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산행기/중부지역

도심속 전원 양재천, 걸어봤더니...

김부현(김중순) 2009. 10. 12. 09:44

계절은 제일 먼저 우리의 마음을 바꾼다.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말리는데는 가을 햇살만한 것이 없으니까.

팍팍한 마음을 끌어안는데는 푸른 가을하늘만한 게 없으니까.

 

게을러도 몇 발짝만 옮기면 도심속에서도 가을을 노래할 수 있는 곳, 양재천을 찾았다.

'시민의 숲'엔 벌써 낙엽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가까운 자연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열어보는 것도 때론 가치있는 일이다.

청춘을 깎고, 열정을 깎고, 충돌과 깎임의 긴 시간을 보내며 우리 인생도 그렇게 깊어지는 것이다.

양재천 걷기에 대한 안내문이다. 

 

양재천변 조그만 들판엔 가을걷이가 벌써 끝났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버린 가을걷이가 못내 아쉬운 듯한 동심이 나를 기쁘게 한다. 

 

들숲 사이로 가을을 즐기는 청춘의 몸짓이 아름답다. 

 

도시는 나에게 아침 6시만 되면 눈을 뜨게 한다.

눈을 비비며 경쟁하듯 일터로 향한다.

때론 가까운 이가 적이 되기도 하고 섬뜩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웬지 도시는 정겹다.

느슨한 나에게 치열하게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니까.

한 뼘만 뻣으면 한 발짝만 걸으면 넉넉한 자연이 있으니까. 

 

벤치에 앉은 노부부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에너지가 충만한 청춘을 간절히 바라고 있진 않을까.

 

 

 

 

  

 

언제였던가?

초등학교 시절, 개울을 건너야만 학교에 갈 수 있었던 그때...

그때의 모습에 비할수 있겠냐마는 돌개울을 폴짝폴짝 건너뛰는 꼬맹이 형제가 정겹다.

형이 앞장서고 동생을 보살핀다.

엄마는 여자보다 강하고, 아빠는 남자보다 강하고, 피는 물보다 진하고, 형만한 아우는 없다. 

 

굳이 강원도 민둥산을 찾지 않아도 새하얀 억새풀은 양재천변에 지천으로 피어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

함께 걷는 모습이 평안해 보인다.

하지만 도시의 일상에서의 모습은 아닐게다.

 

 

티격태격 서로 뒤에 타겠노라고 한참동안이나 말씨름을 한다.

서로 무임승차 하겠다는 말이다.

결국은 힘에 못이겨 동생이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메밀꽃 볼려고 강원도 봉평까지 갔었다.

하지만 축제는 끝나고 메밀꽃은 모두 지고난 후였다.

그래도 때늦은 메밀꽃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새하얀 메밀꽃이 콘크리트 건물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한참을 내려가자 수확을 앞둔 벼가 눈에 들어온다.

나의 고향의 가을걷이가 궁금해진다.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부모님께 안부전화라도 올려야겠다.

작은 들판의 허수아비가 옛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새들도 감시병 역할을 하고 있다. 

 

양재천에 가면 물놀이터도 있다.

얕은 물에 비친 고층아파트의 모습이 웅장하다.

 

 

 

한 떨기 아름다운 꽃에도 치열함이 있다.

우리의 삶 역시 치열해야 한다.

치열함이 없다면 앙코없는 찐빵이 아닐까.

하지만 그 치열함이란 자신을 향해야 하는데...

 

"일상탈출, 야호!"

도심을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닐 것이다.

떠남이란 물리적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거리를 말하는 것이니까.

양재천! 그 곳은 자연박물관이자, 우리의 일상이 모두 함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