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길 1코스 팔당댐에서,
다산길은 경기도 남양주시가 개장한 트레일이다. 이를테면 ‘남양주의 올레’인 셈이다. 남양주는 총면적의 70%가 산림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산만 높은 게 아니다. 물길이 있다. 북한강이 남양주를 따라 흘러와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만나 마침내 한강이 된다. 이처럼 남양주는 서울 도심에서 지척이지만 산과 강이 어울려 특별한 걷기 여행코스를 제공한다.
回巹詩 六十風輪轉眼翩 |
회혼시 육십 년 세월, 눈 깜빡할 사이 날아갔는데도 |
남양주 다산길 1코스 한강나루길 팔당역에서 양수역까지 걸어봤다.
팔당역을 나서면 마주하게 되는 다산길 안내도이다.
다산길은 총 12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팔당댐 언저리를 걷는 구 철길 구간은 5개 코스다.
-일정 : 팔당역~능내역~다산유적지~능내역~팔당철교~양수역(16km, 4시간)
자연이 뿔났다.
계절이 화가 난게 틀림없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루 기온이 15도까지 차이가 나는 환절기였는데, 곧장 낮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갔다. 시나브로 봄은 대한민국의 사계절에서 이름을 내리고 있다. 팔당 건너 하남 검단산이 손에 잡힐듯하다.
다산길은 정약용에 대해 공부하고 재해석하는 성찰의 길이자 순례길이다.
다산을 빼고 남양주를 이야기할 수 없다.
다산길 1코스는 햇빛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고난의 길이다. 구 철길을 따라 걷는 구간이 많아 햇빛을 피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신체 중에서 머리가 태양에 가장 가깝다. 그래서 땀은 얼굴에서부터 나는 것이다.
다산문화의 거리 표지석에서 시작되는 옛 경춘선 철로 걷기다. 구 철길을 시멘트로 포장하여 자전거와 보행로를 구분하여 정비해 놓았다.
군데군데 폐 철길을 그대로 두어 색다른 체험을 하도록 배려했다.
물과 자동차와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하는 절묘한 조화의 길이다. 기존 철길을 따라 걷는 통에 나무 그늘은 없다. 햇빛이 나면 햇빛을 머리로 받아내야 하고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는 솔직한 길이다. 햇빛을 피할 곳도 비를 피할 곳도 없다. 자연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한낮 기온은 28도를 가리켰지만 시멘트 복사열로 인해 체감온도는 30도는 거뜬했다.
어제 저녁 뉴스에서 남의 집 철 대문을 뜯어간 일당이 잡혔다고 한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 쇠붙이란 쇠붙이는모조리 뜯어가는 생활형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폐 철길 쇠붙이 레일을 걷어내지 않고 포장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약 500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 다산쉼터다.
햇빛도 비도 모두 통과된다. 그늘이 없다는 것이 내내 아쉽다.
길가로 보이는 팔당댐 물이 아니었다면 마음은 훨씬 더웠을게다. 손자와 할아버지의 멋진 풍경이다.
한 무더기의 자전거 동호회가 떼지어 햇살을 가른다.
자전거를 저어가는 사람들이 부럽다. 페달의 속도만큼 바람이 부는 법이니까.
팔당댐 수문이다.
팔당대 수문 앞에 위치한 봉안터널이다.
이것이 여름에는 냉장고 역할을 한다. 아주 서늘했다. 반대로 겨울에는 온기를 느끼게 해 줄 터이다.
벽이란 벽엔 낙서천국 대한민국이다.
벽에 이름을 새기고 다짐을 하는 것도 추억이 되겠지만 마음에 새긴 다짐이 더 진실하다. 자연에 흠집을 내는 만큼 마음의 상처가 커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터널 안의 모습이다. 기차가 다니던 터널을 걷는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냉장고였다. 곳곳에 물이 흘러 내렸지만 터널은 몸단장을 새롭게 했다. 유일하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다. 터널안에 쉼터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팔당역에서 오를 수 있는 예봉산 자락이다.
오가는 이들이 참새방앗간처럼 들르는 곳이다. 봉주르다. 식당인 동시에 커피도 판다. 비빔밥 8천원...맛은 별로였다. 눈요기하는 대가라 생각했다. 서비스는 기대하지 마라. 사람이 많다.
봉주르와 능내역 사이에 있는 능내1리 연꽃마을이다.
다산유적지를 갈 수 있는 지점이다. 동시에 연꽃체험도 하고 연꽃을 관찰할 수 있는 공부방이다.
'순결 & 청순한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연꽃은 7~8월에 핀다. 지금은 휑하다. 연밭엔 올챙이 천국이었다.
연꽃마을에 있는 연화낭자 이야기다.
이런 이런...
올해는 다산 탄생 250주년이다.
170년 전 정약용이 죽으면서 자녀들에게 남긴 유서는 이랬다.
"서울을 벗어나는 순간 기회는 사라지니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에서 버티라"는 것이었다. 실학의 대가답게 서울의 비전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서울은 복잡하다.
다산유적지 길에 새겨진 <목민심서>에 나오는 말이다.
정약용은 조선 정조 때의 문신이며, 실학자·저술가·시인·철학자·과학자·공학자이다. 수원화성을 설계했고 조선 실학을 집대성하였다. 정약용의 묘는 그가 태어난 곳에 있다. 다산유적지내에 소재하고 있다.
다산유적지와 실학박물관을 거쳐 다시 연꽃마을에 도착했다. 연꽃마을~다산유적지~연꽃마을은 4.2km이다.
능내역이다.
2008년 12월 중앙선 복선화로 문을 닫은 간이역이다.
자전거역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휴게소, 찐빵, 음식점, 쉼터, 자전거병원, 4대강 자전거길 인증센터 등이 있는 곳이다.
다산길 1코스 종점 운길산역을 지나 양수철교를 건넌다.
김훈은 <자전거여행>에서 자전거를 이렇게 표현했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김훈은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발이 필요하다. 발은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곳까지 갈 수 있다. 자전거와 발은 하나다. 일심동체다. 그러해야 한다. 엔진이 없는 자전거는 발에 의존해야 한다. 발이 자전거요 자전거가 발이다. 그것이 하나된 모습이다. 그 길이 다산길 1코스다.
자전거를 타든, 두 발로 걷든 엔진없는 모든 것이 편안한 길이다. 다산길은 그러하다. 한국의 레오나르도다빈치라 할 수있는 정약용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 역사의 길이자 생명의 길이다.
'스토리가 있는 산행기 > 기타지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양주다산길 4코스-큰사랑산길 (0) | 2012.12.25 |
---|---|
한국의 100 명산 리스트 (0) | 2012.11.21 |
태안해변길 4코스-솔모랫길 (0) | 2012.04.25 |
태안해변길 5코스-노을길 (1) | 2012.04.20 |
가평올레길 6-1코스, 청평역~호명산~호명호수~상천역 (0) | 2012.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