은 더 감동적이었다.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감독을 헹가레 치고 모자를 하늘 높이 던지고 고함을 지르는 익숙한 우승 세러머니와 같은 것은 없었다. 헹가레를 쳐 드려야 할 감독은 이미 며칠 전 고인이 되셨기 때문이다.
대신 마운드에 둘러 앉아 무릎을 꿇고 눈물로 감독님의 명복을 빌었다.
모든 선수들은 울음바다 그 자체였다.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성균관대 역시 차분하게 고인이 된 감독의 명복을 빌어주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들에게 우승, 준우승의 의미는 크지 않아 보였다.
양 팀 모두가 우승자였다.
개인적으로 처음 현장에서 본 대학야구였지만 아름다운 경기였다.
우리 프로야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빈볼이나 위협구, 부상을 입히는 행동 같은 추한 모습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에는 최선을 다하지만 서로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에 가슴뭉클 했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은 아마추어 경기 때의 마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동의대의 우승은 한 마디로 <슬픈 우승>이자 <벌반의 승리>였다.
이번 대회 감독을 대신해 우승을 일궈낸 이상번 코치는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서 "감독님과의 우승 약속을 지키게 되어 기쁘다. 내일 부산으로 내려가 전 선수단과 함께 감독님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는 경남 양산으로 가서 감독님 영전에 우승기를 바치겠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우승이 늘 기쁜 것은 아니었다. 우승이라는 결과보다 우승을 향해 가는 과정이 더 멋지다.
동의대 야구부는 감독의 영전에 우승기를 바치겠다는 그들의 꿈을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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