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확장의 욕구는 매우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본능이며, 유능한 자들이 이를 수행할 때 그들은 항상 칭송받으며, 칭송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적어도 비난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성취할 역량이 없는 자들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를 추구하려고 할 경우, 그것은 비난받을 수 있는 실책이 된다. 그러므로 독자적인 능력을 넘어서는 일은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군주론>3장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가택연금까지 당했다
1469년 피렌체에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난 마키아벨리는 르네상스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살았다.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1498년 바스코다가마의 인도항로 개척 이후 지중해의 중요성은 날로 감소되었고, 마키아벨리의 조국 피렌체는 경제 및 정치적으로 쇠퇴기를 맞이하며 혼란을 겪고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이러한 시기에 29살의 나이로 외교관으로서 공직에 진출한다.
그는 ‘10인 전쟁위원회’ 서기관을 거쳐 외교 실무를 담당하면서 각국에 사절로 파견되기도 했지만, 평민 출신이었던 까닭에 대사로 임명되지 못했다. 동서양의 역사에서 보듯, 확실한 연고도 없고 힘도 없는 개인은 결국 정치적인 분쟁과 정략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메디치 가문이 1512년 피렌체 공화국의 지배자가 되자 메디치가와 경쟁 관계인 파벌의 수장과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피렌체 서기국에서 해임됐으며, 메디치가를 전복하기 위한 음모에 연루돼 감옥에 투옥되기도 했다.
최근 국내 한 언론(연합뉴스, 2013.2.15자)에서 ‘500년 만에 마키아벨리 체포령이 발견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보도를 인용 보도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스티븐 밀너 교수는 피렌체의 문서보관소에서 1470년부터 1530년 사이에 발표된 피렌체공화국의 포고령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1513년 발표된 이 포고령을 발견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연구 권위자인 밀너 교수는 체포령이 내려진 날 마키아벨리는 체포돼 투옥됐으며 나중에 풀려나 시 외곽에서 가택연금에 처해졌다고 설명했다. 마키아벨리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또 그가 가택연금에 처했다는 것은 처음 밝혀진 진실이다.
밀너 교수는 "이 문서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사상가의 실추를 보여주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 매우 흥분됐다"면서 "'군주론'은 정치사상과 문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작품으로 '권모술수'나 '악마' 같은 단어들이 모두 이 작품에서 나왔지만 집필 당시의 정황은 종종 간과되곤 했다"고 말했다.
당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 베네치아, 피사, 로마, 밀라노, 토리노, 제노바, 시칠리아, 나폴리 등의 나라들이 동서 무역과 도시의 발달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실험하고 있었던 그의 후견이기도 했던 루이 12세가 군대를 무모하게 움직인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물론 루이 왕은 자신의 군대만으로 나폴리를 공격할 수 있었더라면, 그렇게 한 것에 대해 찬사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면 그는 그 왕국을 분할하지 말았어야 했지만 나폴리를 분할하여 위기에 직면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하다 망한 기업도 많이 있다.
국내 유일의 자동차 판매 전문회사이자 인천의 향토기업이었던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회사의 공중분해로 인해 차량 판매 사원을 비롯한 노동자 1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또한 주식 가치가 '10분의 1'로 하락해, 소액주주 수천 명이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자본금 1500억 원, 부채비율 70% 수준이었다. 자산가치만 1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초우량기업이었다. 창사 이래 한 번도 적자 없이 건실하게 운영됐고 IMF 구제금융 요청 시에도 자본금을 상회하는 흑자를 달성했던 기업이다.
하지만 망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이 가장 큰 이유였다. 국가는 영토 확장을 추구하듯 기업 역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본능이자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사업 확장 그 자체가 아니라 ‘무리한 사업 확장’이다.
경영학원론 첫 페이지에 나오는 경영지침 중 하나가 ‘능력을 벗어난 무리한 사업 확장을 경계하라’는 것인데 알고도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전쟁이 확률 게임이 아니듯 경영은 로또복권이 아니다. 전쟁을 하는데 운을 믿어선 안 되듯 경영은 도박이 아니다. 기업이 망하면 경영이라는 말 자체도 존재할 수 없다. 전쟁에 실패하면 재기의 기회조차 없듯, 경영도 실패하면 재기하기가 쉽지 않다. 책에서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사회는 실패자를 실패자로 볼 뿐이다. 패자부활전도 없다. 따라서 경영은 연습이 아니다. 시행착오의 대상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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