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경영/인문학

인문학은 꿈의 기초자산이다

김부현(김중순) 2012. 2. 27. 12:32

우리는 광복과 건국, 6.25동란과 4.19혁명 그리고 6.10항쟁과 같은 굵직굵직한 역사적 소용돌이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보릿고개'라는 배고픔을 경험했기에 '꿈보다 밥'을 위해 뛰었다. 그 결과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OECD와 G20가입국이 되었고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하여 세계 9번째의 경제규모를 달성하였다. 경제적으로는 세계의 경제모델이 될 정도로 단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게다가 IMF 외환위기와 미국 발 금융위기를 겪기는 했지만 이 역시 단일민족이라는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빨리 극복했다.

 

일제식민지와 전후 복구 그리고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우리에게 '경제'는 유일한 대안이자 희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형에 전력투구한 결과는 필연적으로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내포하고 있었다. 결국 비만경제는 정신결핍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이제 압축 성장이 남긴 상처를 치료받고 싶어 하고 현기증 나는 세상으로부터 구원받고 싶어 한다.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마음이 이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오르내리면서 선진국 진입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물질자본과 정신자본이 공존하지 않은 나라가 선진국이 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양질의 물질자본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신자본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도 그 뿌리가 있기 마련이다. 화려한 꽃의 이면에는 양질의 토양이 있었다.

 

진 랜드럼(Gene N. Landrum)은 <열정능력자>에서 48명의 성공자들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승자는 과거의 성공을 되새기면서 또 다른 성공을 부르지만, 패자는 실패의 경험을 되새기면서 실패만 부른다."고 했다. 그러므로 그냥 하는 말이라도 "저 사람 대단하네, 분명히 큰 인물이 될 거야"라는 말의 효과는 오래 지속된다. 하지만 " 저 사람은 나중에 깡패가 되려나"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 효과는 훨씬 더 오래간다.

 

인문학은 꿈의 기초자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부재'를 우려하고 있다. 인문학은 마음자본의 근간이다. 여전히 서점에는 경제서적들로 넘쳐나고 인간 본성에 접근하기보다는 수단과 방법이 난무하는 책들만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들도 재정 문제를 내세워 학과 통폐합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 선봉에 철학과와 심리학과가 있다. 대학이 경제논리에 휘둘리는 단적인 사례다. 어찌됐던 대학을 졸업해도 배운 것을 써먹을 곳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나아가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 교과서를 덮고 이제는 다시 사회교과서와 기업교과서로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취업한 대졸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 취업하여 일하는 비율이 30.5%, 특히 인문대의 경우에는 무려 53.9%였다고 한다. 인문학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010년 1월 조선일보· 한반도선진화재단 공동기획의 <서울 컨센서스 10대 전략> 중 첫 번째가 우리나라 '정신자본의 부재'였다.

 

이제 정신자본을 등한시한 경제성장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정신자본이 가장 시급한 것은 개인이다. 세계는 갈수록 집단보다는 개인의 창의력을 요구하고 있다. 21세기는 조직의 시대가 아니라 개인의 시대다. 효율성의 시대가 아니라 다양성의 시대다. 넓이의 시대가 아니라 깊이의 시대다.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살아남는 시대다. 여러 사람이 한 길로 가는 시대가 아니라 각자가 각자의 길을 가는 시대다.개인이 강해야 그가 속한 조직도 나아가 국가의 힘도 강해진다. 내가 변해야 조직도 변하고 국가도 변한다. 세계화는 결국 개인에서 출발한다.

 

나는 혹시라도

민족을 위하여 무너진 성벽의 틈 사이로 뛰어들며,

내가 이 나라를 멸망시키지 않도록

내 앞에 막아서서 멸망의 위기에 놓인 백성을 구출하려고 몸부림치는 이라도 있을까 두루 찾아보았다.

그러나 나는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였다" (성경, 에스겔Ezekiel 중에서)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부족하거나 명확한 목표가 없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한다. 목표를 구체화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물질자본보다는 정신자본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엔 최고경영자뿐 아니라 월가(Wall Street)의 투자 고수들 중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CEO들이 많다. 오히려 철학·역사·문학 등 인문학 지식이 장기적으론 투자활동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정설이다. 전설적 펀드 매니저인 피터 린치(Peter Lynch)는 대학에서 정치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투자 조언에는 복잡한 경제 이론과 전문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국제 자본시장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의 대학 시절 스승은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쓴 세계적인 철학자 칼 포퍼(Karl Raimund Popper)였다. 그는 당시 학습한 논리적 사고와 추리 및 논증을 바탕으로 현실 경제를 보는 안목을 키웠다.

반면 우리나라 CEO들 중엔 경영이나 경제 전공자들이 많다. 지난해 10대 그룹 계열사의 사장급 이상 CEO 471명을 대상으로 한 재벌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5명중 2명 꼴인 39.7%가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전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단적인 면이다.

 

스펙이 아닌 스토리를 팔아라

 

인문학을 개인의 영역에 반영한 것이 '꿈'이다. 인문학과 사회적 자본 그리고 정신자본과 지식자본에 발맞춰 꿈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나아가 요즘은 드림케팅(dreamketing)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제품을 팔지 말고 꿈과 스트리를 팔라는 뜻이다. 정신의학자 도널드 칼네(Donald Calne)는 "이성은 결론을 낳는데 반해 감성은 행동을 낳는다."고 했다.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색다른 마케팅 기법인 드림케팅은 세계적인 경영학자 톰 피터스(Tom Peters)가 <미래를 경영하라>에서 처음 소개했다. 그것은 꿈(dream)과 마케팅(marketing)의 합성어로 노스 아메리카(North America)의 사장 겸 CEO 롱지토니 뷔토니(Longinotti-Buitoni)가 드림마케팅을 역설하면서 만든 신조어다. 상품 자체보다는 상품이나 브랜드에 담긴 꿈과 스토리를 강조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제는 아이케팅(iketing)시대다. 아이케팅은 나를 마케팅하는 것이다. 학력이나 외모와 같은 아날로그형 마케팅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스토리를 무기로 한 디지털형 마케팅 말이다. 이제 기업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팔고 감성을 판다. 개인은 꿈과 스토리를 팔아야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영국의 아동정신분석 창시자인 프로이드(Sigmund Freud)가 어렸을 때 어떤 점쟁이가 그의 부모에게 이 아이는 위대한 인물이 될 거라고 말했다. 부모는 아이를 특별하게 대우하며 키웠다. 점쟁이의 말은 자기실현적 예언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어떤 환경과의 관계는 아이가 성공한 인생을 살 것인지, 실패한 인생을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따라서 성공과 실패는 타고난 유전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것이다.

 

인생지도의 필수품은 사회적 자본이다

 

최근 KBS 사회적 자본 제작팀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는 책에서 "이제 '더불어함께 잘 사는 사회'로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인적, 물적 자본에 더해 제3의 자본인 사회적 자본 축적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다."고 지적하였다. 심지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는 <GDP는 틀렸다>라는 책에서, 경제지표로서의 GDP가 가지는 한계를 지적하면서 GDP는 더 이상 삶의 질을 반영해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삶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확실한 도구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세계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저개발국은 국부 창출에 천연자원의 비중이 중요하지만 선진국일수록 천연자원이나 인적자원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본이 국가의 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소득 국가들의 경우 천연자원이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이고 보이지 않는 무형자본의 몫이 59%인 반면, 고소득 OECD 국가들에서는 천연자원과 무형자본의 비중이 각각 2%, 80%라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거치면서 권위적 사회에서 민주적 개방사회로 옮겨가는 전환점에 있어 무형자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 사회의 신뢰가 10% 오르면 경제 성장률이 0.8%P 증가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연고 집단으로 뭉쳐 낮은 신뢰지수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OECD 국가의 사회적 자본지수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25개국 중 22위에 불과했다. 10점 만점에 5.70점 이었고, 1위는 8.29점으로 네덜란드가 그리고 덴마크와 호주가 각각 8.23, 8.12점으로 2, 3위를 차지했다. 신뢰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꿈이란 한 사람의 인생을 한 글자로 축약한 것이다. 무엇에 집중하고 어디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지를 통해 자신의 강점을 파악할 수 있다. 꿈이란 마음에서 시작된다.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독서다. 이를 통해 여러 가지 간접 체험을 하고 또 멘토들을 모방하여 그대로 따라하는 지속성이 중요하다.

 

또한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결국 기법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에서 저자는 "과학 기술시대에 '높이 더 높이'를 외치며 첨탑만을 쌓아올리고 인문학이라는 땅을 다지지 않는다면 정작 그 탑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끝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즉 과학기술이 하드디스크라면 인문학은 운영체제에 해당하는 셈이다."라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