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경영/詩

나짐 히크메트-<진정한 여행>

김부현(김중순) 2014. 2. 25. 11:15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터키의 혁명 시인 나짐 히크메트(Nazim Hikmet, 1902-1963)의 시다.

이 시를 읽노라면 가슴이 뛰고 희망이 생긴다.

지금까지 이뤄진 것, 여태까지 겪은 것들은 예고편일 뿐이라지 않는가.

 

얼마나 다행인가. 여태까지 받은 고통과 절망, 힘겨움, 포기하고픈 마음, 이런 것들이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말 불행 중 다행이다. 허투루 살아온 삶을 만회할 수 있는 날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 시는 감옥에서 탄생했다.

 

왜 걸작들은 감옥에서 탄생하는 것일까.

왜 최고의 전략들은 전쟁터에서 나오는 것일까.

왜 극심한 전쟁통에 문화가 융성하는가(르네상스),

 

왜 극도의 혼란기에 위인들이 탄생하는 것일까(춘추전국시대 공자, 맹자, 노자, 순자...)

그래서 인간이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게 되는 그런 나약한...

몸과 마음이 편할 땐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그런 어리석은...

그래서 우리는 신이 아니고 인간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을 바꿔먹기만 해도, 삶은 경건해지고, 앞에 펼쳐진 길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솟아오른다.

조국에서 추방되어 평생을 이념의 불꽃으로 살아간 시인이 스스로를 충전시킨 에너지 충전소는 바로 이것일 게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를 절망이라 말하지 않고,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때라고 외쳤다.

세상살이의 힘겨운 굴곡에 있는 우리에게, 이보다 더한 격려와 위로가 어디 있으랴.

 

땡큐, 히크메트 씨,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최고의 여행을 위해 뛰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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