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산행기/강원지역

정선 민둥산, 억새풀의 겨울나기

김부현(김중순) 2011. 1. 28. 00:07

 

 

늘 시간이 나면 가리라고 맘을 먹었건만

막상 시간이 나면

또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핑계를 댔다.

                                                                         내게 민둥산은 그랬다.

...........................................................

정선의 자랑,

정선아리랑에 이어 정선을 대표하는

민둥산 정상부 모습...

겨울 민둥산으로 들어가 본다.

 

흰 눈과 억새풀 & 파란하늘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늦가을이 되면 산이 무너질 정도로 인파로 넘쳐나는 민둥산...

겨울이면 황량한 바람만 날린다.

하지만 겨울 억새풀도 늦가을 비경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민둥산의 겨울 속으로...

 

07:00 청량리역을 출발한 강릉행 기차는

10:36분 민둥산역에 도착...

 

원래는 증산역이었으나

민둥산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민둥산역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정선군 증산읍 남면에 위치한 민둥산....

좌측으로 정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역사 앞에서 본 증산 남면...

보이는 길을 따라 약 1.5km

도로를 걸으면 증산초등학교...

 

증산 5일장터를 지나고...

 

 

역에서 도로를 따라 15분을 걸어

민둥산 산행기점인 증산초등학교에 닿는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민둥산 제1코스 기점...

 

* 산행일정 : 민둥산역-증산초등학교-완경사-임도갈림길-민둥산-급경사-제1.2전망대-증산초등학교-민둥산역

* 소요시간 : 3시간 30분

 

 

 

10여분을 오르면 이정표가 우리에게 묻는다.

'급경사=단거리, 완경사=장거리'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우리 삶도 선택의 연속...

심사숙고하되 그 결정에 지나치게

일희일비 하자 말아야...

그 어떤 삶도 가볍지 않으니까.

아무튼 오를 땐 완경사, 하산 땐 급경사를 선택...

발걸음을 옮긴다.

 

 

평탄한 길을 쉬엄쉬엄 50여분 오르면 임도와 닿는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진 오르막...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흰 눈과

푸른 하늘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고... 

 

솔직히 머리털 나고

처음 본다.

눈덮힌 억새풀을....

억새는 울산 언양에 있는 영남알프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겨울 눈속의 억새풀을 볼 수 있는 곳은 민둥산이 유일...

영남알프스에 눈이 내리는 건

간단치 않으니까.

 

 

 

억새풀 군락지다.

꽃이 진 겨울 억새풀을 감상...

결코 늦가을 억새에 뒤지지 않는다.

등산로는 한적하다.

하늘까지 닿은 억새들...

외롭단다. 

춥단다.

외친다.

겨울에도 찾아와 달라고...

 

 

 

 

 

 

 

 

 

 

 

 

 

 

 

 

 

 

 

 

 

 

 

 

 

 

 

 

 

 

 

 

 

 

 

   

 

 

 

 

 

 

 

 

 

 

  

 

하산길 급경사 제2전망대에서 본 증산 남면의 전경...

저 끝이 민둥산역이다.

 

증산초등학교 입구에 있는 벽화다.

레일바이크...

 

민둥산 자락에 위치한 증산초등학교...

알록달록 학교건물이 이색적이다.

 

 

산을 오르는 동안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을

손으로 꼽아본다.

크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둥글었던 날보다 뾰족했던 날이 많았던 것 같다.

아무리 잊으려해도 잊혀지지 않는 겨울 같은 시간들...

 

그 때문에 삶이 때론 긴 겨울이 되기도 한다.

허나 겨울이 나쁜 것만은 아닐게다.

 찬란한 봄을 약속하기에.

 

흰 눈속에 몸부림치는 겨울 억새풀...

그 고통과 추위의 시간만큼

다음해 늦가을 더 아름답고 멋진 꽃을 피울 것이다.

추위의 강도만큼....

 

세상 그 어떤 일에도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을 때

그때 다시 찾으리라.

민둥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