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였고 네가 나였던 시간은 흘러갔다.
네가 나였고 내가 너였던 시간은 흘러갔다.
산이 강이고 강이 산이었던 시간 역시 흘러갔다.
모든 것은 흘러갔고 흘러가고 있다.
시간도 공간도.... 나의 하루도 흘러간다.
흘러감은 곧 멈춤이다.
순간순간의 합이 곧 흘러감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24절기의 하나인 '우수'다.
겨울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봄인가.
그런데도 아직 거리의 가로수는 휑하다.
나무도 온기어린 봄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앙상한 채로 꿋꿋하게 하늘과 맞서고 있다.
아직도 내 안에는 벗지 못한 번뇌들이 가득한데 어떻게 하면 이 어리석음에서 깨어 푸르게 날아오를 수 있을까.
오래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낡은 시간들이 침묵을 깨고 다가온다.
건물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사람에게도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다.
우린 평생 동안 앞모습의 아름다움에만 몰두한다.
앞모습의 아름다움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뒷모습의 아름다움은 마음으로만 가능하다.
그래서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에게는 모두 이유가 있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어둠이 먼저 도착한 저녁, 내 속엔 서로 다른 내가 너무 많다.
그 누구에게도 쉴 자리를 내주지 못한 채 달려온 시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어둠을 맞이해 본다.
지나온 시간동안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을 헤아려보니 크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둥그런 조약돌보다는 뾰족한 돌멩이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아무리 걸어도 지워지지 않는 모난 추억들, 하지만 그들과의 이별이 웬일인지 두려워진다.
이별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삶도 추운 겨울뿐일 텐데도.
가로수 옆 가로등은 창백해 보인다.
이 창백함이 지나면 맨 얼굴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이제, 이만큼 아팠으면 꽃잎이 떨어지듯 마음을 탁 내려놓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내려놓음을 알게 되면 다시 뽀사시한 얼굴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거리는 늘 변함이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리만큼 변화무쌍한 곳도 없다.
북카페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책을 읽으며 커피 마시는 로망을 즐기는 싱글들이 많이 보였다.
시간의 평온함을 떨치기 위해 찾아든 거리에 불빛만이 나를 맞아 준다.
지나온 이의 마음에 따라 느낌의 깊이가 다른 길,
무엇이 나의 발길을 이 거리로 나오게 했는가.
거리는 조용히 나에게 묻는다.
나와 동행한 시간은 벌써 저만치 앞서 간다.
어제의 어제, 오늘의 내일을 찾아 나선 거리에는 소박한 만남들로 이어졌다.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열 수 있는 나이, 그 마음의 깊이와 넓이가 궁금해진다.
막막하기만 했던 불안과 투정을 모두 받아준 거리, 요란하지만 차분하다.
도시에 기대어 살아온 세월만큼 나는 배려함보다는 약삭바름을 더 많이 배워버린 것일까.
배려함의 뒷면은 약삭바름이고 상처의 뒤에는 완쾌가 있다는 삶의 양면성을 깨닫는다.
평화로운 거리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깊은 상처가 있다.
지나는 차와 사람이 아슬아슬하다.
아슬함 뒤에는 가끔 세상의 끝이 기다리고 있다.
차와 사람은 공생관계이지만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경우가 있다.
그때 루비콘 강 끝에는 차만 덩그러니 남는다.
떠난 이들에겐 그래도 정겨운 고향 같은 도심의 거리, 그러나 이곳에서 루비콘 강을 건넌 이들에겐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포의 거리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루비콘 강을 건너다 다시 돌아왔지만 누군가는 끝내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고야 만다.
거리가 아름다운 건 그래도 셀 수 없는 그리운 발길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로수는 어둠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보듬는다.
밤새 일어난 일들을 혼자서 간직한 채 또 하루의 아침을 맞는다.
이러한 매일의 기억들이 모여 거리의 역사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우리는 모두 때론 누군가에게 반짝거리는 추억으로 남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렇게도 간절하던 열망은 어둠이 되면 희미해지고 만다.
얼마나 간절한 열망을 품고 있었기에 거리는 저리 바쁜 것일까. 오
도 가도 못하는 망설임으로 걸으면서도 늘 큰 바다만 꿈꾼다.
여러 갈래의 물길이 모여 강이 되고 그 강이 흘러 바다와 만난다.
하지만 늘 한 번에 바다로 가려는 시도를 한다.
사람들이 어질러 놓아도 거리는 아침이면 깨끗하게 화장을 하고 우리를 맞는다.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그 깨끗함 뒤에는 어둠과 함께 거리를 누비는 환경미화원들이 있다.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거리를 걸어야 한다.
그들도 또 다른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거리를 걷는 이들은 그들의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남겨야 할 것은 오직 그리운 발자국 뿐이다.
날아오르지도 숨어버리지도 못하는 쓸쓸한 거리, 부질없는 생각들을 거리에 날려 보낸다.
그래도 거리는 오롯이 받아 푸른 하늘로 되돌려 준다.
거리의 가로수는 우리들의 호흡을 먹고 산다.
이 넓은 거리 위에 내 마음 하나 내려놓을 곳이 없을까.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 가지들을 보며 행복했던 기억이나 가슴 아린 추억들을 떠올려 본다.
한 때는 나도 무지하게 행.복.했.었.다.고.
낯 간지럽게 적당히 부는 거리의 바람이 무지 정겹다.
거리가 그리는 그림은 그림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다.
그 거리를 조금만 비껴나면 낙타처럼 등이 굽은 골목길과 마주하게 된다.
그 곳에선 바람도 햇살도 고개를 숙인다.
골목이 깊을수록 고단한 삶을 이어주는 가느다란 길이 있다.
한 줌의 햇살도 아까운 곳이 골목 안이다.
떠나간 이들에겐 한 때의 추억이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무거운 현실이다.
시간과 겨루어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감히 시간을 관리하려고 한다. 사람이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사람을 관리할 뿐인데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통로에 불과한 골목길,
그 길에서 만나는 노인에게는 한 평생을 함께 동고동락한 삶의 터전인 곳이다.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곳, 좁지만 깊고 긴 골목길 그 곳엔 아직도 힘겨운 또 다른 우리들이 살고 있다.
가슴에 엄숙하게 다가오는 불꽃으로 나 끝없이 용서를 빈다. 거리에게...
거리는 내게 이제 그만 마음을 편히 가져라 한다.
끝도 없이 이어진 거리위에 가로수도 덩달아 말을 걸어온다.
밝히고 또 밝혀 빛이 날 수만 있다면 거리의 무거운 마음을 잠시 받아줄 수 있을 텐데...
반짝이는 추억만으로 살기엔 거리는 너무 허전하다.
어둠속 거리에선 현실보다 비현실이 더 현실처럼 다가온다.
갈수록 깊어지는 어둠, 헛헛해진 마음을 채워 주는데 거리만한 곳이 또 있을까.
꿈도 소망도 거리에 나서면 활기차고 열정적이 된다.
거리에 나를 맞춘다는 것은 내가 먼저 낮아지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녹록한 일인가.
어둠이 짙을수록 한 줄기 빛은 더욱 선명하게 반짝이는 것처럼 나의 여러 갈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하는데.
정신없이 지나가는 아스팔트 도로에 지쳐 있다면 한 번쯤은 거기서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좁은 길, 골목길을 걸어볼 일이다. 끊
어질 듯 가늘게 이어져 있는 골목길을 걷다보면 팍팍했던 마음이 조금은 위안을 받는다.
마치 필름을 옛날로 되감는 듯한 풍경 속에서도 멈춰있는 것은 없다.
모든 일상은 늘 새로운 출발이다.
김이 펄펄 나는 국밥집을 지나면 모르는 누군가와 말을 나눠보고 싶어진다.
그 가느다란 골목길은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길로 향하는 모험을 하고 있다.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길, 어디로 갈 지 모르는 우리의 삶,
저 골목길을 지나면 넓은 도로가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골목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과 만난다.
삶의 모습은 달라도 곧은 신념으로 살다간 이들의 자취는 거리에서도 향기롭다.
저녁 초입에 가벼운 비가 내렸다.
절기상 눈 대신 비가 온다는 '우수'가 바로 오늘 아니던가!
열심히 달려 온 우리,
우리 앞엔 그 어떤 길이 나타날까?
우리 앞엔 얼마나 더 많은 길들이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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