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자를 찾아오고, 실패는 ‘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자를 찾아온다."
-서양 속담
같은 아파트 위층과 아래층에서 자취를 하는 젊은 남녀가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을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지만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눠보지 못한 사이다.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방에 홀로 앉아 시간을 때우는 남자는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내내 조용하던 위층이 웬일로 들썩거리기 때문이다. 남자는 위층 여자가 '애인을 데려와서 파티를 열었구나' 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세상사람 모두가 행복해 하는 오늘, 자신만 혼자라는 외로움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놀랍게도 위층 여자도 주검으로 발견된다. 사실, 그날 밤 들리던 소음은 외로움에 스스로 세상을 저버린 여자가 몸부림치는 소리였던 것이다. 누군가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던 두 남녀의 비극을 담은 이 이야기는 로팽가리의 단편소설 <벽>에 나오는 이야기다.
만약 위층 여자가 세상을 향해 보내는 소통의 신호를 아래층 남자가 잡을 수 있었다면 두 남녀의 비극적인 결말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는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 많다. 예전에는 한 집에 여러 세대가 어울려 살았다. 나의 어린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항상 가족 누군가와는 얼굴을 맞대고 생각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가족의 단위가 작아지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낯선 이에게 먼저 다가가거나 마음을 여는 데 점점 서툴러진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이른바 소통이다. 소통의 부재로 사회 곳곳에서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조사기관에서 직장인들에게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것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응답자의 90% 정도가 노트북이나 휴대폰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랑하는 애인이나 친구를 꼽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과거에는 살을 맞대고 함께 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반면 이제는 사람을 연결시켜 줄 수 있는 '물건'에 만족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사람과의 직접소통 통로를 막아버린 것이다. 사람과 살을 맞대고 하는 소통은 이른바 쌍방향 스킨십 소통이지만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는 일방통행식 소통이다. 디지털매체가 스킨십소통의 거대한 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람이 디지털 기기에 밀려버린 지금 살과 얼굴을 맞대는 이른바 스킨십 소통은 더욱 절실하다. 소통의 부재 탓만은 아니겠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우리나라의 사망원인을 보면 20, 30대 사망 1위는 자살이라고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이야기다. 연간 무려 1만 3000여명이다. 하루에 35명꼴이다. 이는 10만 명당 26명으로 다른 나라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되려면 그것을 개인적인 이유로 치부해 버리기보다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이에 대한 관심과 소통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내가 먼저 다가서는 소통이 더욱 절실한 이유는 소설 속의 남녀주인공이 소설로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앨범을 뒤져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친구에게 먼저 전화를 해보자. 반가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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