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에 빠져 있는 아주 가난하고 젊은 남자를 만났다.
그의 모자는 다 낡고 외투는 해졌으며
팔꿈치가 튀어나와 있고 구두는 물이 샜지만
그의 영혼에는 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빅토르 위고 Victor Marie Hugo
한국 CEO와 미국 CEO의 PT 차이점 4가지..... |
사전적 의미의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 : PT)은 '광고 대리업자가 예상 광고주를 대상으로 하여 광고 계획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하지만 작금에는 기업은 물론 개인에게도 PT는 21세기식 소통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PT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던 사람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미국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였다. 그는 여전히 PT의 진정한 구루로 평가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의 PT를 모델링하고 있다. 어제 저녁 뉴스를 통해 애플의 CEO 팀 쿡의 뉴아이패드 출시 기념 PT를 보면서 그 역시 잡스의 PT와 여러모로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CEO와 미국 CEO들의 PT 차이점 네 가지>
한국 CEO | 미국 CEO |
양복(정장) | 청바지(티셔츠) |
스펙 | 스토리 |
설명 | 설득 |
비서 | 혼자 |
1. 양복과 청바지
우리나라 CEO들은 좀처럼 PT를 하지 않는 편이다. 간혹 PT를 할 땐 말쑥한 정장차림을 선호한다. 그것이 참석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관습이자 관행이 되어 버린 것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기보다는 정장차림을 하면 1등은 아니더라도 2등은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애플 CEO들의 경우에는 청바지에 헐렁한 T셔츠를 입고 PT를 한다. 양복이 없어서가 아니다.
물론 문화의 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떤 불리한 상황이 되면 무턱대고 그것을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는 말로 모면하려고 한다. 이런 경향을 기업에 적용하면 기업문화의 차이고, 개인에 적용하면 가치관의 차이라고 한다.
따지고보면 옷을 입는 행위 자체가 인류가 서로 약속한 일종의 문화행위다. 양복은 미국의 전통옷이자 문화다. 하지만 잡스는 양복을 입지 않은 것은 물론 면도도 제대로 하지 않고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PT를 한다. 파격적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복 대신 양복을 입고 판소리를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애플의 기업 모토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모토는 그 기업의 존재이유이자 정신이자 혼이다.
애플의 모토는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이다.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가슴 뜨거운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 나갑니다.
바로 이들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상상하고 시도하고 창조하고 제시합니다.
인류는 이런 혁신가들 덕분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애플의 광고(1997.09.28)
"근면, 성실, 정직"이라는 우리나라의 모토와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단어들은 가훈을 넘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대학교을 거쳐 기업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헐렁한 T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판소리를 해도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포용력이 그립다. 그것이 결코 판소리를 무시하거나 전통을 배척하는 일은 아니다. 판소리의 세계화는 우리의 기준이 아닌 상대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배려할 때 가능하다. 양복을 입고 판소리를 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것을 전통을 무시하는 짓이라고 치부하는 한 우리의 세계화는 반쪽짜리가 될 수 밖에 없다.
2. 스펙과 스토리
우리나라 CEO들은 해외 자금유치나 주주 대상 결산보고 등의 경우에 주로 PT를 한다. 한결같이 원고에 충실한 편이다. 보고 읽는 경향이 강하다. 청중들에게 페이퍼로 제공한 자료를 굳이 CEO가 나서서 다시 읽는 것은 왜인가? 요식행위인가? 글자 토시 하나까지 원고대로 암기하여 발표하는 것은 진정한 PT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 CEO들은 간결한 문체에다 스스로 여러가지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시각과 청각은 물론 촉각까지 오감을 자극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스펙은 현상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고 스토리는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PT는 한 편의 영화다. 스토리 없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생동감이 없다. 스토리 없는 외자유치 PT는 시간낭비다.
3. 설명과 설득
우리나라 CEO들은 화면에 나타나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편이다. 설명說明 (explanation)이란 '어떤 일의 내용이나 이유 따위를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설득說得(persuasion)은 '상대편이 이쪽 편의 뜻을 따르도록 깨우쳐 말하는 것'을 말한다. 설명은 일방적인 의사소통인 반면 설득은 쌍방향적 의사소통이다. 설명은 말하는 사람이 주가 되는 것이고 설득은 말을 듣는 사람이 주가 되는 것이다. PT는 설명이나 발표가 아니라 스토리를 통해 설득하는 행위다.
4. 비서와 혼자
우리나라 CEO들이 PT 하는 것을 보자. 비서나 보조자가 CEO의 발표 진행에 맞춰 화면을 넘겨주는 경우가 많다. 격식과 형식에 치우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나 팀 쿡과 같은 미국 애플 CEO들의 경우에는 정해진 형식이나 정해진 절차가 없다. 혼자 페이지를 넘기고 기계를 작동하고, 직접 아이패드를 들고 움직이면서 말하기 때문에 보조자가 필요 없다.
지금도 우리나라 월례조례에서는 '애국가 제창-국기에 대한 경례-사령장 수여-CEO인사말씀' 등과 같이 정해진 순서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시간을 줄이고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CEO들도 이젠 혼자 어느 정도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늘 더 큰 일, 더 중요한 일을 한다는 말로 애둘러선 곤란하다. 골프를 쳐야만 CEO가 아니다. 미국 CEO들은 직접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이 많다. 골프를 치는 것은 나의 부족함을 다른 사람의 능력으로 보충하려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인간관계다.
우리나라에도 PT를 능숙하게 하는 CEO들이 많다. 게다가 어느 방식이 좋다 나쁘다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PT는 문화나 기업의 환경, 청중들의 특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실에 입각한 설명 위주의 PT가 많다.
그 이유는 또 무엇 때문일까?
기업 경영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눈에 보이는 효율적인 경영관리시스템이나 구성원들의 스펙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미국은 기업 내의 무형자산과 사람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인간경영을 외치고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CEO들의 책상엔 경영학 책이 많은 반면 미국 CEO들의 책상엔 철학과 심리학책이 많다는 통계가 그것을 대별해 준다. 최근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며 온 나라가 인문학의 중요성을 노래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과성 붐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PT자료를 스스로 만들 괴짜 CEO는 없는가? 비서가 만들어준 PT자료에는 스토리가 없다.
골프채 대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용기있는 CEO는 없는가?
껌부터 자동차까지 모두 다 잘하겠다는 문어발식 경영하에서는 정말 CEO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시간이 없겠다.
그렇겠다. 그렇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능숙한 PT를 보여주었던 나승연 대변인은 최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만의 '발표 비법' 2가지를 전했다. 하나는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아주 정확하게 아는 것', 다른 한 가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청중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비자에 나오는 말이다.
"삼류리더는 자기를 사용하고, 이류리더는 남의 힘을 이용하고, 일류리더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
이 말을 이렇게 바꿔보는 건 어떨까?
'삼류프리젠터는 복장을 이용하고, 이류프리젠터는 스펙을 이용하고, 일류프리젠터는 스토리를 이용한다."
'메디치경영 > 경영사례·법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견과 통념의 감옥에 가둔 기업에 혁신은 없다. (0) | 2012.03.29 |
---|---|
고스톱과 이솝우화를 통한 자기계발의 10가지 지혜 (0) | 2012.03.16 |
코닥·블랙베리의 실패학 (0) | 2012.03.07 |
'6시간 노동제' 가능할까? (0) | 2012.03.06 |
코닥이 망한 5가지 이유 (0) | 2012.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