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힘, 기업문화
애들 둘을 가진 가족이 모처럼 동물원으로 나들이를 갔다.
입구에는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그네가 있다. 작은 아이는 그네를 보자 먼저 차지하기 위해 형을 제치고 달려가서 마침 한 빈자리를 차지한다. 동생이 멋진 그네를 보고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자 형도 타보고 싶어진다. 형이 동생에게 간청했지만 동생은 모처럼의 멋진 그네를 놓칠 수 없다. 둘 사이에 긴장이 흐르고 시끄러워지자 주변의 사람들이 애들 부모에게 눈총을 보내기 시작한다. 부모로써의 역할을 해서 조용히 좀 시키라고. 부인은 남편에게 눈짓을 보낸다.
남편이 나서서 달래지만 작은 아이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마침 숲을 돌아서 저쪽 보이지 않는 곳에는 그네보다도 멋진 회전목마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한 애의 아버지는 저쪽에 더 좋은 더 재미있는 회전목마가 있으니 이것은 형에게 주고 저쪽으로 가자고 설득을 해보지만 회전목마를 본적도 없고 실제로 지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아이를 설득시킬 수 없다. 형과 아우가 더욱 크게 싸우고 시끄러워지자 아버지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한다. 작은 아이를 손목을 잡고 회전목마가 있는 쪽으로 혼을 내키며 발버둥치는 아이를 끌고 간다. 숲을 돌아서 회전목마가 작은 아이의 눈에 보이자 작은 아이는 휘둥그레져서 회전목마를 타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 그토록 그네에 집착하던 자기 자신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그네에 익숙한 작은 아이는 그네보다 훨씬 좋은 놀이기구지만 본 적도 없는 회전목마의 존재를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자기가 잘 타는 그네를 형에게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 설득에 실패하자 결국 부모는 작은 아이를 강제로 회전목마로 끌고 간다. 그런데 회전목마를 보는 순간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회전목마와 친구가 되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인간은 익숙한 습관을 스스로 잘 버리지 못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으려고 한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강제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여기서 기업문화를 떠올려본다.
회전목마가 그네보다 나은 놀이기구임에도 작은 아이는 오랫동안 그네만 타왔기 때문에 회전목마를 강제로 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전에 틈나는 대로 아이에게 회전목마의 존재를 설명해주고 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그네보다 회전목마가 더 좋은 놀이기구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아이는 회전목마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존재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회전목마를 그려서 설명해주어야 상상에만 그치지 않고 현실로 받아들인다. 기업문화는 CEO가 그네에 익숙한 구성원들에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회전목마로 이끄는 ‘그 어떤 힘’이다. 보이지 않는 목적지에 갈 수 있게 해 주는 ‘그 어떤 힘’이다. 그 힘의 원천은 ‘나를 따르라’가 아닌 ‘함께 가자’가 되어야 한다. ‘그 어떤 힘’이란 바로 가치다.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합의된 핵심가치 말이다.
핵심가치를 실천하는 것은 조직구성원들이지만 구성원들의 마음에 심는 것은 CEO의 몫이다. 핵심가치가 없는 기업은 존재이유가 없다. 단순히 기계로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이 기업의 존재이유는 아니다. 핵심가치가 없는 기업은 영혼이 없고, 나침반도 없는 것이다. 이윤추구를 배척할 수는 없지만 성과와 숫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기업의 수명을 앞당긴다. 핵심가치는 정량화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최근 들어 인문학을 접목한 경영이 각광받는 이유는 과거 성과주의 경영의 한계 때문이다.
지난 100년 동안 기업은 다양한 경영혁신을 통해 경영의 각 분야별로 많은 전략을 것을 만들어냈다. 조직의 변화와 혁신, 인적자원 개발과 관리, 생산과 품질관리, 스트레스관리와 의사소통 활성화, 마케팅, 그리고 재무 분야에 이르기까지 외형적인 부문에서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갈수록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자고나면 고객들의 니즈가 바뀌자 이제 기업의 전략으로 극복하기에는 한계에 직면했다. 그러자 많은 전문가들이 마지막 대안으로 기업문화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기업문화는 지난 경영전략들과는 대척점에 놓여 있다.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기업문화는 과거의 경영전략처럼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에 혼(soul)을 심는 것이다. 제품이 아니라 제품에 담긴 철학이자 가치관이다. 욕망이자 감성이다. 이제 다가오는 미래는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창조의 시대이자 개성의 시대다. 환경에 적응하는 시대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가는 시대다. 집단의 시대가 아니라 개성의 시대다. 소비자들의 마음은 변덕쟁이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고 바뀌고 다양화된다. 전통적인 기업과 고객의 관계를 뒤흔들고 있음은 물론 비즈니스의 영역도 뒤집어엎을 기세다. 블루오션시장이 자고 나면 레드오션시장으로 추락하고 새로운 시장이 연이어 생성되고 진화되어간다. 경영학 교과서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되면서 갈수록 소비자들의 감성과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업문화 정립이 요구된다.
돌격 앞으로나 밀어부치기식 경영으로는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할 수 없다.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면 자발적인 참여와 몰입도는 낮아진다. 참여없이 행동없고 행동없이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치의 공유와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성과를 결정짓는다. 리더십의 거장으로 불리는 제임스 쿠제스와 베리 포스너가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원들과 많은 가치를 공유한 기업일수록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수익은 4배, 일자리 창출 비율은 7배 높았으며 주가성장율은 12배, 이익은 750% 높았다고 한다. 이제는 집단이 아니라 개개인의 아이디어와 능력, 창의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것을 활성화시켜 주는 토양이 기업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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