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나쁜 건 참고 살지만 돈 없으면 이혼한다
우리나라는 성형강국이다.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보도 내용을 보면, 한국인 천 명당 13.5건의 성형수술(국제미용성형의학회 조사 결과, 2011년 기준)이 이뤄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성형수술 비율은 세계 1위로, 그리스가 12.5건으로 2위, 이탈리아가 11.6건으로 3위를 차지했다. 보톡스나 체모 제거 등 비절개 수술이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코를 세우고 턱뼈를 깎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어쨌든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를 부정하기 어렵다. 겉으로는 자연 미인이 더 아름답다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성형을 원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성형은 단순히 미용 차원이 아니라 이제 경쟁력이자 스펙의 차원이 되어 버렸다. 남자나 여자나 외모가 준수하고 키 큰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니콜라 에르팽은 <키는 권력이다>에서 이것을 ‘하이트 프리미엄height premium'이라고 불렀다. 맥주 이름이 아니다. 하버드대학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 그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주요기업 CEO의 60%가 신장이 180센티미터를 넘는다고 한다. 미국 직장인의 경우 키가 1인치 커질 때마다 연봉이 789달러 올라갔고, 키가 182센티미터인 직원은 165센티미터인 직원보다 연봉을 5,525달러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남성의 키가 1인치 클 때마다 여성과의 미팅에서 성공할 확률이 5%씩 높아진다고 한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하이트 프리미엄은 우리 사회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요즘 항간에 미혼 여성들에게 ‘돈키호테’형의 남성이 신랑감 1순위로 꼽힌다고 한다. ‘돈 많고, 키 크고, 호탕하고, 태도(매너)가 좋은 남성’을 말한다. 설령 키가 작고 매너가 없어도 돈 많으면 용서된다. 최근 한 TV종편채널(MBN) <동치미>라는 프로그램에서 40대 기혼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이럴 때 이혼하고 싶다”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위는 “성격 나쁜 건 참고 살 수 있지만 돈 없으면 이혼하고 싶다.”라는 답변이었다고 한다. 남자들은 결혼하기도 어렵지만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돈 없으면 있던 사랑의 감정도 사라지고, 돈 있으면 없던 사랑도 샘솟는 것이 현실이다. 사랑은 이상이고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다.
“군주는 현명하지 못해도 현명한 자를 거느리고, 지혜로운 자의 우두머리가 된다”는 <한비자> 주도편(主道篇)에 나오는 글은 권력의 속성을 그대로 말해 준다.
공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공자는 누구나 인정하는 성인이다. 하지만 칼이 난무했던 춘추전국시대 중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몸과 마음을 닦고 도를 전파했지만 그를 따르며 섬긴 제자는 고작 70여 명에 불과했다. 반면 노나라 애공(哀公)은 무능했지만 군주가 되어 나라를 다스리니 온 나라가 그의 백성이 되었다. 백성이란 본디 권세에 복종하고, 권세는 사람들을 쉽게 굴복시키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잘 알려져 있는 관중이 쓴 <관자>라는 책을 통해 ‘법가’의 운용방법이 처음 알려졌다. 그 후 진나라가 통일할 무렵 <한비자>를 완성함으로서 ‘법가’의 운용술이 완성됐다. 전국시대 말기에 여러 나라가 앞 다투어 법가를 임용함으로서 국가를 단기간에 강국으로 변모시켰으며, 형벌이라는 강력한 타율적 강압으로 국가 운용을 해나갔다. 한비자의 ‘고분’ ‘오두’ 두 편을 읽은 진시황제가 “내가 이 사람을 얻는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탄식할 정도였다.
온정적인 인간관계보다는 객관적이면서도 냉정한 이해관계에 주목한 한비韓非는, 인의나 예, 도덕과 같은 유가 사상만으로 세상은 구원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혼탁하며, 한 마디로 인간이란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못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가사상에만 젖어 있는 우리에게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신뢰라는 끈을 과감히 버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칼이 있다는 것을 직시하라고 충고한다.
군주의 통치술에 관한 주장은 다양하다. 한비는 군주는 속내를 감추고 상과 벌은 엄해야 한다고 설파했고, 마키아벨리는 때로는 배신하고 잔인해야 하는 것이 군주라고 역설했다. 공자에게 통치술의 본질은 인(仁)이고, 맹자에겐 덕(德)이다. 이처럼 군주의 통치술(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시대에 따라, 국가에 따라 요구되는 통치술은 내용을 달라야 한다.
한비자는 군주는 함부로 호오(好惡), 즉 좋고 싫음의 감정을 나타내지 말라고 한다. 구중궁궐(九重宮闕)에 살고 있는 군주는 신하로부터 늘 관찰(觀察)당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위장(僞裝)해 신하(臣下)로 하여금 쉽게 파악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이유를 <한비자> 주도편(主道篇)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군주가 하고자 하는 바를 내보이면 신하는 스스로를 꾸밀 것이다. 군주는 자신의 속뜻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군주가 그 속뜻을 보이면, 신하는 스스로 다른 의견을 표시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군주가 재능이 뛰어나서 그것을 함부로 발휘하면 만사가 방향을 잡지 못하게 된다. 군주가 자기의 능력을 자랑하면 신의 신하들은 그에 맞추느라 속임수를 쓰게 된다. 군주가 말재간이 좋아 속내를 떠벌리면 신하들은 그것을 이용해 자기 이익을 꾀하게 된다.”
한비자의 충고는 지금도 유효하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사사건건 부하들을 간섭하는 경영자도 있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영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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