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여정
▶올라갈 때 : 승안리1코스 : 용추계곡버스종점~펜션마을~용추계곡~임도~연인능선~연인산정상(11.7mk, 4시간 20분)
▶하산할 때 : 백둔리2코스 : 연인산정상~장수샘~소망능선~주차장~백둔리버스종점(연인교)(5.8km, 2시간 10분)
▶거리 : 17.5km
▶소요시간 : 6시간 30분
▶ 서울에서 대중교통(경춘선)으로 연인산 가는 방법
-상봉역~가평역(경춘선) : 08:30분 상봉발 50분 소요. 09:20 가평역 도착
-가평역~가평버스터미널 : 도보 15분(1.5km) 09:40 가평터미널 도착
-가평버스터미널~백둔리행(연인교) : 10:10분 백둔리행 버스 종점 하차, 1일 6회(06:20, 10:10, 11:50, 14:20, 17:20, 19:30) 운행하며 30분 정도소요
-용추계곡(승안리)~가평터미널 : 1일 8회(07:10, 09:40, 12:10, 14:40, 15:30, 16:50, 18:20, 20:30)
노선에 따라 가평역을 경유하는 버스도 있다.
그리고 버스 시간은 수시로 변경되므로 출발 전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다.
(가평버스터미널, 031-582-2308)/택시를 타고 갈 경우 백둔리까지 25,000원 정도. 가평택시(031-582-2141).
가을산은 사람을 부른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은 평소 산과 담 쌓고 지낸 사람도 한 번쯤 꿈틀하게 만든다. 년중 산을 찾는 사람들의 절반이 가을 단풍철에 배낭을 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단풍이 지고 나면 금새 산은 혼자가 된다.
찬바람을 가르며 가평역에서 09:15분발 용추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배낭을 맨 사람은 나 혼자였다. 이름만으로도 연인들의 마음을 싱송생송하게 하는 산, 뭔가 로맨틱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산, 바로 연인산이다. 09:40분 용추 종점에 도착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발디딜 틈이 없었던 용추계곡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용추 버스 종점 분위기는 이렇다.
정상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다.
버스종점은 용추폭포를 지나온 지점이라 폭포를 보지는 못했다.
편한 길이지만 시작부터 까마득한 거리에 압도당했다.
계곡 가장자리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사람의 발보다는 자동차 타이어에게 적합한 길이다.
계곡이 깊어 10시가 다되었는데도 용추계곡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펜션타운도 지난다.
여름 휴가철과 단풍철에 북적였을 작은 가게도 잠들어 있다. 성수기엔 고스톱을 쳤을 평상엔 시래기가 진을 치고 있다.
바쁜 일상으로 어깨가 쳐질 땐 산행이 약이 된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내팽개친 채 일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증상을 모른다.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는데...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다. 이때는 누군가 옆에서 얘길 해줘도 삶의 패턴은 바뀌지 않을 뿐더러 인정하려 들려고 하지도 않는다. 결국 스스로 깨닫는 수밖에 없다. 산은 이렇듯 고립된 현대인의 심리와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치유하는 묘한 힘을 갖고 있다. 땀흘리는 산행의 과정이 일종의 마음치유가 된다. 12km에 이른다는 용추계곡을 걸으며 만난 풍경들이다.
여유롭게 자연을 벗삼아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기에 당일치기 산행이 제격이다.
몸과 마음에 좋은 당일치기 느린 산행을 생각한다면 연인산이 제격이다. 특히 두 시간 이상 용추계곡을 따라 걷는 코스가 안성맞춤이다. 편안한 길을 따라 산책을 겸한 산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인산은 낭만적인 이름 덕분에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지만 항간에는 ‘깨기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고 한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으로 정상까지 최소 2시간 이상, 산행 시작지점에서 해발고도 최소 700m 이상을 끌어올려야 하는 높은 산에 든다. 등산 경험이 적은 젊은 연인들이 헐렁한 마음으로 왔다가 예상치 못한 산행의 힘겨움에 다툼을 벌여 연인 사이가 종종 깨진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라고 한다.
특히 용추계곡 코스가 그렇다.
처음에는 계곡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햇빛소리와 함께 시작하지만 조금만 마음이 틀어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지는 코스다.
나 역시 두 시간 반 이상을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니 어느 순간 귀가 멍멍해지고 물소리가 신경쓰였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다. 하지만 편하게 건널 수 있는 곳은 한 두 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건너는데 애를 먹었다. 겨울인데도 계곡물이 많아서일까. 돌다리의 돌들은 모두 물에 잠겨 있었다. 물에 빠지지 않고 다녀온게 고마운 일이다. 시간이 지나도 용추계곡은 쉬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계곡가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벌통이다.
시계를 자꾸 들여다보다 햇살좋은 곳에 둥지를 튼 '해오름'이라는 펜션을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비포장길이다. 차량통행도 금지...
해오름 펜션을 지나 모퉁이를 돌면 물소리가 작아질 무렵, 이런 모양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차단기가 설치된 지점이다. 차단기도 차단기지만 덕지덕지 세워져 있는 문구들 역시 기분이 좋지는 않다. "통제, 금지, 경고"와 같은 네가티브적인 글들이다. 아무튼 여기서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산행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흙길에다 낙엽이 카페트처럼 깔려 있고 물소리도 아까보다는 작아진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떻게 새로 시작해야 하는지
내가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혹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라
너도 같이 가지 않을래?
난 늘 더 많은 것을 원해왔어
그런데 뭘 가져도 똑같더라고
돈은 변덕스럽기만 하고
명예를 쫓아 다니는 것도 이제 지겨워
(............)
푸른 언덕이 있고
차는 저 멀리 드문드문 보이는 곳
낮에는 찬란한 빛으로 넘쳐나고
밤에는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는 곳
세상이 너무 빨리 움직여
사는 속도를 좀 늦춰야 할 것 같아
'핑크마티니'라는 미국의 밴드가 부른 <초원의 빛 Splendorin the grass>이라는 노래다. 가사는 <책은 도끼다>를 쓴 박웅현이 번역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음악은 들어봤는데 그닥 좋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가삿말은 자주 흥얼거린다.
용추계곡에 들자 이런 아름다운 노랫말도 머리를 맴돈다.
매연 풀풀 날리는 곳에선 머리도 오염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도시인화 될수록 창의력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삶의 키워드는 "책과 산"이다.
삶의 진통제 역할을해 주기 때문이다. 발가락이 아프면 진통제를 먹듯, 나는 마음이 아프면 책과 산을 먹는다.
용추계곡은 연인골에서 용추골로 이어진다. 이쯤이면 용추골에서 연인골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연인골로 넘어가는 순간 계곡은 좁아지고 물소리도 작아진다. 계곡은 지그제그로 끝없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물길은 지그재그 형태를 띤다. 완충작용을 위해서일게다. 연인골로 들어서자 물길은 더 심하게 몸을 비튼다. 한 모퉁이를 돌면 해가 나고 또 한모퉁이를 돌면 그림자가 찾아드는 용추골... 참 길다.
연인능선과 청풍능선으로 갈라지는 곳이다. 청풍능선은 지금 출입금지 구간이다.
산꾼들은 11월과 12월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11월 1일이 되면 전국의 많은 산들이 산불 방지 기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때는 출입금지 구간이 많다.
연인산도 예외가 아니다. 다음의 4개 코스 외에는 12월 15일까지 입산금지라고 한다. 하지만 주요 등산로는 대부분 개방되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참고로 연인산 동절기 산불방지기간 동안 출입 가능 코스는 다음 4개 코스다. 이외에는 출입이 금지된다.
ㅡ 개 방 구 간 ㅡ
■ 가평 승안리 코스 : 용추버스종점-차단기-연인능선-정상 11.7km
■ 하면 마일리 코스 : 국수당-우정능선-헬기장-정상 6km
■ 북면 백둔리 코스 : 백둔공원지구-장수능선-장수봉-정상 7.1km
■ 북면 백둔리 코스 : 백둔공원지구-소망능선-정상 4.9km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잡가지들이 등산로를 성가시게 할 무렵, 깊은 산중에 불현듯 숲에 숨어 있는 듯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을 했다.펜션일까, 대피소? 혹시 절?... 이도저도 아니었다. 인적이 끊긴지 오래되어 그 용도를 알길이 없었다.
지붕만 멀쩡하고 속은 다 썩었다.
달랑 지도 한 장 들고 산을 오르는 것, 익숙한 일이자 즐거운 시간이다. 그래서 북적대는 봄, 가을 길도 좋지만 황량하고 헐렁한 초겨울 길도 혼자 걷기엔 나쁘지 않다.
프랑스의 화가 폴 고갱(Gauguin, Paul)은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라고 했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가슴으로 느낀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의 말처럼, 연인산 정상에 가면 더 멀리 더 분명하게 더 멋진 풍광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가슴을 열어봐야겠다. 어찌보면 가슴은 눈을 감아야 열리는 존재 같다. 눈으로 보는 것은 현상을 보는 것일 뿐,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어야 하는 것 아닐까? 혼자 걸으니 별 생각을 다 한다.
이런 낙엽길의 사진 한 장이 백 마디의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연인산은 개명을 해서 유명해진 산이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는 1,068.2m로 표기된 무명봉이었다. 그러나 산 아래 상판리 주민들은 우목봉이라 불렀고, 조선시대 문헌에는 산 위로 달이 떠오른다 하여 월출봉이라 불렸다는 기록도 있다.
공식적인 이름을 얻지 못하다가 가평군에서 1999년 연인산이란 이름을 지었다. 이름을 잘 지어 성공(?)한 대표적인 산이다. 로맨틱한 이름이 붙여진 뒤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면서 2007년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우리나라 산들의 이름은 너무 무겁고 어렵다. 희망산, 행복산, 청춘산과 같은 이름을 지어도 좋을 것 같다.
걸어도 걸어도 계곡물은 풍성했다.
흔히들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을 한다.
반은 맞는 말 같고 반은 틀린 말 같다.모든 위기가 기회가 될 수는 없다. 준비된 위기만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거다. 힘들어 하는 내게 친구 역시 이런 말을 했다. 같은 말인데도 내가 처한 상황과 생각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왜일까?
애덤스라는 사람이 한 말이 생각난다.
"생애에 친구가 하나면 그것으로 족하다. 둘이면 과하고, 셋은 불가능하다."라고. 그만큼 진정한 친구 하나 사귀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다. 햄릿에게 호레이 쇼, 공자에게는 안회, 소크라테스에게는 그리톤, 석가에게는 가엽, 그리고 돈키호테에게는 산초....진정한 친구들이었다. 산에 들면 친구는 여럿이 된다. 하늘도 바람도 물소리도 햇살도... 모두 친구들이다.
좀 더 진도를 나가볼까?
<논어>의 "계시편"에 보면, 가까이해야 할 친구와 멀리해야 할 친구가 있다고 한다. 먼저 가까이해야 할 벗 셋은 정직한 벗, 성실한 벗, 박학한 벗 그리고 멀리해야 할 벗 셋은 편한 벗, 굽실거리기를 잘하는 벗, 빈말 잘하는 벗이다. 그런데 편한 벗은 왜 멀리해야 하는 벗일까?
편하다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편한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계곡을 건너다 물길을 피해 자리를 잡은 고드름을 만났다.
연인끼리 오지 않고 나처럼 혼자 연인산에 왔다가는 산행 내내 후회한다. 이정표에 연인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울렁거리고 맥박수가 올라간다.
8km, 약 두 시간 정도 걸었다.
꼴보기 싫다는데도 '연인산'이라는 단어가 자꾸 나타난다.
'잣'을 빼놓고 가평을 이야기할 수 없다. 작은 잣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조금은 계곡에서 멀어지는 구간이다. 잣송이가 길에 뒹굴었지만 알멩이는 없고 껍질 뿐이었다. 하기야 다람쥐들이 잣을 가만 뒀을리가 없다.
잣나무군락지를 지나 길모퉁이 양지바른 곳에 배낭을 벗었다.
삐질삐질 나는 땀도 닦고 사과도 한 개 먹고 하늘도 보고 바람도 본다. 출발할 땐 싸늘한 공기였었는데 이제 싸늘함은 사라졌다. 춥다고해서 귀마개 달린 방한모를 썼더니 모자를 벗자 머리에선 김이 모락모락 났다.
잠쉬 앉았다 출발하자마자 느닷없이 고속도로 같은 반질반질한 임도가 나타났다.
무려 20km에 이르는 연인산 MTB 코스다.
MTB 코스 임도를 10여분 걷다보면 이제 본격적인 고생길이 시작된다.
바로 이 이정표에서부터가 진정한 산행이라 할 수 있다.
연인산 정상 2.1km 남은 연인능선 갈림길 이정표다.
가파른 능선길이다.
작은 능선에 오르자 하얀 눈이 여기 저기 보인다. 엊그제 비가 왔는데 높은 산 능선에는 눈이 쌓였다. 세 시간 가량 걷고 있는데도 여태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누군가 앞서 간 흔적이 선명하다.
이제 정상은 400미터 남았다.
연인 만나러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용추~연인산 정상은 오색에서 설악산 대청봉 올라가는 시간과 맞먹는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산은 대머리에 가깝다.
비로소 파란 하늘도 열리고 햇살도 반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정표 글자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8부 능선 햇살좋은 곳에 자라한 대피소다. 흰 눈을 잔뜩 뒤집어 썼다.
근데 이용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정상을 300미터 남겨둔 지점, 우정능선 아랫단 완만한 공터다.
태양과 가까워질수록 땀은 많이 났다. 남방까지 벗었다. 햇살이 내리쬐는데도 고드름은 나무둥치를 붙잡고 떨어질 줄을 모른다. 이곳은 바로 ‘아홉마지기’라 불리는 너른 터다.
이곳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옛날 숯을 굽는 청년과 참판댁의 여종이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결혼을 청한 청년에게 참판은 조 100석을 가져오면 결혼 시켜주겠다고 하여 청년은 연인산 정상 부근의 분지를 발견해 아홉 마지기의 밭을 일궈 조 100석을 마련한다. 그러나 참판이 그를 역적의 아들로 몰아 쫓기게 되었고, 실의에 찬 청년은 아홉 마지기 밭에 불을 질러 죽었고, 처녀도 따라 죽었다고 한다. 사랑과 소망이 이뤄진다는 의미와 달리 이루어지지 못했던 한 맺힌 사랑의 이야기가 연인산에 전한다.
아홉마지기 터에는 샘이 있다.
등산로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보니 찾는 이가 드물어 길이 풀에 뒤덮였다. 큰 나무 옆으로 작은 샘이 있으나 물의 양이나 질이 장수샘보다 못하다. 샘 옆 큰 나무에 둥지를 튼 고드름이 아홉마지기의 전설 주인공이 되어 환생한 것인가.
정상 아래 능선에 오르자 '마일리 국수당~연인산 정상' 코스와 만난다. 우정능선이다. 능선에는 눈이 제법이다. 혹시나 해서 아이젠을 가지고 왔는데 쓸가 말까 고민중이다.
이런 갈대숲을 지나면 정상이다.
눈이 녹은 곳은 질척거려 흙이 발바닥에 자꾸 들러붙었다.
연인산(戀人山 1,068m) 정상이다.
정상이 아주 잘생겼다 조금 심술궂게 보이기도 하지만...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과 북면과 하면의 경계에 걸쳐 있는 대표적인 철쭉산이다. 한북정맥의 강씨봉(830m)과 청계산(849m) 사이에서 남동쪽으로 갈라져 나온 ‘명지지맥’ 위에 자리하고 있는 산이다.
정상의 생김새를 동서남북에서 살펴본다.
정상 표지석은 독특하게 하트 모양이며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적혀 있다.
지금도 봄이면 연인산 정상에는 얼레지꽃과 철쭉꽃이 눈부시게 핀다고 알려져 있다.
연인산에서 사랑을 기원하면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우정능선 아래 큰 공터에 있는 아홉마지기 전설의 남녀 주인공이 환생하여 이곳을 찾는 연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힘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1999년 3월 15일 가평군에서 연인산으로 이름짓고 매년 5월에 철쭉제를 지낸다.
906m봉은 우정봉으로, 우정봉 아래 전패고개는 우정고개로, 879m봉은 장수봉으로, 구나무산으로 부르던 859m봉은 노적봉으로 이름지었다. 5월이면 열리는 철쭉제에서는 800m봉이 넘는 장수봉, 매봉, 칼봉, 노적봉 등을 따라 2m 이상의 철쭉 터널이 이어져 자생 철쭉을 볼 수 있다.
정상의 이정표가 질서정연하면서도 복잡하다. 이웃집 명지산으로도 연계산행이 가능하다.
백둔리(4.8mk)로 하산할 예정이다.
정상에서 본 조망이다.
가까이 보이는 친구가 명지산이고 멀리 보이는 친구는 화악산이다. 지난주에 올랐던 화악산도 한 눈에 들어온다. 능선들은 하나같이 흰 눈을 뒤집어쓰고 서로 안부를 묻는다.
우정능선이다. 국수당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얼마 전 책 제목만 보고 덜렁 샀다가 15,000원이 아까웠던 적이 있다.
제목만 보고 덜커덩 영화를 보고 8,000원이 아까웠던 적도 있었다.
연인산도 마찬가지다. 이름에 혹해 여기까지 왔다. 개인적으로 이름에 반해 산을 찾은 건 연인산이 처음이다. 정말 ‘연애하기 좋은 산’인지는 의문이 들지만 끝가지 하산해 보고 판단해야겠다.
'수고많습니다'하고 인사할 산객을 20분여 기다렸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장갑을 끼고 목도리를 하고 모자를 눌러 쓰고 하산을 시작한다. 해가 났지만 체감기온은 여전히 영하를 가리키고 있다. 잔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소망능선 배후면 볕이 들지 않는 곳은 눈이 많이 남아 있었다. 발길이 많아보이는데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서로 숨바꼭질을 하는 건가. 모두 어디로 사라진건가.
와.... 오늘 5시간 30분을 걸어 처음 만난 산객이다.
흰 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몇 마디 말을 섞고 안전산행을 기원하며 헤어졌다.
해외에 나가보면 귀국하면 반찬투정 안하겠다고 다짐한다. 마찬가지로 혼자 산길을 걷다보면 사람투정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쁜 사람이든, 나를 괴롭히던 사람이든 그 누굴 만나도 투정하지 않겠다는.....
근데 속세로 돌아오면 금새 까먹고 이놈 저놈 좋은 놈 나쁜 놈으로 내 대가리는 경계를 긋는다. 그래서 난 신이 아닌 인간인게다.
약 500미터를 내려오면 흰 눈은 온데간데 없고 전형적인 늦가을 풍경 그대로다.
하산길에도 잣나무 군락지를 만났다.
몇 군데 잣나무숲을 지나왔지만 특히 산행을 마무리할 무렵 만난 백둔리의 정갈한 잣나무숲이 멋지다.
가을에서 겨울로 바뀐 듯하다. 향기로우면서도 톡 쏘는 야성의 잣나무 냄새, 머리가 맑아진다. 잎사귀를 스쳐온 햇살의 초록빛에 눈이 시원하다. 사계절 그대로 초록빛을 간직한 잣나무다. 솔잎 쌓인 흙길은 푹신해 디딜 때마다 편안함이 온몸으로 퍼진다. 흠뻑 났던 땀은 다 말랐지만 몸이 개운하다. 잣나무숲의 숨결이 몸속으로 스며들고 있음이다.
백둔리 연인교 버스 종점까지 1.1km 남겨둔 지점이다. 산길이 끝나고 도로를 따라 연인교까지 가면 된다.
주차장 비슷한 곳이다. 말로는 공원이라고 하는데... 용도를 알길이 없다. 축구장 두 세개 크기다. 공원이라지만 휑한 공터만 있을 뿐, 주차장인지 캠핑장인지 용도를 알 수 없다.
공터에서 백둔리 버스 종점까지 1km를 천천히 걸으며 살펴본 풍경들이다.
요즘 짐승들이 영리해서 이 정도 허수아비로는 택도 없겠다.
소망능선과 장수능선으로 나누어지는 갈림길이다. 나는 소망능선으로 하산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1960년대 어느 시골로 돌아간 듯한 풍경이다.
예전의 어린 나는
가슴속에 나침반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가슴속의 나침반이
나의 길로 나를 이끌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돈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가슴속의 나침반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몸에 쇳가루가 많이 묻으면
나침반은 돌지 않는 법
나의 순결한 나침반이 우울증을 앓던 날,
나는 그렇게 나의 길을 잃었다.
-박광수의 <참 서툰 사람들> 중에서,
삶의 나침반, 사랑의 나침반을 잃어버린 이여...
연인산이 부른다.
백둔리 연인교 앞에 있는 버스정류소다.
산행 완료 16:10.... 버스를 타려면 18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나가는 차를 잡아타고 가평까지 편하게 왔다. 거듭 초면에 가평까지 태워준 멋진 K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허허로웠습니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될 이 무렵이면
나는 늘 허허로웠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아무렇지도 않다가 이맘때쯤이면
왜 유독 내 마음은 한 자리에 못 있는지.
그랬습니다.
바람은 길거리에만 부는 게 아니었습니다.
추운 바람이야 따뜻한 옷 하나 입으면 되지만
마음속에서 불어대는 바람은 도무지 대책이 없습니다.
-이정하의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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