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처럼 남산을 자주 가지만 늘 찔끔 찔끔, 여기 저기 다녔던 탓에 남산을 오롯이 한 바퀴 돌아본 적이 없었다.
지하철 3호선 동대역에 내려 N서울타워행 노란색 순환버스에 올랐다.
국립극장에 내려 북측순환도로를 따라, "석호정-남산1호터널-와룡묘-안중근의사기념관-남산도서관-N서울타워-남측순환도로 전망대-남산소나무탐방로 입구를 거쳐 다시 국립극장"으로 되돌아오는 일주를 택했다.
국립극장 북측순환도로 출발(00:00)
국궁의 요람인 석호정에 안착(00:10)
활터 석호정은 조선조 인조 임금 때인 서기 1630년경 만들어진 유서깊은 국궁도장으로 알려져 있다..
활 표적지가 아스라히 보이고, 석호정의 초가을 단풍이 파란 하늘과 인사를 한다.
석호정을 지나다 산까치를 만났다.
두 놈은 도망을 가는데 이 놈은 가만히 있다.
게다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멋진 포즈까지 취해 준다.
그래도 난 먹이를 주지 않았다.
까치의 궁시렁거림에 귀가 가려웠다.
북측순환도로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나뭇잎은 색이 바래지고, 숲터널길을 걸어가는 모습들이 자연과 닮았다.
쉼터 지붕위에 게으른 비둘기 세 마리가 낮잠을 즐기고 있다.
왼쪽 한마리는 자식이고, 오른쪽 한 쌍은 부부처럼 보인다.
대낮부터 졸다가 카메라 셔터 소리에 눈을 뜨는가 싶더니 별 대수롭지 않은듯 표정 변화가 없다.
근데 세 마리 모두 비만이다.
자연에서 먹이를 구하지 않고 우리들이 주는 편안한 먹이에 길들여진 결과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하루 빨리 비둘기들이 자연에서 먹이를 구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을 봐도 꿈쩍을 하지 않는다.
지가 사람인 것으로 착각하는 건지, 아님 사람을 비둘기라고 착각하는 건지....
근데 저 비둘기들 다이어트는 누가 시키지...
남산1호터널 기계실 앞에 도착(00:40)
건물 너머로 내리쬐는 햇살이 눈부시다.
담쟁이덩쿨이 남산터널의 세월을 고스란히 반영해 주고 있다.
이름모를 꽃도 만난다.
니 이름은 뭐니!
매번 이쁘다고 카메라에 담아오기만 했을 뿐, 이름조차 모른다는 것이 부끄럽다.
꽃들도 기분이 좋지 않을게다.
분명 이름이 있는데 툭하면 '이름 모를 꽃'...이라고 얼버무려 버리니까 말이다.
앞으로 이름을 모르는 꽃은 사진을 찍지도 말고, 구경도 못하게 하는 꽃에 관한 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건가.
서울시 민속자료 5호로 지정되어 있는 제갈양을 모시는 '와룡묘'에 도착(00:50)
1934년 민속자료로 지정된 와룡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다.
입장시간이 지난 탓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입장가능 시간은 16시까지다.
북측순환도로 끝지점에 도착(00:55)
국립극장에서 북측순환도로 끝까지는 차량이 다니지 않아 걷기에 더 안성맞춤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안중근의사 기념관에 닿는다.
계단 중간에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엔딩 키스장면을 알려주는 사진을 만난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도착(01:00)
출발한지 1시간만이다.
기념관 지붕 너머로 비치는 햇살이 단풍색과 멋진 조화를 만들어낸다.
안중근 의사 동상과 기념관이다.
기념관 앞 광장에서 본 분수와 N서울타워, 남산의 완벽한 조화다.
기념관과 광장을 지나면 동화같은 작은 공원을 만난다.
남산도서관 입구 도착(01:10)
도서관 입구에 있는 조그만 꽃밭정원이다.
남산도서관에서 N서울타워까지는 일방통행으로 순환버스가 다니는 길이다.
이 길이 남측순환도로다.
남산도서관에서 N서울타워까지는 오르막길이다.
인도와 차도가 선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서울시티투어 버스의 뒷모습이 추억의 여운을 남긴다.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가 하늘까지 닿아 있다.
가는 길에 자주 만나게 되는 휴식을 위한 의자다.
그런데 교대로 의자의 방향을 왜 바꿔 놓았는지가 궁금하다.
남산의 화룡점정, N서울타워에 도착(02:00), 출발한지 2시간여.
여느 때처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날시가 잔뜩 흐려있는 탓에 도심은 스모그를 뒤짚어 쓰고 있었다.
서둘러 걸음을 재촉한다.
N서울타워에서 이어지는 남산 성곽이다.
성곽은 중구와 용산구의 구분선이자 경계선이다.
하늘을 본다.
해넘이가 시작되고 있다.
날씨가 흐린 탓인지, 해가 더 짧아진 탓인지 이내 산에는 어둠이 내린다.
남측순환도로 전망대에 도착(02:10)
서울 도심과 서울타워가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전망대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의 모습이 살갑다.
가지 끝에 매달린 이름모를 새둥지가 구름에 닿아 있다.
한 줌 밖에 안되는 저 좁은 공간에서도 여러 마리의 새끼들을 키워 냈을 것이다.
우리의 바둥거리는 모습과 비교가 된다.
사람이 사는 둥지도 광고카피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 되어야 하는데...
저 둥지 하나를 갖기 위해 평생을 쏟아부어야 하는....우.리.는....
출발했던 국립극장에 다시 도착(02:30)
남산을 한 바퀴 도는데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쉬엄쉬엄,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새들과 꽃들과 이야기하며 처음 걸어 본 남산일주도로....
남산은 낮지만 결코 낮은 산이 아니었다.
스치기보다는 머무름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자연과 인간이 가장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 남산.
남산은 내게 (선물)이다. 오를 때마다 마음 가득 선물을 받아오니까.
누군가에게 남산은 (사랑)이다.
당신에게 남산은 (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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