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펠로우 <화살과 노래>
나는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았으나
화살은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다.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의 자취
누가 그 빠름을 따라갈 수 있었으랴.
나는 허공을 향해 노래를 불렀으나
노래는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다.
누가 날카롭고도 강한 눈이 있어
날아가는 그 노래 따라갈 수 있었으랴.
세월이 흐른 뒤 고향의 뒷동산 참나무 밑동에
그 화살 부러지지 않은 채 꽂혀 있었고
나의 노래 처음부터 마지막 구절까지
친구의 가슴속에 숨어 있었다.
시인 롱펠로우는 ‘화살과 노래’라는 유명한 시에서, 하늘을 향해 쏜 화살을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한 느티나무에서 발견하였노라고 노래하고 있다.
아직 꺾이지 않은 채 박혀 있는 그 화살은 ‘시간’에 대한 아름다운 상징이다.
시간은 화살처럼 너무도 빨리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러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우리는 ‘그 때 그 시간’을 문득 기억하게 된다. 우리 무의식의 지층에 묻혀 있던 ‘그 때 그 시간’이 어떤 심적 충격의 도움을 받아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른다.
우리가 놓쳐버린 시간의 화살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 온전한 모습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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