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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잃지 마라

김부현(김중순) 2010. 1. 13. 13:04

오랜 직장 생활을 그만 두고 피자 가게를 오픈한 지인이 있었다.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사장 자신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하기도 하고 아침 일찍 가게 문도 열었다. 눈높이를 낮춘 그의 용기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장사가 잘 되어 가게가 하나 둘 늘어가던 어느 날 그는 정말로 사장이 되어 있었다.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고 배달하는 것은 직원에게 맡기고 외제 승용차를 타고 접대며 골프며 노는 이야기만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가게들은 하나 둘 문을 닫았고 그는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초심이란 '처음에 먹은 마음'이다. 물론 첫 마음을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하지만 초심이란 그 일의 중심이다. 중심을 잃어버린다면 바로 설 수가 없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정채봉 시인의 <첫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