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산행기/강원지역

원주 치악산, 치를 떨고 악을 쓰다?

김부현(김중순) 2011. 1. 20. 16:28

2011. 1. 10.

blog 오픈 762일째...

1,000번째 글...

Everybody Thank You!

 

 

난 원주 치악산을 지키는 비로봉 정상 '미륵불탑'이다.

 

치가 떨리고 악을 써야 오를 수 있다는 산,   치..악..산...

그 악의 산으로 들어가 본다.

이름에서부터 그 포스가 느껴진다.

 

* 구룡사매표소-구룡사-세렴폭포-비로봉 정상-구룡사 : 보통걸음 5-6시간 소요(11.4km)

 

12:30분 매표소에 도착...

세렴폭포에서 13시 이후에는 입산 통제를 한다는 말씀...

좀 늦었다는 말씀...

따라서 정상을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씀...

그래서 몸과 마음이 바빴다는 말씀.

 

어쨌던 우선 허둥지둥 바쁜 걸음을 재촉....

세렴폭포에 13시까지 도착해야 했기에....

그래야 정상을 향할 수 있다고 하기에...

 

아홉마리 용이 떠받치고 있는 구룡교다.

아홉 마리 용... 그리고 용...

신화와 전설의 대표선수, 바로 용이다.

 

쌀쌀했지만 고즈넉한 구룡사 일주문을 지나고...

 

 

 

 

구룡사 가는 길이다.

가끔은 두 갈래 길을 두고 슬퍼하기도 한다.

이 정도 나이면 슬픔의 무게도 재고,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인 일인지 해가 갈수록 슬픔은 더 깊고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부디 삶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나면 주사위를 던질게 아니라 좋아하는 길, 가고 싶은 길로 가보는 거다.

설령 그 길에서 또다른 슬픔을 만난다 하더라도...

 

 

이젠 아무것도 아닌일에 목숨걸지 말자.

설령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좀처럼 잊어지지 않는 얼굴이 있다 해도... 말이다.

다른 누군가를 안내해 줄 수 있는 나이...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되어야... 

 

두 발을 바쁘게 움직여 13:10분, 세렴폭포에 닿았다.

매표소에서 세렴폭포까지는 평탄한 길이다.

다가올 험난한 길을 대비해 워밍업을 하는 구간이다.

세렴폭포에서부터 진정한 게임이다.

산책구간은 끝나고 이젠 등산을 하는 시점이다.

 

입장시간을 제한한다는 안내문...

겨울 13시 이후,

  여름 14시 이후...

 

입장객을 통제하는 세렴감시초소다.

13시 10분...

입산하기에 좀 늦었다는 안내원의 말에...

난 갖은 허풍을 떨었다.

산을 비교적 잘 탄다는 둥,

어제도 태백산을 갔다왔다는 둥,

무엇보다 산을 좋아한다는 둥, ...

풍선같은 아양을 떨었다.

오르다 지친다 싶으면 정상에 못가더라도 스스로 하산하겠다는 언약을 하고...

........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산을 오른다.

왠지 공짜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아이젠을 차고,

지팡이 두 개를 펼치고,

귀마개를 여미고.....

출발부터 가파른 철계단이다.

적어도 300계단은 족히 되어 봄직한..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본다.

까마득하다.

고소공포증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인 높이...

이럴 땐 앞만 보고 가는게 상책이다.

눈이 뒤쪽에 없다고 투덜거릴 때도 있었지만

이럴 땐 뒤에 눈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그러니 생긴대로,

있는 그대로에 감사하며 살 일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사다리병창길이 나온다.

글자 그대로 사다리를 타는 느낌...

위태롭다.

좌우가 절벽...

 

이럴 때 써먹으라고 거짓말이라는 것이 있나 보다.

추락주의,

절벽,

"군대 이야기 + 산에 갔다 온 사람 이야기 = 믿을 게 못 된다"는

방정식이 있다지만

위험해 보였다. 위험했다.

 

 

 

 

세렴폭포를 출발...

1시간쯤... 배낭을 풀고 도넛 하나를 꺼낸다.

꽁꽁...

물통도 꽁꽁...

세상이 꽁꽁이다.

신문엔 남극보다 대한민국이 더 춥다는 요즘...

 

능선을 따라 가파른 등산...은 계속되고,

앞이 확트인 곳에서 눈요기를 한다.

돌아온 발걸음이 총총하다.

 

세렴폭포에서 1시간 30여분...

정상을 300미터 앞둔 지점...

오가는 이... 하나도 없고....

마의 300미터,

가파른 수직오름이다.

 

 

 

 

 

 

비로봉 정상이다.

15:00...

매표소를 출발 2시간 30분 후...

세렴폭포에서 정상 비로봉까지는 가파른 오르막 뿐이다.

쉼없이 오르막은 계속된다.

거짓을 보탤 수 있다면 가파른 수직 오르막이라고 말하고 싶음. 

 

 

 

 

 

 

 

 

 

정상에서 15분을 머물렀지만...

단 1명도 만날 수 없었다.

사진의 주인공이 싫었지만,

그래도 이럴 땐 멋진 포스로 1장 콱...소망...

늘 그랬듯이 정상에서 사진 한 장 찍기가 어려웠다.

 

 

 

 

  

쉼없이 4시간 30분을 오르락 내리락 한 첫 치악산 등반...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내 생활에 문득 문득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가끔씩 찾아와 나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그깟것 별 게 아니다"라고....

이젠 곧고 아름다운 길을 꿈꾼다.

 

렬한 삶의 한 가운데를 벗어나

추웠지만 잠시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뻑적지근한 무릎을 만지며 긴 숨을 고른다.

그리고 말한다.

치악산! 그대가 불러준 노래는 참 멋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