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산행기/중부지역

스토리가 있는 산행기-가평 화악산

김부현(김중순) 2012. 11. 11. 17:31

 

-애기봉에서

 

 

-중봉 상고대

 

 

▶ 산행여정 : 용수동 종점 38교~복호동폭포~이끼폭포~화악산 중봉~애기봉~애기고개 헬기장~도대리 임도~도설천사 입구~섬바위(용소유원지)

▶ 산행거리 : 14km

▶ 소요시간 : 7시간 30분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화악산(경춘선) 가는 방법

-상봉역~가평역 : 50분 소요, 토요일 07:20분 춘천행

-가평역~가평터미널 : 15분 소요(도보), 1.5km

-가평터미널~용수동종점(1일 5회) : 당일 산행을 위해서는 가평터미널에서 09:30분 버스를 타야 한다. 종점까지는 40분 소요,

-용수동종점~가평터미널(1일 5회) : 17:10, 막차 20:00

 

 

시간이 맞지 않아 가평터미널에서 택시를 이용, 용수동 38교에서 09:00, 산행 시작....

서울과는 차원이 다른 싸늘함이 느껴지는 걸 보니 골이 깊은가보다.

여름에 행락객들이 많이 모여드는 조무락골은 깊이 잠들어 있다. '조무락'은 鳥(새 조)  舞(춤출 무 ) 樂 (풍류 락), 새들이 춤을 추며 풍류를 즐기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이런 그림같은 편안한 길을 걷는다.

 

 

38교에서 편안한 길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며 1km 걸으면 '조무락'이라는 펜션이 불쑥 나온다. 조무락골임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펜션에서 리본씨가 안내하는 좌측 방향으로 오른다. 오늘도 나의 산 친구이자 길동무는 "이정표씨와 리본씨" 뿐이다. 

 

 

"석룡산 정상, 복호동폭포" 방향으로 잡는다.

물론 여기서 곧장 석룡산으로 오르는 길도 있다. 능선을 타고 석룡산으로 곧장 오르는 길이다. 석룡산으로 빠르게 갈려면 이정표에서 글자가 사라진 방향이다. 직진이다. 직진방향으로도 이정표 글자는 사라졌지만 몇 명의 리본들이 안내를 하고 있다. 화악산에서는 이정표가 제 역할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 나무에 글자를 새긴 것이 아니라 얇은 비닐종이에 글자를 써서 붙여놓은 형태다. 비바람에 견딜수가 없다.

오르다 보면 곳곳에 이정표가 사라진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어디다 이야기해서 이정표 보수를 해 달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조무락펜션을 지나도 길은 좋다.

산책길 같다.

9시가 넘었는데도 조무락골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만 봐도 늦가을임을 짐작할 수 있다. 편안한 길에 낙엽까지 수북하다. '악'자가 들어가는 산은 힘들다고 하던데...

 

 

 

여기서도 석룡산으로 곧장 가는 길과 복호동폭포를 거쳐 석룡산으로 가는 길, 그리고 복호동폭포를 지나 화악산 중봉으로 가는 길이 나누어지는 삼거리다.

나는 화악산 중봉으로 오르는 중이다.

당연히 복호동폭포 방향으로 가야한다. 여기까지도 화악산이나 화악산 중봉을 알리는 이정표씨는 없다. 초행길인 나도 의아해했지만 폭포방향으로 계속 오르면 중봉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시간이 지나자 조무락계곡은 비로소 잠에서 깨어났다.

흐렸던 하늘도 군데군데 파란 얼굴을 들어낸다. 골은 점점 깊어지는데 등산로는 스산했다. 산객은 단 한 명도 없다. 혼자다. 익숙한 일이다.

 

 

조무락골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엔 이끼들도 군락을 이룬다.

 

 

골이 깊고 바람이 머무는 곳일수록 낙엽은 많이 쌓인다. 이런 길을 호강하며 걷는다. 이런 호사가 어디 있단 말인가.

 

 

 

 

겨울이 코앞인데도 조무락계곡엔 수량이 풍부했다. 물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는다.

 

 

 

편한 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복호동폭포"에 도착했다. 38교에서 출발한지 30분 만이다.

복호동폭포는 폭포수가 흐르는 형태가 '복호(伏號)', '호랑이가 엎드린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여름에는 20m 정도의 높이에서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떨어져 내린다고 하는데 지금은 폭포수가 조용히 흐른다. 숲이 하도 울창해 산새들이 조무락 거린다는 의미처럼 조무락계곡은 아름답기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복호동폭포는 경기도 가평군 북면 조무락골에 있는 폭포다.

석룡산(1,120m) 자락을 흐르는 가평천의 최상류에 있는 험난한 계곡으로 6㎞에 걸쳐 폭포와 담(()가 이어진다넓은 물줄기가 좁아지며 폭포수가 돌아흐르는 골뱅이소와 중방소·가래나무소·칡소 등이 이어지는데, 복호등폭포에 이르러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쳐 부챗살처럼 퍼지는 모습이 계곡미의 절정을 느끼게 한다. 소마다 암석과 수목에 둘러싸여 있으며 바위틈새에서는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게 하는 찬 바람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복호동폭포를 지나도 편안한 길은 이어진다.

골이 깊어질수록 숲이 울창해졌고 바람소리는 세찼다. 헐렁한 복장으로 걷는데도 땀은 나지 않았다. 날씨가 차다는 반증이다.
 

 

 

산길에서 만나는 동무 리본씨다.

'길을 제대로 가고 있나'하고 궁금해질 쯤이면 나를 안심시켜 주는 친구다.

리본으로 길을 안내하는 많은 산악회님들의 수고로움에 감사를 드린다.

 

 

 

 

 

"Y"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 도착

10:10...출발한지 1시간 10분...

 

이곳은 석룡산, 화악산 산행의 요충지다. 여기서 석룡산으로 갈 것인지, 화악산 중봉으로 갈 것인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방향이 완전 달라진다.

 

물론 석룡산과 중봉, 중봉과 석룡산을 연계해서 산행하는 산객들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38교에서 4.1km 지점, 1시간 10분 소요된다. 거리에 비해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는 구간이다.

 

참 별일이 다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

화악산 중봉 방향 거리를 누군가 지워버린 것 같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밑에 3km라고 어슴프레 표시를 해놨다.

근데 직접 걸어본 바로는 2km가 맞지 싶다.

 

 

 

 

 

 

근데 'Y'자 이정표 옆에는 또다른 이정표가 서 있다.

같은 장소에 모양이 다른 두 개의 이정표가 있다.

문제는 두 이정표에서 안내하는 거리가 차이가 있다.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참고해야 한다.

 

38교까지의 거리도 400미터 차이가 난다.

그리고 초행길이라면 화악산에서는 이정표가 말썽을 피운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출발전에 상세 지도가 필요하다. 꼭 지도를 챙기시라.

 

 

 

 

 

 

 

 

 

 

 

 

 

'Y'자 이정표에서 중봉으로 가는 길은 계곡을 건너 간다.

 

 

 

Y자 이정표를 지나면 얼마 안가서 '이끼폭포'가 나온다.

전체 면적 중 약 84%가 산으로 이루어진 가평군은 강과 산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연인산과 명지산, 축령산, 운악산 같은 명산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조무락골은 이끼 낀 바위, 울창한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나무와 그 나무 사이로 스며든 햇살과 폭포가 만들어내는 조화가 경이롭다.

햇살이 잘 들어오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사방에 펼쳐진 바위 위에는 푸른 이끼들이 마치 초록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여름에는 장관이다. 이끼 사진을 담는 출사자들에게는 제법 알려진 곳이다.  

 

 

 

이끼폭포에 있는 이정표다. 그러나 이끼폭포라는 팻말은 없다.

Y자 이정표에서 900미터 지점, 38교에서 5km 지점이다. 화악산 정상은 1.6km 남아 있다. 높이로 보면 정상은 신선봉이지만 군사시설로 이용중인 바 통상 정상이라고 하면 중봉을 말한다.

 

 

 

 

 

 

 

 

 

 

 

 

 

출발부터 지금까지는 널널한 마음으로 설렁설렁 편안한 길을 산책하듯 걸어왔다.

여기 이끼폭포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조무락계곡과 안녕을 하고 가파른 수직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오르막이 문제가 아니라 등산로에 수북히 쌓인 낙엽이 문제다. 미끄럽기도 하지만 길을 분간할 수 없다.

아직도 단 한 사람의 산객도 만나지 못했다. 스산한 탓에 배낭 벗고 앉아 편히 쉴 기분도 아니었다.

 

 

 

보고 싶고 그립던 낙엽, 벌써 지쳤다.

온 산을 뒤덮은 낙엽은 장관이지만 등산로를 뒤덮은 낙엽은 걸림돌이었다. 지나간 발자국이 없는 통에 길 찾기가 어렵다.

스틱도 몇 번만 짚으면 이처럼 많은 낙엽들이 들러붙었다.

 

 

 

 

 

 

 

 

 

 

 

 

 

 

 

 

 

가파른 능선을 향해 기어오르기를 여러 번, 머리 위로 바람이 세차게 지나가고 능선으로는 구름이 쏜쌀같이 내달리고 있었다.

비로소 능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화악산 8부 능선쯤 오르자 갑자기 눈이 쌓여 있었다. 기온은 영하를 지나 아래로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간밤에 첫 눈이 내린 모양이다. 가벼운 복장으로 오르다 점퍼를 껴입었는데도 추웠다. 막바지 단풍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 화악산은 벌써 한겨울이었다. 속세의 기온은 15도라고 하던데 이곳은 영하였다.

 

 

 

첫 눈 본 기념으로 <화악산, 2012.11.10>이라고 새겼다.

 

 

 

 

 

 

 

 

 

 

 

 

 

 

 

 

 

 

 

 

 

눈길을 20분쯤 걷자 9부 능선고개에 도착한다.

찬바람이 세차던 좀전과는 달리 능선에 올라섰는데도 바람은 자고 햇살이 따뜻했다.

중봉 600미터를 남겨둔 지점, 능선고개다.

Y자 이정표에서 1시간 35분 소요. 출발지에서는 2시간 45분 소요....

 

 

능선고개에서 본 화악산 정상 군시설물 위로 먹구름이 빠르게 오간다. 정상엔 눈이 제법 내린듯하다.

 

 

내 눈을 의심했다.

"정상에 가도 먹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불 수가 없겠다"고 생각하며 툴툴거리며 올라갔다. 그런데 정상부에 이르자 먹구름과 세찬 바람 사이로 나뭇가지마다 새하얀 눈꽃을 피웠다. 상고대였다.   

 

상고대란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이 나무등의 물체와 만나 생기는 것으로 밤새 내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어있는 것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수상(樹霜)' 또는 '나무서리' 라고도 부른다.<사전>

 

한겨울 덕유산이나 설악산의 상고대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작지만 임팩트가 강한 그런 상고대였다.

 

  화악산 정상부에 펼쳐진 상고대 모습(2012.11.10.(토) 12:10~12:30)

 

 

 

 

상고대가 펼쳐진 눈 터널을 지나 화악산 정상 중봉(1,423.7m)에 도착했다.

손목시계는 12: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38교를 출발한지 3시간 10분 소요... 늦가을 정취에 말랑한 생각으로 출발했는데 눈꽃 구경까지 할 수 있었다. 두 계절을 몇 시간만에 체험했다.

오늘 처음 만난 산객이다. 화악터널 방향에서 임도를 따라 산행을 했다고 한다. 참고로 화악산은 정상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다. 군사적 목적 때문이다.

 

 

화악산은 할 이야기가 많은 산이다.

군사시설이 들어서 신선봉을 대신해 중봉이 정상을 대신하고 있다. 높이에 따른 정상은 신선봉(1,468m)이다. 하지만 올라갈 수 있는 정상은 중봉(1,423m)이다.

 

화악산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이자 심장부에 위치한 산이다.

우리나라 지도를 볼 때 전남 여수에서 북한 중강진으로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선이 국토자오선(동경 127도 30분)으로 북위 38도선을 그으면 두 선이 만나는 곳이 바로 화악산 정상이란다. 

그리고 평북 삭주에서 경남 울산으로 백두산에서 한라산으로 선을 이었을 때도 그 두 선의 교차점이 화악산에서 만나는 것도 신기할 뿐만 아니라, 화악산은 풍수상으로도 한반도의 심장에 해당하는 大吉 福地 명당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중봉은 “한반도의 중앙 봉우리”란 뜻에서 유래되었다.

38선이 지나가는 최북단 산이자 경기도의 최고봉이다.

 

 

 

또한 경기도 가평군 북면 끝자락과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에 위치한 화악산은 관악冠岳,운악雲岳,송악松岳,감악甘岳과 더불어 경기 5악 중의 하나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북한에 있는 개성 송악산을 빼고 경기 5악을 다 올라봤지만 화악산은 '악'자가 들어가는 다른 산처럼 바위와 암릉 구간은 거의 없는 육산이다.

그런데도 악산으로 불리어지는 이유는 아마 긴 산행시간 때문일게다. 어느 코스를 가더라도 평균 6~7시간이 걸리는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5악 중에서도 가장 형님 뻘이 화악산이다. 

 

 

 

 

 

중봉 정상에 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진촬영 금지"라는 붉은 글씨다.

군부대가 있는 방향으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정상에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어딜가나 좀 볼만한 곳은 대부분 군사지역이다. 아름답다는 곳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모두 분단의 아픈 현실을 반증한다. 실제 화악산은 분단의 상징인 38선이 지나간다고 한다. 실제로 서쪽의 개성이나 연백보다 위도상 훨씬 북쪽에 위치해 있다.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린 화악산은 설악산과 함께 우리나라 최북단의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향로봉, 대성산처럼 전선(戰線)을 마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트레커들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북쪽의 산인 셈이다. 그래서 화악산의 아이콘은 ‘분단’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난 정상부 상고대에서 20분 머물렀다. 정상에서 만난 몇 명의 산객들은 모두 채 5분을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하산했다.

WHY?

모두 옷차림이 겨울차림을 하지 않은 탓이었다. 논보라와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통에 5분을 버티기도 어려웠다. 겨울 파카와 장갑, 방한모를 준비한 것이 다행이었다. 그래서 20분 정도 머물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머무른 이유는 화악산 정상에서 조망되는 천하비경을 보고 싶어서였다. 구름이 바쁘게 산을 넘고 있었지만 쉬이 걷히질 않았다.  

정상의 조망권은 상고대를 본 것으로 대신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17:10분발 터미널행 버스를 타려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조금씩 산허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아스라히 애기봉도 조망된다.

 

 

 

12:30분, 애기봉으로 하산한다.

중봉~애기봉은 3.5km.... 능선 봉우리를 따라 하산하는 코스다.

 

 

 

 

 

 

 

 

 

 

 

 

 

 

 

 

 

 

 

정상부를 100미터 벗어나자 눈꽃은 사라지고 늦가을 정취를 자아낸다. 오늘 세 번째 만나는 산객이다. 나무에 매달린 리본들이 한 방향으로 심하게 날린다.여전히 바람은 세차게 불었다.

 

 

애기봉으로 하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은 파란 잇몸을 드러냈다.

30분도 안되서 전혀 딴 세상이 되었다. 거 참 신통한 일이다. 그만큼 산이 높고 날씨 변화가 심하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멀리 보이는 끝봉우리가 애기봉이다.

화악산 중하단부도 서서히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애기봉으로 가다 네 번째 산객을 만났다. 가볍게 인사를 했지만 발걸음이 너무 빨라 말을 섞지도 못했다.

 

 

이제 완연한 늦가을 풍경이다.

멀리 정상 군부대가 선명하다. 군부대 좌측이 정상 중봉이다. 모르긴 몰라도 정상부 상고대는 해가 나서 금새 사라졌을 것이다.

 

 

똑딱이 카메라에만 있는 줌기능을 이용했다.

정상부는 한층 가깝게 보인다.

 

 

 

중봉에서 1.6km 하산한 지점, 이정표 앞에서 처음 맘편히 쉬기로 했다.

배낭를 벗고 사과도 한 잎 베어 물고 물도 들이켰다. 움푹 패인 양지바른 곳이라 햇살이 놀기에는 좋은 장소였다. 그런데 난 또 금새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 멧돼지들의 놀이터가 여기까지 이어졌다. 멧돼지들이 온 산 능선을 다 파헤처 놓았다. 떼를 지어 다니는 모양이다.

 

멧돼지를 만나면...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계속 고민하며 걸었다. 나무위로 올라야 하나 바위 위로 피신해야 하나.....당연히 발걸음도 빨라졌다.

벌건 대낮인데도 가끔씩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애기봉으로 가는 동안에 만난 화악산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 군데 군데 단풍도 남아 있고 속세와 가까워질수록 바람도 약해졌다.

 

 

 

 

 

 

애기봉(1,055m)에 도착했다. 15:40분이었다.

중봉에서 부지런히 걸었는데도 2시간 걸렸다. 수덕산 6.02km가 눈에 들어왔다. 수덕산은 처음 들어보는 산이다. 애기봉은 황량했고 시야확보도 되지 않았다.  

 

 

이리 저리 헤메다 애기봉 근처에서 정상부를 줌으로 잡은 모습이다.

3.5km 거리인데도 한 눈에 들어온다. 아까와는 다른 새 세상 같았다. 바람은 불어댔지만 차게 느껴지지 않았고 날씨도 포근했다. 이제는 내리쬐는 해가 성가셨다.  모자를 더 깊이 눌러썼다.

 

 

 

 

애기봉에서 애기고개 가는 동안 담은 풍경들이다.

 

그리고 "중봉~애기봉~애기고개" 코스는 산행을 권하지 않고 싶다. 직접 걸어봤는데 초행자나 나처럼 홀로 산행하는 산객들은 두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멧돼지와 길조심이다.

 

능선을 따라 곳곳에 멧돼지들이 땅을 파고 떼를 지어 다닌 모습이 선명하다.

그리고 이 구간은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 등산로에 낙엽이 수북하다. 늦가을 산행해 보신 분들이라면 경험했을 것이다. 낙엽이 길을 덮었을 때의 남감함을... 솔직히 어디가 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정상에서 38교로 원점산행을 하던지 아니면 관청리로 하산하는 것을 권한다. 

 

 

 

 

 

 

 

나 역시 원래는 관청리로 하산하려고 생각했다.

애기봉을 지나 관청리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길은 없었다. 애기봉에서 관청리로 갈려면 다시 왔던 길을 800미터 정도 백해서 내려가야 한다.

애기봉을 지나 걸으며 생각했다. 이러다 혹시 수덕산까지 가야 하나 하고 마음 졸였다.

휴............

 

애기봉에서 수덕산 방향으로 2km 정도 갔더니 넓은 공터가 나왔다. 헬기장이었다. 헬기장 이정표다.

도솔천사? 처음 듣는 지명이다. 암튼 임도를 따라 3.4km를 가면 도대리마을이 나온다는 말이다.  다행이다 싶었다.

애기봉에서 여기까지는 거의 뛰다시피 했다. 길이 없다면 수덕산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 헬기장

 

 

 

▼ 헬기장에서

 

 

하산길이 정해지자 마음은 편했다.

헬기장에서 긴장을 풀고 넋놓고 한참을 쉬다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임도를 따라 걷는다. 한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색다른 풍경을 끊임없이 선사해 주는 그런 임도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산한 곳은 도솔천사라는 곳 입구였다. 도대2리.... 버스정류장은 여기서 왼쪽으로 100미터쯤 가면 있다.

 

 

버스정류장은 용소유원지가 있는 섬바위(선바위)정류장이다. 산행을 마쳤다. 16:30분..............

어딘고 하니 용수동 종점에서 관청리를 지나면 이곳 섬바위다. 섬바위 다음 정류장은 명지산 입구정류장이다. 위치 파악후 용수동종점~가평터미널행 17:10분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정확하게 17:11분에 도착했다.

 

 

 

고맙다.

사랑한다.

40분을 기다리는 동안 한 마디 불평없이 전국의 산으로 들로 나를 들고 다니는 신발과 손이 되어 주는 스틱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가을과 겨울, 낙엽과 흰 눈, 두 계절을 온전히 느낀 하루였다.

 

부디, 화악산에 가려거든 미리 공부를 하고 떠나시길, 지도도 챙기시고...

 

 

 

 

 

 

나는 산을 정복하러 온게 아니다.

또 영웅이 되어 돌아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는 두려움을 통해서 이 세계를 알고싶고 또 새롭게 느끼고 싶다.

- 라인홀트 매스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