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경영/필사-김훈 <자전거여행>

1. 책머리에

김부현(김중순) 2012. 4. 11. 15:37

김훈의 에세이 <자전거여행>

 

☑ 필사 : 10쇄 발행-2001.05.26자

☑ 별첨 :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덧붙임

저자 소개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모 월간지의 인터뷰에서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피력하기도 했다.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어 가지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문학이란 걸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 문제가 참 많잖아요. 우선 나라를 지켜야죠, 국방! 또 밥을 먹어야 하고, 도시와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애들 가르쳐야 하고, 집 없는 놈한테 집을 지어줘야 하고…. 또 이런 저런 공동체의 문제가 있잖아요. 이런 여러 문제 중에서 맨 하위에 있는 문제가 문학이라고 난 생각하는 겁니다. 문학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가 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펜을 쥔 사람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생각해 가지고 꼭대기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데, 이게 다 미친 ...(하략)[YES24 제공]

<목차>

 

프롤로그  16 
꽃피는 해안선 20
흙의 노래를 들어라 29
 지옷 속의 낙원 41
 망월동의 봄  49
 만경강에서  57
 도요새에 바친다  67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75
 다시 숲에 대하여  93
 찻잔 속의 낙원  101
 숲은 죽지 않는다  111
 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  120
 그리운 것들 쪽으로  126
 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133
 무기의 땅, 악기의 바다  152
 복된 마을의 매맞는 소  162
 고해 속의 무한강산  172
 태양보다 밝은 노동의 등불 188
 원형의 섬  197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208
 길들의 표정  226
 산간마을 사람들  233
 문경새재는 몇 굽이냐  240
 가마 속의 고요한 불  249
 가을빛 속으로의 출발  260
 마지막 가을빛을 위한 르포  265
 노령산맥 속의 IMF  273
 시간과 강물  280
 꽃피는 아이들  286
 한강, 흐르지 않는 세월  301
 강물이 살려낸 밤섬  310
 조강에 이르러 한강은 자유가 된다  319
 에필로그  326

 

 

너의 빈자리를

너라고 부르며

 

건널 수 없는

저녁 썰물의 갯벌

 

만경강에 바친다

 

 

책머리에

 

벗들아, 과학과 현실의 이름을 들먹여가며 이 가엾은 수사학을 조롱하지 말아다오. 나는 마침내 내 자신의 생명만으로 자족할 수 없고, 생명과 더불어 아늑하지 못하다. 그리고 이 부자유만이 나의 과학이고 현실이다. 나는 나의 부자유로써 나의 생명을 증거할 것이다.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별첨 1 참조)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만경강(별첨 2 참조) 저녁 갯벌과 거기에 내려앉은 도요새들의 이야기를 쓰던 새벽 여관방에서 나는 한 자루의 연필과 더불어,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의 절벽 앞에서 몸을 떨었다. 어두워지는 갯벌 너머에서 생명은 풍문이거나 환영이었고 나는 그 어두운 갯벌에 교두보를 박을 수 없었다. 나는 아무 것도 만질 수 없었다. 아무 곳에도 닿을 수 없는 내 몸이 갯벌의 이쪽에 주저앉아 있었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으로 끌고 다닌 내 자전거의 이름은 풍륜(風輪)이다. 가을의 마지막 빛 속에서 풍륜은 태백산맥을 넘었다. 눈 덮인 소백, 노령, 차령산맥들과 수많은 고개를 넘어서 풍륜은 봄의 남쪽 해안선에 당도하였다. 거기에 원색의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제 풍륜은 늙고 병든 말처럼 다 망가졌다. 2000년 7월에 풍륜을 퇴역시키고 새 자전거를 장만했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 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갈 수 없는 모든 길 앞에서 새 바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 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운 것이다, 라고 나는 써야 하는가.

사랑이여, 이 문장은 그대가 써다오.

 

52살 여름에

 김훈은 겨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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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첨>

 

1. 기갈(飢渴, 배고픔과 목마름을 아울러 이르는 말-사전)

 

2. 만경강(萬頃江) : ①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발원하여 북서부 일대를 흘러 익산시, 김제시, 옥구군 경계의 호남평야를 거쳐 서해로 흘러드는 강 ② 길이는 98킬로미터이다-(글:다음백과사전, 사진:한국내셔널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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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꽃피는 해안선(20~28)  (0) 2012.04.11
2. 프롤로그  (0) 2012.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