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시간이 나면 가리라고 맘을 먹었건만
막상 시간이 나면
또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핑계를 댔다.
내게 민둥산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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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자랑,
정선아리랑에 이어 정선을 대표하는
민둥산 정상부 모습...
겨울 민둥산으로 들어가 본다.
흰 눈과 억새풀 & 파란하늘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늦가을이 되면 산이 무너질 정도로 인파로 넘쳐나는 민둥산...
겨울이면 황량한 바람만 날린다.
하지만 겨울 억새풀도 늦가을 비경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민둥산의 겨울 속으로...
07:00 청량리역을 출발한 강릉행 기차는
10:36분 민둥산역에 도착...
원래는 증산역이었으나
민둥산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민둥산역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정선군 증산읍 남면에 위치한 민둥산....
좌측으로 정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역사 앞에서 본 증산 남면...
보이는 길을 따라 약 1.5km
도로를 걸으면 증산초등학교...
증산 5일장터를 지나고...
역에서 도로를 따라 15분을 걸어
민둥산 산행기점인 증산초등학교에 닿는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민둥산 제1코스 기점...
* 산행일정 : 민둥산역-증산초등학교-완경사-임도갈림길-민둥산-급경사-제1.2전망대-증산초등학교-민둥산역
* 소요시간 : 3시간 30분
10여분을 오르면 이정표가 우리에게 묻는다.
'급경사=단거리, 완경사=장거리'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우리 삶도 선택의 연속...
심사숙고하되 그 결정에 지나치게
일희일비 하자 말아야...
그 어떤 삶도 가볍지 않으니까.
아무튼 오를 땐 완경사, 하산 땐 급경사를 선택...
발걸음을 옮긴다.
평탄한 길을 쉬엄쉬엄 50여분 오르면 임도와 닿는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진 오르막...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흰 눈과
푸른 하늘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고...
솔직히 머리털 나고
처음 본다.
눈덮힌 억새풀을....
억새는 울산 언양에 있는 영남알프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겨울 눈속의 억새풀을 볼 수 있는 곳은 민둥산이 유일...
영남알프스에 눈이 내리는 건
간단치 않으니까.
억새풀 군락지다.
꽃이 진 겨울 억새풀을 감상...
결코 늦가을 억새에 뒤지지 않는다.
등산로는 한적하다.
하늘까지 닿은 억새들...
외롭단다.
춥단다.
외친다.
겨울에도 찾아와 달라고...
하산길 급경사 제2전망대에서 본 증산 남면의 전경...
저 끝이 민둥산역이다.
증산초등학교 입구에 있는 벽화다.
레일바이크...
민둥산 자락에 위치한 증산초등학교...
알록달록 학교건물이 이색적이다.
산을 오르는 동안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을
손으로 꼽아본다.
크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둥글었던 날보다 뾰족했던 날이 많았던 것 같다.
아무리 잊으려해도 잊혀지지 않는 겨울 같은 시간들...
그 때문에 삶이 때론 긴 겨울이 되기도 한다.
허나 겨울이 나쁜 것만은 아닐게다.
찬란한 봄을 약속하기에.
흰 눈속에 몸부림치는 겨울 억새풀...
그 고통과 추위의 시간만큼
다음해 늦가을 더 아름답고 멋진 꽃을 피울 것이다.
추위의 강도만큼....
세상 그 어떤 일에도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을 때
그때 다시 찾으리라.
민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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