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산행기/북한산둘레길

14구간-산너미길

김부현(김중순) 2011. 12. 10. 22:13

'산을 넘는 길', 14구간 <산너미길>은

도봉산 자락에 있는 사패산을 중턱을 넘어야 하는 

가파른 구간입니다.

사패산의 6부 능선에 있는 '붉은바위'까지 올라야 하는

둘레길 구간 중 가장 힘든 길이지요.

그러나 땀흘린 대가는 반드시 돌아오는 법,

전망은 최고입니다.

의정부시와 양주시 그리고 서울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으뜸전망을 자랑합니다.

 

안골계곡에서 원각사 입구까지이며 거리는 2.3km,

시간은 1시간 정도이며,

산행난이도는 상입니다.

 

 

가파른 인조계단을 오르는 중간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문,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조금만 오르면 멋진 경관이 반겨줄 것입니다."라는.

기대만발입니다.

 

앞이 탁트인 전망 좋은 곳,

갑자기 동공이 최대로 열립니다.

사패산 정상이 코앞에 잡힐듯한

8부능선 거북바위터 전망대입니다.

 

 

의정부와 양주시가 사진 한 장에 들어옵니다.

도심위를 떠다니는 뭉게구름,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그림같습니다.

 

 

 

왼쪽 두 번째 산이 양주불곡산이지요.

몇 번 가봤지만 둘레길에서 보는 느낌은 아주 특별하네요.

암릉으로 이루어진 능선의 곡선미가 제대로입니다. 

 

누가 이런 하늘 멋지게 표현 좀 해주세요.

멋지다, 아름답다, 좋다,

 뭐, 이런 식상한 단어 말고요.

 

혼자라도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혼자일 때 더 진솔해지는 길입니다.

공연히 울컥해지고 까닭없이 심각해지는 날들이 계속 된다면,

후딱 앞뒤 재지말고,

이것저것 챙기지 말고,

텅 빈 마음만 챙겨 둘레길에 들어볼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텁텁한 일상의 그늘에서 그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테니까.

 

3년 밖에(?) 안 된 저의 등산화입니다.

등산화면 그 용도가 등산을 할 때만 신어야 하는데,

외동신발이라 평지를 걸을 때도,

둘레길을 걸을 때도,

설악산을 오를 때도,

그리고 대관령 선자령 눈꽃길을 걸을 때도

늘 함께 했던 등산화입니다.

겉은 멀쩡한데 이제 사형선고를 받은 신발입니다.

태어난 산부인과에서 수선불가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1인 4역을 하느라 너무 고생한 신발입니다.

어쩌면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고맙다. 고생많았다."

 

거북바위터를 넘어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여행자들의 쉼터 의자입니다.

혼자 앉는 의자입니다.

자신을 찾아 홀로 꼬닥꼬닥 발걸음을 옮기는

싱글 여행자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예찬>에 나오는 글입니다.

"진정한 걷기 애호가는 구경거리를 찾아 여행하는 것이 아니다.

즐거운 기분을 찾아서 여행한다.

우리들의 발에는 뿌리가 없다.

발은 움직이라고 생긴 것이다."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생명력...

사람도

 나무도

 그리고 풀 한포기도

 결국은 자기자신과의 싸움인거다.

'가장 힘든 싸움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

참 아날로그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말이다.

 

"지쳐버린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들의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자신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모든 일을 잠시 내려놓고,

그동안 무시했던 그대의 영혼이 다시 그대를 만나게 하라.

그것은 그대의 잊혀진 꿈과 다시 가까워지는 멋진 일이다."

                                                                                  -켈트인의 속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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