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산행기/기타지역

태안해변길 5코스-노을길

김부현(김중순) 2012. 4. 20. 23:30

-태안해변길 제5코스, 안면도 백사장 해수욕장 전경

 

안면도(Anmyeondo, 安眠島)... 세 글자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다.

안면도는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과 고남면에 속한 섬이다. 꽃지해수욕장과 몽산포해수욕장 등 많은 해수욕장이 있다. 뿐만 아니라 480㎞에 달하는 리아스식해안선이 있어 천혜의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안면도는 서해의 대표 관광지로 연중 여행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우리나라 3대 낙조 중 한곳으로 유명한 꽃지 해변과 아름드리 소나무로 유명한 자연휴양림, 체험 갯벌 등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자연산 석화, 실치회 등 계절마다 싱싱한 먹거리도 눈에 띈다.

 

서울에서 대중 교통으로 안면도에 가려면,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0여 차례 운행하는 안면도행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첫 차는 06:40분이고, 요금은 10,600원이다. 소요 시간은 3시간.

안면도의 걷기 좋은 길, 태안 해변길 5코스 노을길을 토끼와 거북이의 중간 걸음으로 걸어 봤다.

 

<태안해변길 5코스 노을길>

-백사장항~사색의길~삼봉해변~자연관찰로~청정교~안면해변~두여전망대~밧개해변~방포해변~방포항~꽂지해변

-거리 12km,

-소요시간 4시간

 

 

5코스 노을길 구간을 걷는 사람들을 위한 팁........

-백사장과 모래밭을 걷는구간이 많다는 것을 명심할 것.

-맨 땅을 걷는 것보다 힘이 더 든다는 사실 명심할 것.

-중간중간 만나는 전망대는 지나치지 말고 꼭 들려야 함을 명심할 것.

-신발은 무거운 등산화는 금물, 가벼운 워킹화로 모래가 들어가지 않는 신발을 신어야 함을 명심할 것.

 

 

백사장항을 출발하여 15분을 걸으면 백사장 해수욕장에 닿는다.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펜션앞 이정표다. 최종목적지 꽂지해변까지는 11킬로미터를 더 가야한다. 이제 시작이다. 해변길은 소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소나무 숲을 감상할 수 있다.

 

 

'안면도=소나무'라고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안면읍에서 남쪽으로 2km 떨어진 승언리 소나무 숲은 603번 지방도로 바로 옆 서향 구릉지에 넓게 퍼져 있는데, 아름답게 하늘로 뻗은 날씬한 자태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해변길 소나무도 그에 비길만하다. 이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발자국이 뚝 끊긴 텅 빈 소나무 길을 맛 볼 수 있다. "태안 해변길에 소나무 뿐이더라"라고 말한다면 그대는 해변길을 건성건성 걸은 것이다. 속살을 보지 않고 속도에 매몰되었기 때문일게다. 천천히 걷자.

 

 

백사장 해수욕장을 지나 전망대에서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물빠진 백사장 해수욕장 모습이 거대하다.

안면 연육교에서 2km쯤 남서쪽으로 내려오면 백사장의 포구에 이르는데 이 포구의 흰 모래 밭이 백사장 해수욕장이다.이곳 백사장에는 9월부터 12월 초까지 자연산 대하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포구이다. 또한 꽃게로도 유명하다.

 

백사장 해수욕장은 예전에는 위쪽으로 판목 나루터와 아래로 백사장 나루터를 연결하는 나룻배가 있었으나 1970년 안면도를 잇는 연육교가 가설되므로서 자연적으로 이 나룻배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고 한다. 또한 솔밭과 함께 어우러져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그리고 넓은 백사장에서 스포츠를 즐길수 있어 단체 여행장소로도 적격이다.이곳은 원래 옥석같이 흰 모래 밭이라하여 '백사지'라 부르던 것이 '백사장'으로 변하여 부르게 되었는데 백사장 포구에는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수백척의 고깃배가 드나드는 어장으로도 유명하다

 

 

삼봉해수욕장이다. 보이는 돌산이 삼봉이다.

명사십리 은빛모래 반짝이는 언덕에 꼬리를 길게 늘어 뜨리고 성난 사자 처럼 적을 향해 달려 들것만같은 우람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삼봉은 높이22m, 20m, 18m의 세 봉우리가 자리잡고 있다.

천부의 조건을 고루 구비한 삼봉은 바위가 셋이 있다 하여 삼봉이라 했지만 북쪽에서 남으로 바라보면 4봉이고 남에서 북으로 추켜보면 삼봉으로 보이는데 이름 없는 1봉은 눈물이 아지랑이 되어 조석으로 안개가 자욱하다고 한다.

 

 

간조로 인해 바다안으로 들어가 삼봉 곁에 서 있는 바위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위용이 대단하다.

소나무는 생명력이 뛰어나다. 그 질긴 생존력에 바위에 돌 틈 사이에 절벽에 뿌리를 내린다. 당당하게 거친 바위와 맞서 그 빈틈을 노린다. 거친 바닷바람에도 우뚝선 소나무가 안면도 해변길을 뒤덮었다. 그래서 소나무를 제쳐놓고 안면도를 반듯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태안 해변길은 글자그대로 바닷가를 따라 걷는 길이다.

굽이굽이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과 독특한 해양생태계를 자랑하는 태안 해안국립고원은 2007년 원유 유출 사고로 쓰라린 아픔을 겪었지만 130여만명의 자원봉사자와 지역주민의 땀과노력으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태안해변길은 기름유출 사고로 침체된 태안지역의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여름철 물놀이 중심의 단순한 탐방 패턴을 사계절 이용가능한 건전한 탐방문화로 바꾸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태안해변길은 바라길(1,2코스), 유람길(3코스), 솔모랫길(4코스), 노을길(5코스), 샛별바람길(6코스) 총 여섯 코스(총120km)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짧은 코스가 지금 걷고 있는 백사장항에서 꽂지해변까지 이어지는 5코스 노을길로 4시간 거리이며 총 12km이다.

 

태안 해변길의 각 구간별 세부적 현황이다. 

 

제1구간(바라길 1 : 모래와 바람의 나라에 초대합니다)
학암포 ~ 신두리, 14km, 약 5시간, 2012년 개통 예정

바다의 고어인 '아라'에서 그 명칭이 유래된 바라길은 상큼한 산림향과 싱그러운 바다 내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학암포~구례포~신두리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변과 숲길을 거닐다 보면 한 폭의 산수화에 빠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사구인 신두리 사구(천연기념물 제431호)와 람사르협약에 의해 지정된 두웅습지에서 독특한 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2구간(바라길 2 : 130만 아름다운 마음이 모여 빚어낸 바라)
 신두리 ~ 만리포, 14km, 약 5시간, 2012년 개통 예정

태안 원유 유출 사고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는 이 구간은 전국에서 모인 130만 자원봉사자와 지역주민들의 땀으로 본 모습을 찾은 기적의 장소로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된 천리포수목원과 대천, 변산과 함께 서해안의 3대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만리포가 있는 깨끗하고 아늑한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 구간이다.

 

 

 제3구간(유람길 : 하늘과 맞닿은 기암괴석, 그 곳엔 유람의 설레임이...)
 만리포 ~ 몽산포, 38km 약 2시간, 2012년 개통 예정 - 뱃길 

해변길 중 유일하게 뱃길로 이동하는 유람길에는 독립문바위, 사자바위 등 자연이 빚어낸 기암괴석 뿐만 아니라 구불구불하고 화려한 해안선과 푸른 하늘, 청정한 바다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눈과 마음을 빼앗기는 신비하고 청정한 구간이다.

 

 제4구간(솔모랫길 : 솔내음을 맡으며 사뿐히 나서는 그 길)
 몽산포 ~ 드르니항 13km, 약 4시간, 2011년 개통, 현재 이용 가능

곰솔림에 수북히 쌓인 솔잎의 푹신한 감촉과 향긋한 솔내음을 맡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염습지)에서 다양하고 특색있는 해안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으며, 청포대 해변 끝자락에 별주부 전설로 유명한 자라바위와 몽산포 해변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별주부 전망대가 있다.

 

 제5구간(노을길 : 곰솔 가지 사이로 비추는 저녁 노을의 추억)
 백사장항 ~ 꽃지 12km, 약 4시간, 2011년 개통, 현재 이용 가능

석양이 아름다운 노을길은 백사장항에서 출발하여 삼봉~기지포~방포~꽂지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호젓한 자태의 해송이 빽빽하게 들어찬 곰솔림에서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독특한 습곡지형이 내려다 보이는 두여전망대와 우리나라 3대 낙조로 꼽히는 아름답고 슬픈 전설이 있는 할미, 할아비 바위를 배경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제6구간(샛별바람길 : 바람을 싣고 온 샛별)
 꽃지 ~ 영목항 29km, 약 10시간, 2013년 개통 예정 

"샛별해변과 쌀썩은여"는 몽돌자갈과 각종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아름다움 경관을 형성하고 있고, 썰물 때 드넓은 갯절이 펼쳐지는 바람아래해변은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게 한다. 태안해변길 최남단에 위치한 영목항은 매년 초에 해넘이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보령, 원산도, 삽시도, 장고도, 고대도 같은 크고 작은 도서지역을 연결하는 여객선터미널이 있다.

 

김훈은 <자전거여행>에서 '숲'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울창한 숲이 신성한 숲이 아니고, 헐벗은 숲이 남루한 숲이 아니다. 이 세상의 어떠한 숲도 초라하지 않다. 숲은 그 나무 사이사이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낯선 시간들의 순결로 신성하고, 현실을 부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으로 불온(不穩, 통치 계급 또는 기성세력의 입장에서 보아 사상, 태도 등에 맞서고 대립하는 기질)하다. 유림(儒林)의 숲은 불온하고, 유가적 가치와 질서로부터 소외되어 숲으로 모여든 무리로서의 산림(山林)은 더욱 불온하고, 소외된 무장 집단으로서의 녹림(綠林)의 불온은 이미 작동하고 있는 불온이다. 가장 늙은 숲이 가장 새로운 숲이다. 숲의 힘은 오래된 것들을 새롭게 살려내는 것이어서, 숲 속에서 시간은 낡지 않고 시간은 병들지 않는다....."

 

삼봉해변의 소나무 숲길이다.

노을길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숲이다. 하늘까지 잇닿은 소나무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렬해있다. 이런 멋진 소나무 숲길을.... '야호'가 절로 나오는 길이다.

 

계속해서 그는, "이 새로움이 숲의 평화일 터인데, 숲은 안식과 혁명을 모두 끌어안는 그 고요함으로서 신성하다. 시간을 소생시키는 숲의 새로움은 퇴계와 로빈후드를 동시에 길러내고도 사람 지나간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물리적 자연은 근본적으로 몰가치하다. 물리적 자연이 그 안에 윤리적 가치를 내포한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그것은 영원한 인과법칙의 적용을 받는 자연과학의 자리일 뿐이다. 이 무정한 자연이 인간을 위로하고 시간을 쇄신시켜주는 것은 삶의 신비다. 사람의 언어가 숲의 작동원리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숲이 사람을 새롭게 해줄 수 있는 까닭은 숲에 가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이미 숲이 숨 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면도는 태안반도 남단과 연결되어 남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섬이다.

동쪽 해안은 천수만이고, 북동쪽 황도와는 황도교로 연결되어 있다. 북쪽에 솟은 국사봉(107m)을 제외한 대부분이 100m 이하의 낮은 구릉지와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태안해변길을 걷지 않더라도 삼봉해변 소나무 숲길은 꼭 걸어보길 권한다.

실망할 틈이 없다.  

 

안면도의 해안은 드나듦이 복잡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 간조시에는 간석지가 넓게 펼쳐지며, 간척지는 농경지와 염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기후는 한서의 차가 심하며, 겨울철에는 눈이 많다. 주민은 어업보다 농업에 더 많이 종사하며, 농산물로는 쌀·보리·콩·고구마·고추·마늘 등이 주로 생산된다.

길을 가다보면 군데군데 호박고구마와 같은 특산물을 차는 것이 많다.

 

해변길에서 만난 소나무 숲은 봄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소나무 숲은 선선하고 어둑신하다. 소나무 숲에서는 햇살이 눈을 찌르지 않는다. 가는 채에 걸러지듯 햇빛을 솔잎이 걸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락을 이룬 소나무도 자세히 보면 지극히 개별적이다. 군집을 이루지만 혼자다.

 

중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소나무는 대부분 구불구불하여 못생긴 것들이라 안면도에서 자라는 소나무의 자태는 더 인상적이다. 강원도의 산악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우량한 소나무가 어떻게 여기 있는 것일까.

조선왕조는 개국과 더불어 송목금벌(줄여서송금)이라 강력한 산림보호시책을 실시했다고 한다.

 

안면도의 소나무 숲도 이러한 송금정책의 일환으로 조선 11대왕인 중종(1488~1544) 초기에 조정에서 직접 관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실에서는 안면도의 소나무를 궁궐을 짓는 재목으로, 왕족이 죽으면 사용할 관곽재로, 또 조선재로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사초과의 '좀보리사초'이다.

해안 모래에서 자라는 사구식물 중 가장 작은 여러해살이 식물로 뿌리가 길게 뻗으며 자란다.

물 한 방울 없는 메마른 모래 땅에도 풀은 자란다. 자연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 좀보리사초의 생명력에 경의를 표한다.

 

 

기지포지구 해변길 탐방안내센터다.

태안 해변길은 북한산 둘레길과 너무 닮았다.

이정표 모양은 물론 안내판, 목책 그리고 안내문구와 색깔 등 전반적으로 북한산둘레길의 그것들과 아주 유사했다.

탐방지원센터도 마찬가지다.  

안내센터에 들러 해변길 안내팜플렛을 한 장 받아들었다.

야구선수 추신수가 속한 미국 클리블랜드 야구단 모자를 쓴 직원에게 "해변길을 걷는 사람들이 별로 없나봐요"라고 했더니, 그는 목청을 돋우며 주말엔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했다.

 

그 말인 즉슨 평일에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다닌다는 말이다.

그렇겠다.

왜 아니겠는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휴일 서울 북한산이나 청계산은 사람의 산이다. 등산로고 봉울이고 계곡이고 간에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울긋불긋 무지개색 아웃도어를 입은 사람들이 온 산을 뒤덮는다. 아웃도어 전시장이자 모델들이 총집합한다. 산도 주말이면 숨쉬기가 힘들다. 주말 서울 근교산은 월요일 아침 만원 지하철을 생각나게 한다.

평일에는 지하철에서 부대끼고 주말에는 북한산 비봉에서 살을 부벼대던 것에 비하면 텅 빈 태안 해변길은 오히려 호사다. 감지덕지다.

텅 빈 길의 호흡만큼 마음도 텅 빈다.

 

보행자를 위해 설치한 안전 목책도 예술이다.

한 폭의 그림이다. 그림속에 인간은 없다. 목책 산책로에는 햇살과 바람이 서로 인사를 할 뿐이다. 태안 해변길은 사람이 없어도 외롭지 않다. 바다와 소나무와 햇살이 친구가 되고 말을 섞는다.

혼자가 아니면 진짜 외로움을 모른다. 서울의 산은 왁자지껄하여 혼자도 외롭지 않다. 해변길은 외롭다. 사람들과 부벼대는 일상이 싫어 일탈을 했지만 해변길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명한다.

 

모래사장을 길게 가로지른 목책로가 인상적이다.

인적은 없고 햇살과 바람만이 가득하다.

텅 빈 길을 혼자 걷기에 아까웠다.

오늘 하루 아름다운 해변길을 혼자 무상임차한 기분이었다. 모두가 나를 위해 비워둔 덕분일게다. 그래서 혼자라도 고맙다. 자연관찰로를 따라 모래더미에서 자라는 해양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바다와 독대하고 안면송(安眠松)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내면의 진실함에 다가서지는 못했다. 겉으로 형식적으로 진실한 척, 말하는 척 훙내만 냈을 뿐이다.

해변길에서 만난 소나무 잎에서는  햇볕 냄새가 났다.

흙 냄새도 났다.

바다 냄새도 났다.

소나무는 자세히 보면 가늘지만 힘이 가득하고 비릿한 송진냄새와 바다냄새가 함께 난다. 안면도 해변길 소나무들은 억지로 키우는 소나무가 아니다. 이 소나무들은 저절로 자라는 나무들이다.

햇살과 바닷바람만으로 스스로 크는 나무들이다.

 

태안해변길 5구간 노을길 구간은 곳곳에 안전 목책로가 설치되어 있다. 왼쪽으로는 성형이 필요치 않은 잘생긴 소나무 숲이, 오른쪽으로는 똑똑한 바다가 펼쳐지고 이어진다.

백사장항을 출발할 때와는 달리 지금은 포근한 바람과 내리쬐는 햇살로 겉옷을 벗었다.  

아무리 헐렁하게 생각해도 이 멋진 길이 이 시간에 단 한 사람도 걷지 않는다는 것, 아깝고 원통하다.

교통정리를 하지도 않았는데 목책로는 비질을 한 듯 말끔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경관 좋은 벤치도 비어있기는 매한가지였다. 오늘은 모처럼 해변목책로와 의자들도 휴식을 취하는 날이다.

 

인터넷을 뒤져봤다.

예전 경복궁을 지을 때와 오래된 궁궐을 보수할 때에도 안면도의 소나무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용처(用處)에 쓰일 송목재를 원활하게 공급하려고 안면도의 소나무 숲을 황장봉산으로 지정하고, 수군절도사 관할 아래 산감을 두어 관리하게 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엄격한 보호정책 덕분에 중부 서해안에서는 드물게 혈통 좋은 소나무 숲을 안면도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당시의 소나무는 아니지만 그때 소나무의 증손자격인 이 소나무들은 조선왕조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나무들이라 할 수 있다.

안면도에는 이러한 소나무 숲이 약 3500ha 펼쳐져 있다고 한다. 이렇게 조상들이 애지중지 지켜온 이 소나무 숲을 후손에게 오롯이 전해줘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보라.

소나무 숲길을 보라. 대명천지 이런 아름다운 송(松)길에 그 누가 침을 뱉으랴.

그 길은 속세의 길에서 유토피아로 가는 통로처럼 느껴진다.

 

걷는 내내 길 위에서 뜻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입이 근질근질 했다.

바다가 보고 싶었다.

김훈의 <자전거여행>을 여러 번 읽고 필사하는 과정에서, 문득 안면도가 보고 싶었다. 그 속에 숨은 해변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그리웠다.

그것이 모이고 모여 오늘 이 시간 나를 이곳에 있게 했다.

김훈은 안면도 소나무 숲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안면도의 소나무들은 붉고 곧은 기둥을 높이 올려가다가 맨 꼭대기에서만 가지가 퍼지고 잎이 돋는다. 아무데서나 가지를 뻗어 늘어뜨리지 않는다...."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소나무는 각각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안전 거리가 필요하다. 산림 전문가들은 나무들도 치열한 경쟁의 결과로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숲은 생활속으로 젖어들어야 한다. 숲은 도심과 가까울수록 아름다운 숲이다. 생활 가까이 다가선 숲이 더 알차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숲보다 북한산 원효봉의 숲이 더 값진 숲이다.

소나무숲에서 나오는 길목에서 만난 두 남매의 화려한 외출이다. 나와는 출발지가 반대다.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 어디서 출발하던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참이다. 끝까지 하는 놈은 당해 낼 재간이 없다.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한 소나무 숲을 나오면 리아스식 해안이 동공을 확장시켜 준다. 물이 쓸고 간 해안가에는 모래사구가 곳곳에 형성된다. 잠깐의 바다모래섬이다.

물이 밀고 오면 금새 모래사구는 바다의 일부가 된다.

 

창천교 다리를 건넌다.

간만에 다리 위에서 몇 대의 스치는 차량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오른쪽 사진은 해안 모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대나무로 만든 시설물이다. 입체적이다. 바람과 어울리고자 함이다.

  

 

오른쪽 소나무밭은 군사보호구역이다.

그래서 바다로 들어가 모래위를 걷는다. 발은 푹푹 빠지고 모래는 한없이 미세하다.두 걸음 내딛으면 한 걸음 뒤로 밀리는 전형적인 모래길을 걷는 지점이다. 

 

 

  

카메라 줌을 있는대로 당겨봤다.

햇살을 안고 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걷는 두 사람, 남자 둘도 참 멋지다. 햇살이 사라진 소나무 숲에서 햇살을 한껏 안은 두 남자, 어떤 사이일까? 괜시리 별게 다 궁금해진다. 가던 길이나 빨리 가자.

 

 

오가는 이 없다고 툴툴거리며 걷고 있는데, 안면해변에 이르러 한 무더기의 사람들을 만났다.

인근 마을에서 야유회를 나온 것이다. 막걸리와 소주와 김치통이 나뒹굴고 있었다. 대낮에 한 잔 걸친 것이다. 정신이 몽롱한 이장님과 반장님이 해변을 걷고 있다고 했다. 내가 궁금해했던 해안가 두 남자에 대한 궁금증은 채 5분도 안돼 해결됐다.

 

 

이 그림은 또 무슨 상황인가.

해변길 곳곳에는 상상의 그림들이 많이 있었다.

대전에서 온 청춘 남녀다.100일 기념으로 안면해안에 바람 쐬러 나왔다. 기념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으려 한다. 먼 발치에서 본 나의 상상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 맘 오래 변치 말자.

 

 

  

앞서 언급했던 '좀보리사초'이다.

해안 모래에서 자라는 사구식물 중 가장 작은 여러해살이 식물로 뿌리가 길게 뻗으며 자란다.

목책을 비집고 올라온다.

밟혀 죽지 않아야 할텐데...

너무커 삐죽삐죽 삐져나오면 밟힐텐데... 걱정이다. 너무 크지 말거라. 좀보리사초야....

 

 

좀보리사초 군락지를 지나면 두여해변이다.

조금만 더 가면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두여전망대가 나온다.

힘을 낼 지어다. 보이는 오른쪽 끝 바닷가 절벽이 전망대다.

 

 

이색적인 손글씨가 눈에 띈다.

경고문구다.

부탁도 아니고 당부도 아닌 협박조다.

근데 곰곰 생각해보니 좀 이상했다.

"출입금지 1000만원"이라는 말을 난 잘 이해하지 못했다.

출입하지 않으면 1000만원을 준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출입을 하면 1000만원을 내야 한다는 말인지....

그리고 1000만원을 준다는 말인지, 1000만원을 내야 한다는 말인지 종잡을 수 없다.

주인 어디 계세요?

이렇게 고쳐 주세요.

"출입시 1000만원 부과함"이라고. 그리고 은행이랑 계좌번호도 알려주셔야 돈을 보내지요. 예? 

 

 

걸어온 길을  뒤돌아봤다. 두여해변이다.

'두여'는 지리적 형상이 좋고 너무가 우거져 도인들이 도를 닦던 마을이라 하여 도여라 부르다 현재는 두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해수욕장 주변은 울창한 송림이 둘러싸고, 해변입구에는 아름다운 펜션과 많은 민박집이 자리 잡고 있어 충청남도 민박마을 제30호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멋진 분위기와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영화나 CF 촬영장소로 각광 받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김정은과 김상경이 주연한 <내남자의 로멘스>에서 겨울바다를 찾아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 그랬다. 한 번의 여행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두여해변을 지나 두여전망대를 오르는 긴 목책계단이다. 

두여해수욕장은 고운모래가 자랑이어서 보존을 위해 대나무를 모래 언덕 위에 촘촘히 박아놓았고, 사구 식물인 해당화, 갯메꽃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

해당화는 바닷가의 모래땅이나 산기슭에 자라고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키는 1.5m에 달하며 뿌리에서 많은 줄기가 나와 큰 군집을 형성하여 자란다. 줄기에는 갈색의 커다란 가시, 가시털[刺毛], 융털 등이 많이 나 있고, 가지를 많이 친다

갯메꽃은 메꽃과 속한 여러해살이풀이다. 바닷가 모래밭 자라 덩굴, 굵은 땅속줄기 으로 길게 뻗으며 줄기 갈라져 위로 뻗거나 다른 물체 감겨 올라간다. 어긋나고 잎자루 가지, 5월에 연한 분홍색 잎겨드랑이에서 핀다. 우리나라 각지 분포한다.

 

 

-해당화(왼쪽)와 갯메꽃(오른쪽) 

 

가쁜 숨을 몰아치면 두여전망대로 가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전망대를 빼먹고 지나쳤다가는 두고두고 후회한다.

아니면 다시 해변길에 와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아름답다. 힘들어도 꼭 전망대에 들르자.

행여 이 글을 읽고 태안 해변길을 간다면 전망대는 반드시 들리길 권한다.

밑에 전망대라고 별도의 화살표로 안내한다. 빠트리지 말것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해변가 절벽 위에 자리잡은 두여전망대이다.

날씨가 흐릿한 탓에 푸른 바다는 아니었지만 봐 줄 만한 곳이다.

서해바다는 동해바다와 다르다.

서해바닷물은 회색빛이고 동해바닷물은 푸르다.

전망대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애처롭다. 아무리 살펴봐도 그 이름을 알길이 없었다.

잘 생긴 나무다.

 

 

 

두여전망대 고개를 넘으면 눈 앞에 펼쳐지는 또 다른 바다 천국, 밧개해변이다.

<안면도닷컴>에서 알려준 밧개해변에 대한 설명이다. 밧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수욕장치고는 큰 편이며 수질이 매우 양호하고 해변이 완만하여 해수욕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욕장을 끼고 주위에 모래언덕이 궁형을 이루고 있어 어패류 및 해초 등의 서식이 양호하여 어린이들의 바다학습장으로 적격이다. 

항공 사진은 안면도닷컴에서 복사해온 것임을 밝혀 둔다. 

-하늘에서 본 밧개해수욕장

 

산림 유전 분야의 학자들이 안면도 소나무 숲을 분석해 보았더니 다른 지역보다 다양한 유전변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유전변이가 다양할수록 가치 있는 숲이라 할 수 있다. 나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형질에 대한 다양한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생장이 우수한 형질을 가진 나무도 있는 반면에 생장은 좋지 않지만 추위나 가뭄에 강하거나 병충해에 강한 형질을 가진 나무가 함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안면도에 가거든 소나무를 잘 관찰해 볼 일이다.

소나무라고 다 같은 소나무가 아니다.

 

 

 

김훈은 <자전거여행>에서 안면도 소나무 숲을 이렇게 표현했다.

....안면도의 소나무 숲은 마을의 숲이다. 대문 밖이 숲이고, 밭이 끝나는 곳이 숲이고, 울타리 너머가 숲이다. 숲의 신성은 멀고 우뚝한 것이 아니라 가깝고 친밀해서 사람의 숨결을 따라 몸속으로 스미는 것임을 안면도 소나무숲 속에서는 알겠다. 안면도 소나무숲 속에서는 50년에서 90년 된, 혈통 좋은 소나무들이 우뚝우뚝하고 듬성듬성하게 들어서 있다.

....소나무들은 음풍농월의 충동과는 거리가 멀다. 소나무들은 경건하고도 단정하다. 안면도의 소나무들은 밑둥의 껍질은 검고 두껍지만, 사람의 키를 넘는 높이부터는 껍질이 얇아져서 종이 한 장을 바른 정도이고, 거기서부터 나무의 붉은색이 드러난다. 이 붉은색은 빛을 내뿜는 색이 아니라 빛을 나무의 안쪽으로 끌어들여 숨기려는 붉은색이다. 그래서 안면도 소나무숲 속에서는 앞을 바라보면 붉은 숲이고, 위를 쳐다보면 푸른 숲이다. 봄의 소나무 숲은 다른 활엽수림의 신록처럼 화사하지도 않고, 들떠 있지도 않다. 봄의 소나무 숲은 겨울을 견뎌낸 그 완강한 푸르름으로 진중하고도 깊게 푸르다. 안면도의 소나무들에게는 안면송(安眠松)이라는 고유명사가 있다.

 

 

밧개해변에서 만난 두 커플이다.

안면도의 소나무처럼 착 달라붙어 빈틈이 없는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무척 유유자적해 보였다. 지친 일상탈출로 예까지 왔을 게다.   

 

 

 

두에기 해변과 그림 같은 펜션을 지나면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난다.

모처럼 시멘트 포장길을 걷는 구간이다. 뒤로 걷는 해변길 구간이다. 

 

  

 

멀리 보이는 산능선 끝이 해변길 5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전망대이다.

비닐로 뒤덮힌 한 뙤기의밭고랑을 만났다.

무슨 식물인지 알 수는 없지만 주인의 정성이 느껴진다. 

 

 

방포해변이다. 서서히 해변길 5구간이 종착지로 접어든다.

방포해변에서 종착지  꽂지해변까지는 15분 거리다.

방포해변에 대해서는 공부를 좀 하자. 방포 해수욕장은 안면도 해수욕장 중 최초로 개장된 해수욕장인 동시에 모래가 아닌 자갈로 루어진 해수욕장이다.

 

 

방포해변의 유래를 알아본다.

옛날 신라 흥덕왕때 청해진 거점으로 활하던 장보고가 서해안 견승포(안면)에도 전진기지를 두었는데 이를 관할하던 팩임자로 승언이라는 사람을 두었다고 한다. 승언은 미도라는 아내와 살면서 견승포를 굳세게 지키고 있을 때 청해진으로부터 군사을 모아 진군하는 명령을 받고 출전한 후 돌아오지 못하고 전사하였다고 하는데 이후로 이지역을 <승언>이라 불렀으며, 이 백사장을 <방포>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벤치속의 두 남녀, 영화속 한 장면이다.

 

 

 

전망대에서 본 방포해수욕장 전경이다. 

 

 

태안해변길 5구간 노을길 중 가장 아름다운 전망대이다. 등대를 향해 바다로 바다로 내달리는 자동차 한 대, 스톱...

제방 끝에는 낚시꾼의 터전이다. 

 

꽂지해변의 꽃, 할미,할아비 바위다.

4시간 전 해변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해안은 맨 몸을 드러냈었지만, 어느새 해안가 깊숙히 바닷물이 밀려온다. 간조 때는 할매,할아비 바위에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

호미를 빌려 조개를 캐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가파르 내리막 계단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천연기념물 군락지다.

모감주나무다.

천연기념물 제138호로 지정된 안면도 모감주나무 군락지다.  

 

김훈은 에세이집 <자전거여행>에서 안면도의 모감주나무에 대해 이렇게 설파했다.

"안면도에는 소나무숲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승언리 방포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가에는 모감주나무숲도 있다. 모감주나무는 백일홍 고목처럼 신기(神氣)가 어린 듯 구불구불 뻗어나가고, 밑둥과 줄기는 발가벗은 듯이 매끄럽게 윤이 난다. 이 희귀한 나무는 천연기념물 대접을 받고 있다. 절에서는 이 나무를 귀하게 여겨서 그 열매로 염주를 만든다. 모감주나무는 원래 중국 산둥반도에서만 자라는 나무다. 그 씨앗 하나가 바닷물에 실려 안면도 바닷가로 흘러와 이 숲을 이루게 된 것으로 식물학자들은 보고 있다. 산둥반도의 모감주나무는 곧게 자라는데, 안면도 해안가의 모감주나무는 구불구불하게 퍼진다. 키도 2미터 정도를 넘지 않는다."

 

안면도 모감주나무의 이 같은 생태는 해풍에 견디기 위한 변이일 것으로 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꽃다리 위에서 본 할미,할아비 바위다. 꽂지해변의 할미,할아비바위는 안면도에서 일몰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일몰은 태안 8경, 수려한 쌍바위의 자태를 배경으로 붉은 태양이 바다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빚어내는 황홀한 저녁놀 풍경은 서해안 최고의 낙조임에 틀림이 없다.

해변길을 따라 꽃지에서 백사장까지 바다와 모래 소나무 군락지 길을 걸을 수도 있고 해질녘이 되면 보이는 아름다운 낙조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중 하나이다. 꽃지 할미 할아비 바위 사이로 넘어가는 이곳의 낙조는 우리나라 아름다운 낙조 3곳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기를 메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꽂지 해수욕장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꽃다리'이다. 

 

 

 

 

 

꽂지해수욕장이다.

태안해변길 5구간노을길 구간 최종 목적지다.

꽂지는 서해안에서 대천해수욕장 다음으로 규모가 큰 해변인 이곳은 넓은 백사장과 맑은 물, 할미,할아비바위가 한 폭의 산수화같이 아름답다.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사장에 내리는 낙조가 일품이어서 관광객과 사진 작가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꽃지해수욕장이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이 선정(2012.1)하는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근데 왜 CNN에서 한국의 관광지를 소개했는지 좀 의문이다.

아무튼 제주 성산일출봉, 부산 광안대교 등과 함께 ‘아름다운 50곳’에 선정된 꽃지해수욕장은 드넓은 백사장과 송림, 피서객 편의시설, 숙박시설 등 피서지가 갖춰야 할 모든 제반요건이 충실해 태안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해수욕장이다.

특히 봄·가을에는 바다낚시를, 여름에는 해수욕을, 겨울에는 낙조를 즐길 수 있는 태안반도의 대표 4계절 관광 휴양지가 바로 꽃지다.

긴 해변을 따라 붉은 해당화가 많이 핀다는 데서 ‘화지(花池)’로 불리다가 한글 명칭인 ‘꽃지’로 이름 붙여진 이곳은 백사장 길이가 3~4㎞에 달할 정도로 넓고 수심도 완만해 가족단위 피서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잘생긴 돌에 새겨진 지은경의 <안면도에서>라는 싯구다.

"일상의 지친 영혼들이 생명의 숨소리 찾아왔네. 

꽂지해수욕장에서

파도의 열망을 바라보며 소나무 숲을 걸으며....."

 

 

꽂지해변 '할미,할아비 바위'의 일몰은 명승지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그래서 맛보기로 일몰 사진 한 장을 퍼왔다. 달력에 자주 등장하는 일몰 사진이다. 출처는 <세계일보, 2011.11.16자>이다.

  

태안해변길 5구간 종착지 표지석이다. 

 

모든 사물과 순간은 문득 자신만의 생명을 가진 것처럼 스스로 빛났고

나 역시 오로지 존재 자체만으로 빛났다.

잠시 속도를 줄이고 느리게 가자

숨죽이고 있던 것들이 생명을 띠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급하게 여행했다면 결코 맛보지 못할 기쁨들이 베니스의 거리 곳곳에 널려 있었다.

-이지상의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중에서,

 

느림보가 아름다운 길,

거북이가 사랑받는 길, 그런 길이 안면도에 있다.

태안 해변길 노을길(5코스)이다.

"남들은 4시간 걸리는 거리를 2시간에 완주했다"면서 허풍을 떠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길이다.

일상의 바쁨에서 탈출한 이여, 안면도로 가자.

그리고 해변길을 걸어보자.

천천히, 더 천천히...

느리게, 더 느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