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재개발 특강

54. 정비구역 일몰제

김부현(김중순) 2019. 10. 5. 08:08

1. 일몰제로 인한 정비구역 해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정비사업이 해제되는 구역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한 동네 건너 한 곳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일 정도로 우후죽순 생겨났던 정비구역들이 하나둘 해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비사업이 지역의 특성이나 문화 및 역사적 가치들을 뒤로한 채 사업성만 따져 전면철거방식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사업방식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어 온 결과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정비구역 해제 여부를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20196월 서울 서북권 알짜 사업지로 꼽혔던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의 증산4구역이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정비구역 일몰제로 인한 제1호 해제구역이다. 증산4구역의 경우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조합설립 동의율인 75%를 기간 내 채우지 못하면서 일몰제 연장을 위해 조합원 32%의 동의로 서울시에 신청했지만 결국 정비구역에서 해제되었다. 또한 서울시가 직권해제하여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종로구 사직2구역은 2012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정해 아파트 건축을 추진했지만, 서울시가 20173월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 해버렸다. 사직2구역이 한양도성에 인접한 주거지로 역사 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주민들은 20175월 서울 행정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2019425일 대법원이 역사 문화적 가치 보전이라는 사유는 재개발 추진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조합의 손을 들어줬지만 서울시가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어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정비사업이 일정 기간 내에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못하면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구역을 해제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전면철거방식의 무분별한 재개발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우후죽순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사업이 잘 진행되기도 하지만 간혹 조합원 간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정책의 여파로 분양이 되지 않고 대출도 막히는 등의 사유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게다가 201982일 투기과열지구의 민간택지에까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는‘8.2대책은 부동산 규제정책의 하이라이트였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부동산 정책의 최후 대책이다. 이보다 더 강력한 대책은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재건축은 해묵은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그동안은 정비사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어 정비구역 해제 대상 사업장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해제 사유가 되어도 조합원들이 연장 신청을 하면 대부분 연장을 해 주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제권자가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추세이다. 게다가 서울은 20203월 도래하는 일몰제로 정비구역 해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 23, 재개발구역 15곳 등 38곳이 일몰제 적용대상인데 이들 사업장의 경우 20203월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못하면 구역에서 해제된다. 문제는 서울시의 입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어서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몰제로 인한 정비구역 해제는 20203월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낼 전망이다. 그전에는 정비구역 해제는 일몰제가 아니라 지정권자인 시.도지사의 직권해제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에 의해서만 해제되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정비구역 해제 후 다시 진행되는 곳도 있지만 한번 해제되면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가 쉽지는 않다. 

따라서 추진위원회는 승인 후 2년 안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마쳐야 한다. 또 조합을 설립한 뒤에도 3년 안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면 역시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수 있다. 앞으로 증산4구역과 유사한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재건축 23, 재개발 구역 15곳 등 총 38곳이 20203월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정비구역 해제요건이 된다. 2012131일 이전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20203월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경우에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150여 곳을 육박한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구역 내 조합원들은 여러 가지 규제를 받게 된다. 속된 말로 내 집이지만 내 맘대로 할 수가 없고, 내 땅이지만 손을 댈 수가 없고 물건을 쌓아놓는 것도 못한다. 정비구역이 지정되는 순간 <도시정비법> 19조 및 시행령 제15조에 의거 건축물의 건축, 공작물 설치, 토지 형질변경, 토석 채취, 토지 분할, 심지어 나무를 심거나 베는 일, 나대지에 물건을 쌓아놓는 것도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손대지 말고 가만히 놔두라는 의미다. 이처럼 정비구역이 지정되면 재산상 규제가 가해지는데 그나마 사업이라도 빨리 진행되면 불편함과 피해가 덜하지만 조합원 간 이해가 대립하여 사업이 지연되기라도 하면 주택 보수 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방 동네가 흉흉해진다. 

그래서 <도시정비법>에서는 2012131일 이전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사업이 일정기간 진척이 없으면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비구역 일몰제다. 일몰제란 시간이 지나면 해가 지듯이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이다. 입법이나 제정 당시와 여건이 달라져 법률이나 규제가 필요 없게 된 이후에도 한 번 만들어진 법률이나 규제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일몰제는 법적 용어는 아니지만 전면철거라는 정비사업을 방지하기 위해 일몰제와 연계한 정비구역 해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도시정비법> 20조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는 직권으로 해제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20
 
1. 정비예정구역에 정비구역지정 예정일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시장· 도지사· 군수 등이 정비구역을 지정하지 않거나, 구청장 등이 지정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2. 조합이 시행하는 재개발, 재건축사업 중 다음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토지등소유자가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날부터 2년 이내에 추진위원회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토지등소유자가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날부터 3년 이내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추진위원회가 추진위원회 승인일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조합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날부터 3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3.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날부터 5년 이내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다음 <>에서 보듯이 전체적으로 정비구역 해제요건은 9가지의 경우가 있는데, 이 중 의 경우가 특이하다. 대부분 정비사업은 조합 시행방식으로 진행하는데 토지등소유자 시행방식이기 때문인데, 이 경우에는 정비구역 지정·고시된 날부터 5년이 되는 날까지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정비구역이 해제된다.

그리고 ~의 공통점은 지정 기간 내에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한다가 아니라 조합설립인가 신청, 사업시행인가 신청처럼 신청을 하지 아니한 경우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의 경우 추진위원회 승인이 취소되거나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해제된다. 

<> 정비예정구역 해제요건

구분 해제요건
정비예정구역 기본계획에서 정한 정비구역지정예정일부터 3년이 되는날까지 정비구역 지정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주택재건축사업
정비구역 지정·고시된 날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신청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정비구역 지정·고시된 날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공공관리 시행에 따라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경우)
추진위원회 승인일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날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경우로서 정비구역 지정·고시된 날부터 5년이 되는 날까지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조합이 시행하는 경우로서 추진위원회 승인일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조합이 시행하는 경우로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날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기타 추진위원회의 승인 또는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되는 경우

 또한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도시정비법> 21조에 의거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 등을 해제할 수 있고, 구체적인 기준 등 필요한 사항은 시· 도 조례로 정한다.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토지 등 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정비구역 등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토지 등 소유자의 30% 이상이(추진위원회 구성되지 아니한 구역)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

주거환경개선사업(현지개량방식)의 정비구역이 지정· 고시된 날부터 10년 이상 경과하고, 추진 상황이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 토지 등 소유자 2/3 이상이 해제에 동의하는 경우

2. 정비구역을 해제하여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 또는 조합설립 인가가 취소되는 경우 지지정권자는 정비구역이 해제될 경우 사용한 비용의 일부, 즉 매몰비용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에서 시· 도 조례로 정하여 보조할 수 있다. 정비법 제21조의 본 조항은 지정권자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는 경우이다. 강행규정은 아니고 임의규정이다. .

 2. 부산지역 정비구역 해제현황  

부산 역시 서울과 마찬가지로 정비구역 해제가 늘어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가 두드러져공급량을 제한하려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2018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시 인구는 2018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0.6%22,000명이 감소했다. 게다가 집값도 20188월 현재 무려 100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민선 7기 오거돈 시장이 취임한 후 정비사업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음의 <>20131월부터 201811월까지 부산의 정비구역 해제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정비구역이 해제된 년도 별로 보면, 2013년부터 시작해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지역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10곳이, 2014년에는 11곳이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 해제되었다. 2015년에는 해제된 구역이 급격히 늘어 26곳이 해제됐고, 2016년에는 12, 2017년에는 7, 그리고 2018년에는 3곳이 정비구역에서 해제되었다. 2012년부터 재개발·재건축 사업추진 절차가 미진한 지역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이를 해제하는 일몰제를 적용했는데, 이 때문에 2015년부터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곳이 증가한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구역지정일로부터 2년 동안 추진위원회가 설립되지 않거나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후 2년간 조합이 설립되지 않으면 일몰제가 적용돼 정비구역에서 해제된다. 조합 구성 후 3년간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다 

<표> 부산시 정비구역 해제 현황 

해제연도 해제순서 구역명 구분
재개발 재건축
2013 1 우암4 o  
2 구포9 o  
3 감천1 o  
4 징전2 o  
5 장전4 o  
6 남포1 o(도시)  
7 초량1-2 o(도시)  
8 온천1 o(도시)  
9 구포5 o  
10 구포6 o  
2014 11 당감3 o  
12 당감8 o  
13 좌천3 o  
14 용호4 o  
15 초량1-4 o(도시)  
16 온천2-3 o(도시)  
17 장전6 o  
18 부암2 o(도시)  
19 전포2-2 o  
20 우암3 o  
21 문현5 o  
2015 22 주례4 o  
23 주례3 o  
24 괘법2 o(도시)  
25 모라1 o  
26 감전2 o  
27 감전1 o  
28 모라1   o
29 당감10 o  
30 남천1   o
31 광안3 o  
32 민락2 o  
33 동삼1   o
34 남항1 o(도시)  
35 범일1 o  
36 주례1   o
37 학장1   o
38 온천2   o
39 사직3   o
40 명장1   o
41 명장2   o
42 감만2 o  
43 전포4 o  
44 만덕1 o  
45 구포4 o  
46 부암4 o  
47 암남1 o  
2016 48 범천3 o  
49 구포8 o  
50 구포1 o(도시)  
51 덕천4   o
52 수정1   o
53 당감1 o  
54 용호5 o  
55 남부민1   o
56 남부민1 o  
57 구포2 o  
58 엄궁2 o  
59 괘법1 o  
2017 60 암남2 o  
61 구포7 o  
62 당감7 o  
63 부전4 o(도시)  
64 전포3 o  
65 부암2 o  
66 삼락1 o  
2018 67 당감9 o  
68 연산2   o
69 연산3   o
합계    

-1.부산광역시 정비사업통합홈페이지 자료(2018.11 기준)

-2.(도시)는 도시정비형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을 의미함.

 2013년부터 201811월까지 부산의 재개발 재건축구역 해제 현황을 16개 구군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부산진구14, 사상구12(재건축1 포함), 북구10(재건축4 포함),남구6, 동래구6(재건축4 포함), 동구5, 서구4(재건축1 포함), 수영구3(재건축1 포함), 금정구3, 영도구2(재건축1 포함), 연제구2(재건축2 포함), 사하구1, 중구1, 이상 총 69개 지역(재건축 14 포함)

 부산지역의 재개발 재건축은 2013년부터 6년여간 전체적으로 69곳에서 정비구역이 해제되었다. 해제구역을 세분해서 보면 부산진구가 14곳으로 가장 많고 북구가 10곳으로 뒤를 이었다. 남구와 동래구는 각 6곳이었고 동구가 5, 다음으로 서구 4, 수영구와 금정구가 각 3, 영도구와 연제구가 각 2곳이었으며, 사하구와 중구는 각 1곳이 해제되었다. 해운대구와 강서구, 기장군은 해제된 구역이 없었다. 같은 기간 재건축은 총 14곳에서 해제되었는데 북구와 동래구가 각 4곳으로 가장 많았고 연제구가 2곳으로 뒤를 이었으며, 사상구, 수영구, 서구, 영도구가 각 1곳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부산시 정비사업 통합홈페이지> 자료에 의하면, 20196월 기준 부산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 정비구역은 모두 129곳이다. 이 중 8곳이 정비구역 지정 과정에 있고 6곳은 추진위원회가 설립됐다. 18곳은 조합설립까지 마쳤고 8곳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곳은 24곳이고, 28곳은 착공에 들어갔다. 37곳은 공사를 마쳤다. 반면 재건축은 전체 89곳 가운데 26곳은 추진위원회가 승인되지 않은 상태이고 12곳은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11곳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10곳은 조합이 설립된 상태이다. 그리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곳은 2곳이며 4곳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4곳은 착공했고 20곳은 이미 사업이 끝났다. 부산 역시 앞으로는 재개발·재건축 방식이 변경되면서 새롭게 지정되는 재개발·재건축 구역은 별로 없을 것이다.‘2030 도시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주민이 원할 경우 등과 같이 정비구역 지정요건 자체를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용적률을 줄이고 고층 고밀도를 지양하는 등 심사가 현재보다 까다로워지고 있다. 

부산의 노후아파트 비율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최대 2배에 이른다. 그만큼 신규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사용승인 후 20년이 지난 부산의 노후아파트 비율은 36%에 달한다. 특히 사상구는 그 비율이 60%에 달해 노후아파트가 가장 많았고, 이어 영도구 58%, 사하구가 54%로 뒤를 이었다. 그리고 해운대구 51%47%인 북구 순이었다. 일반적으로 노후아파트 비율이 높은 지역은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잠재수요자들이 많은 것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또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자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업지연이라는 악재를 딛고 최근 관리처분인가가 난 사상구 덕포1구역 재개발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부산에서 일반분양된 새 아파트는 141,660가구에 달했지만, 강서구와 기장군 등 신도시 위주로 공급이 이루어져 일부 지역에 물량이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반면 사상구, 중구, 영도구 등 지역에는 신규 공급이 거의 없었다. 

앞서 서울시의 경우 해제 사유가 발생하면 토지등소유자 30%의 동의를 얻어 연장 신청을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직권해제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부산지역도 향후 해제사유가 되면 연장 신청에도 불구하고 직권으로 해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지정권자가 무턱대고 해제할 수는 없고 <도시정비법> 20조에서 정한 해제사유에 해당되어야 해제가 가능하다. 물론 해제사유에 해당되더라도 해제종료일 전에 토지등소유자의 30% 이상의 동의로 해당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이때 해당 구역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주거환경의 계획적 정비 등을 위하여 정비구역 등의 존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2년 이내로 연장해 줄 수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지정권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구역은 대부분 정비사업 초기단계에서 상당기간 사업진행이 되지 않는 구역이 대상이며, 해제권자는 원칙적으로 부산시장이지만 구청장 및 토지등소유자가 부산시장에게 해제를 요청하거나 부산시장이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 물론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각종 규제도 함께 사라지게 되므로 토지등소유자나 건설사가 직접 개발하거나 지역주택조합 등을 설립하여 개발할 수는 있다. 2015916일 동래구 럭키아파트 재건축이 주민들의 사업추진 의지가 낮아서 해제된 바 있지만 최근 다시 추진하고 있다. 또한 남구 대연8구역 재개발의 경우에도 20203월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해제사유가 된다. 

부산의 재개발구역 중 오거돈 부산시장이 들어서 가장 잡음이 심한 곳은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구역(촉진1, 2-1, 3, 4) 재개발이다. 2008년 부산시가 공청회와 주민공람 및 관계기관과의 합의를 거쳐 확정하여 원만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20187월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에 대한 경관심의가 유보되는 결정이 나오자 사업은 거의 중단상태가 되었다. 

부산시민공원은 우선 규모가 어머어마하다. 총면적 53에 이르며 하야리아 미군 부대가 철수한 자리에 들어선 부산의 대표 공원이자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공원이다. 부산시는 기존의 합의가 있었더라도 이미 10년 전의 일이고, 주변 환경이나 시민들의 의식이 많이 변경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도시계획과 건축정책의 공공성 강화라는 오거돈 시장의 도시계획 정책의 기본 방향과도 맞물린다. 공원이란 특정인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고 모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쉼터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공원 주변 재개발로 인해 60층 이상의 고층아파트가 공원을 둘러싼다면 시민들의 접근성 및 조망 면에서도 제한을 받게 된다. 시민 대다수는 공원이 주변의 고층아파트들의 앞마당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재개발을 반대하거나 용적률을 대폭 낮추라는 것이다. 기존 용적률대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조합과 시민들의 반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부산시는 장고 끝에 묘책을 도출했다. 바로 시민자문위원회다. 교수,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시민자문위원회의 결정을 가급적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3개월여의 논의 끝에 20198월 시민자문위원회는 용적률 5~5.5% 인하 등을 내용으로 하는 1차 결론을 도출했지만 부산시는 미흡하다고 보고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다. 스카이라인 확보와 용적률 인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는 미지수다. 이는 오거돈 시장의 탓만은 아니고 시장이 누가 되었든 공공성 강화라는 도시계획의 기본 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는 재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경우 과거와는 달리 직권으로 해제시키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결론적으로 향후 정비구역 해제는 지정권자의 의지가 강해 일몰제로 인한 정비구역 해제가 빈번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전면철거방식이라는 우리나라 정비사업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철거와 보존을 겸비한 정비사업으로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도시정비법> 22
 
20조 및 제21조에 따라 정비구역 등이 해제된 경우에는 정비계획으로 변경된 용도지역, 정비기반시설 등은 정비구역 지정 이전의 상태로 환원된 것으로 본다. 다만, 21조제1항제4호의 경우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정비기반시설의 설치 등 해당 정비사업의 추진 상황에 따라 환원되는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20조 및 제21조에 따라 정비구역 등(재개발사업 및 재건축사업을 시행하려는 경우로 한정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이 해제된 경우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해제된 정비구역 등을 제23조제1항제1호의 방법으로 시행하는 주거환경개선구역(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시행하는 정비구역을 말한다. 이하 같다)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주거환경개선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은 제7조에 따른 기본계획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
 
20조제7항 및 제21조제2항에 따라 정비구역 등이 해제·고시된 경우 추진위원회 구성승인 또는 조합설립인가는 취소된 것으로 보고, 시장·군수 등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보에 그 내용을 고시하여야 한다.

 아무튼 정비구역이 해제되면 당연히 정비계획으로 인해 변경되었던 용도지역 및 정비기반시설 등은 정비구역 지정 이전의 상태로 환원된 것으로 본다. 또한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해제된 정비구역 등을 주거환경개선구역(현지개량방식인 경우)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추진위원회 구성승인 또는 조합설립인가는 취소된 것으로 보고, 시장·군수 등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보에 그 내용을 고시하여야 한다.

정비구역이 해제될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매몰비용이다. 정비구역 해제로 추진위원회 승인 및 조합설립인가는 취소된 것으로 보며, 지정권자는 매몰비용의 일부를 시.도 조례로 지원할 수 있다. 재개발사업 매몰비용 부담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첫 판결은 부산 북구 금곡2-1구역이다. 20188월 시공사로 신동아건설이 선정되어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다. 공급 물량은 300여 가구로 작은 편이지만 율리역과 접한 초역세권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금곡2-1구역은 당초 20086월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지만 건설경기 위축 등으로 사업진행이 여의치 않자 조합원들 스스로 조합을 해산시켰다. 조합이 해산되자 당시 시공사였던 일동건설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매몰비용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총회 결의 없이는 이미 투입된 비용을 조합원들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는데, 이것이 조합원의 매몰비용 분담 의무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판결이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이 납부할 금액과 징수 방법은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거친 적이 없다", "조합 정관의 조합원 비용납부 의무 조항이나 시공사선정에 대한 총회로는 이를 갈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매몰비용을 조합원들에게 부담시키려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3. 정비구역 해제 후 재지정되는 경우  

정비구역에서 해제되었으나 입지가 우수하거나 주변 환경의 변화로 다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경우도 있다. 정비구역 해제 후 다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경우 다른 절차는 동일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조합원 분양자격 산정을 어느 시점으로 할 것인가이다. 이때 분양자격은 재지정일 기준이 아니라 당초 지정일을 기준으로 한다. 어느 재개발구역의 조합원 P는 구역 내 노후화된 다가구주택을 소유하다가 구역지정이 해제되자 20175월 다가구주택을 헐고 그 자리에 다세대주택을 신축하여 8세대에게 분양했다. 구역이 재지정 될 경우 분양자격은 어떻게 될까.

일자 내용 면적
2005.11. 정비구역 지정 10
2015.3. 정비구역 해제 -
2017.5. 조합원 A가 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신축하여 8세대에게 분양 -
2018.11. 정비구역 재지정 12(20% 증가)

원칙적으로는 A에게 주어지는 분양자격은 1개이다. 정비구역 재지정의 경우 분양자격산정 기준일은 재지정일이 아니라 최초지정일인 200511월이 기준이 된다. 그리고 면적이 최초 지정 당시에는 10였으나 재지정되면서 20%가 새로 편입되면서 12가 되었다. 이 경우 증가한 2에 대한 권리산정 기준일을 언제로 할 것인가도 문제다. 이 경우에도 증가한 면적에 대한 권리산정 기준일 역시 재지정일이 아니라 최초 구역지정일인 200511월 기준이다. 동일 구역 내에서 서로 다른 권리산정 기준일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장에서 실무적으로는 P와 같은 사례가 많을 경우, 조합설립 동의율을 맞추기 어려워 사업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에 조합 정관으로 별도의 분양자격을 규정하여 8명에게 분양자격을 주거나 아니면 보류지로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까지 정비구역 해제 관련 대응전략과 부산지역 정비구역 해제 현황에 대해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향후 재개발 재건축에 투자하려면 구역지정 무렵에 선투자하여 대박을 꿈꾸기보다는 최소한 조합설립인가가 난 사업장 중에서 선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