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산 정상 목재데크
‣ 산행지 : 춘천 금병산(652m)
‣ 위치 :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소재
‣ 교통편 : 경춘선 김유정역
‣ 산행코스 : 김유정역~김유정문학촌~실레길/금병산 갈림길~능선갈림길삼거리~금따는 콩밭길~금병산~동백꽃길~능선갈림길삼거리~저수지~금병초등학교~김유정역
‣ 소요시간 : 3시간 30분~4시간 정도
10:30 상봉역, 경춘선 완행을 타고....
경춘선 오늘의 산행은 김유정문학촌과 김유정의 작품 배경이 되는 금병산 산행이다. 금병산은 춘천시에서 남쪽으로 8킬로미터 지점에 자리 잡은 산으로 일명 '진병산(陳兵山)'으로 불리며, 춘천시를 에워싼 산들 중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대룡산(899m)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이 수리봉(645m)을 솟구친 후 그 맥이 원창고개에서 잠시 가라앉았다가 마지막으로 솟은 산이다.
계절은 봄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완연한 봄, 겉옷이 거추장스럽고 난방도 필요없는 더도 덜도 필요없는 무결점 날씨다.
11:40 김유정역... 김유정의, 김유정에 의한, 김유정을 위한 곳.....
1시간 10여분을 달려 김유정역에 도착했다. 역사내의 이색적인 포스가 느껴지는 "김유정역을 찾아줘서 고맙다."는 환영 문구다.
작은 배려에 감사, 꾸뻑^^...
춘천 신동면은 2004년 전국 최초로 기차역 이름을 '김유정역'으로 바꿨으며, 최근에는 신동농협 신남지점이 김유정 지점으로, 신남 우체국도 김유정우체국으로 명칭을 바꾸기로 하는 등 지역 특색에 맞는 이름을 찾아가고 있다. 동시에 작가 김유정의 삶과 문학 혼이 서린 '신동면'을 '김유정면' 또는 '유정면'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한옥으로 새단장한 역사 주변은 쉼터로 손색이 없다.
김유정역(구.신동역)을 나오면 먼저 전통기와집 형태의 이색적인 역사(驛舍)가 눈에 들어온다.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가면 김유정문학촌이, 오른쪽으로는 신동면사무소, 금병초등학교 방면이다. 어느 쪽을 택하던 관계없다.
경춘선 전철 개통으로 사라졌던 무궁화열차가 최근 김유정역에 다시 들어섰다. 춘천시는 철도공사로부터 구입한 경춘선 무궁화 열차를 김유정역 한 켠에 설치했다. 추억과 낭만이 깃든 경춘선 무궁화열차가 오갔던 김유정역사 플랫폼에 들어설 열차는 기존 디젤 엔진 기관차 1량과 열차 2량이다. 1량은 경춘선 역사관, 또 다른 1량은 김유정 문학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11:50 김유정문학촌, 김유정의 불꽃 같았던 짧은 생을 마주하다....
김유정문학촌은 역에서 400미터 거리에 있다.
김유정 생가와 그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김유정은 천재 문학가였지만 아깝게 29세에 요절했다.
그러나 소낙비, 봄봄, 산골나그네, 노다지, 동백꽃 등 30여 편의 적지 않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1930년대에 활동했음에도 지금도 활발히 읽히는 현재형 작가라 할 수 있다.
그의 소설들은 지금도 독자에게 와 닿는 생생한 언어 감각, 그리고 가난한 이들의 삶을 연민과 해학으로 감싸 안은 따뜻한 인간미 등으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이곳은 김유정의 고향 실레마을을 품고 있는 금병산 뿐만 아니라 작가 김유정의 생가 및 1930년대 야학 등 농촌계몽운동을 벌이던 '금병의숙' 등을 둘러본 뒤 김유정역에 이르게 되는, 매력 있는 테마스토리 산행코스다.
<산행 포인트>
금병산 산자락 곳곳은 향토색 짙은 김유정 작품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를 기리기 위하여 금병산 등산로는 김유정의 작품 이름을 따기도 했다.
김유정의 외가가 있었던 학곡리 원창고개에서부터 산 정상까지는 ‘봄봄’길, 금병의숙에서 소와리골 개천을 끼고 올라가다 두 갈래로 나뉘는 길은 ‘만무방’길이다.
계곡 안쪽이 물골인데 작품 ‘산골’과 ‘솥’의 무대로 골짜기 위쪽으로 주인공 근식이의 집이 있었다고 한다. 만무방 길을 따라 약 1시간을 오르면 네 갈래 갈림길에 이르게 된다. 이 지점에서 김유정문학촌이 있는 산국농장과 금광터, 만무방의 노름굴이 있는 증4리 코스는 ‘금따는 콩밭’이며 이곳에서 산 정상까지가 ‘산골나그네’길이다. 정상에서 춘천 시내를 내려다보며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 ‘동백꽃’길이다.
김유정은 실레마을에서 태어났다.
'실레이야기길'은 역사와 스토리가 있고 김유정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어 재미있게 걸을 수 있다.
문학촌을 나오면 만나게 되는 이정표와 실레길에 대한 설명이다.
금병산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리는 난이도 중간 정도의 흙길이다.
봄이되자 들녘은 바쁘다.
밭고랑을 다듬는 콤바인도 부지런히 오간다.
마을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곳으로,
김유정의 작품 <산골나그네>에서 '눈웃음길'이라고 이름붙여진 길이다.
실레길과 금병산 산행길로 나누어지는 곳이다.
금병산은 춘천 중앙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원창고개 마루턱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올라 춘천시내 및 신동면 일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으로 수종이 다양하고 흙이 많은 육산이라 걷기에 매우 편해 사계절 어느 때고 등산하는 즐거움이 크다.
특히 <봄.봄길> <동백꽃길> <산골나그네길> <만무방길> <금따는 콩밭길>등 이 고장 출신 작가의 소설 제목으로 이름이 붙여진 김유정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바로 그 작품의 무대와 만나게 된다.
문학촌에서 이정표를 따라 금병산으로 향하면 마을을 지나 실레길과 금병산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입구부터 나무 이름과 유래를 설명해주는 해설판이 나무 곳곳에 매달려 있다.
예를 들면 뽕나무는 오디라는 열매가 맺히는데 이 열매를 많이 먹으면 방귀가 잦다고 해서 뽕나무라 이름붙여졌다고 한다. 그리고 신갈나무는 예전에 신발깔창으로 사용했다해서 이름붙여졌다고 설명을 한다.
가쁜 숨을 몇 차례 몰아쉬면 능선갈림길삼거리에 닿는다.
능선에 올라서니 봄바람이 감칠나게 불어온다.
배낭을 벗고 모자도 벗는다. 잠깐의 쉼을 끝내고 다시 능선을 향한다.
처음엔 조금 완만한길로 변하나 정상처럼 보였던 봉우리들이 하나하나 능선봉으로 바뀌는 과정이 한동안 되풀이 된다. 정상인줄 알고 올라가 보면 정상은 저만큼 뒤에 있곤 하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잔재미가 금병산 산행의 으뜸가는 재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날 금병산을 두고 보면 낙엽은 수북히 쌓이고 날씨는 메말라 담배피우는 사람들은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 날 상태가 되어 있었다.
낙엽이 수명을 다해 영양분으로 가기 일보직전이기 때문이다.
노오란 동백꽃(생강나무)은 산수유꽃과 비슷하나 더 소복하고 소담스럽고 탐스럽다.
높이의 변화가 없는 밋밋한 능선이 지루하다면 이런 능선은 각도가 달라 조망의 변화가 적지 않아 재미가 유별나다. 날씨는 꽤 춥지만 따사로운 햇빛이 비치는 양지쪽 낙엽위에 앉아 간식을 먹는다.
따뜻한 보온수통의 커피맛이 낙엽냄새와 부근 송림에서 풍겨오는 아련한 송진냄새와 금상첨화다. 다시 배낭을 고쳐매고 머리 위 파란 하늘 보기를 너댓번하고 능선을 몇 개 넘고서야 억새꽃이 꽤 넓게 피어있는 사면을 지나는데 한낮의 햇살은 따사롭고 역광에 억새꽃은 찬연히 빛났다.
이런 환한 산록의 정갈한 한쪽에 홍송 소나무가 푸른 솔가지를 바람에 흔들고 있고 하여 기분은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이 한 장면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봄 산행이 주는 쾌감의 본질을 알 수 있을 듯했다.
길섶으로 색바랜 이정표가 보이고 정상은 여기서 5분도 안 되는 거리다.
능선을 넘고 가쁜 호흡을 여러 차례 반복한 후, 정상 바로 아래 헬기장에 도착한다.
13:30 금병산 정상, 춘천을 아우르다....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정상부 목재데크다. 춘천시가지가 손바닥 안에 들어오고 동북쪽으로 대룡산, 그리고 수리봉과 연엽산이 보이고 멀리 구절산도 보인다.
원창고개는 안보이지만 그곳에서 구불구불 정상길로 이어지는 <봄.봄길>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춘천분지는 소양강이 분지의 북쪽을 뚫었고 서쪽은 북한강이 뚫어 그렇지 어떻게 보면 펀치볼(인제군 해안분지)을 닮았을 정도로 둥그렇게 산이 에워싸고 있다.
정상의 조망은 봄이기에 망정이지 여름철 녹음이 우거지면 조망권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금병산 등산은 춘천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산인데 경춘선 복철화로 최근에는 서울에서도 쉽게 갈 수 있다. 춘천시민들은 대부분 춘천에서 홍천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원창고개에서 능선을 타고 금병산 정상으로 와서 다시 능선을 타고 금병초등학교로 내려서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이들 코스에는 김유정의 작품속 <봄.봄길> 등이 이름붙여져 불리고 있다.
금병산은 근처의 유명한 삼악산(654m)과 높이가 비슷하나 산의 형상은 전혀 다르다. 즉 삼악산은 대단한 암산으로 코스가 험한 산이지만 금병산은 북쪽능선을 빼고는 바위가 거의 없는 육산이다.
금병산은 춘천분지의 남쪽을 병풍처럼 막고 있는 위 치때문에 춘천시가지를 바라보는 조망이 으뜸이다.
하산길은 <동백꽃길>이라 붙여진 능선길을 택했다. 30여분이면 올라갔던 곳, 능선갈림길삼거리와 다시 만난다. 이곳에서 오르던 길과 달리 저수지가 있는 곳으로 하산한다.
능선이 구불구불 아름다워 나무터널을 따라 산행하니 아주 질 좋은 봄바람이 살갗을 애무한다. 능선을 따라 걸으면 군데군데 아찔함을 느낀다. 능선양쪽으로 밋밋한 산사면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가 절벽이나 다름없는 급경사 산록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유정은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에서,
“나의 고향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다 하야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고 소개했다.
‘산골의 가을은 왜 이리 고적할까! 앞뒤 울타리에서 부수수하고 떨잎(낙엽)은 진다. 바로 그것이 귀밑에서 들리는 듯 나직나직 속삭인다. 더욱 몹쓸 건 물소리, 골을 휘돌아 맑은 샘은 흘러내리고 야릇하게도 음률을 읊는다. 퐁!퐁!퐁! 쪼록 퐁!’
-김유정의 <산골나그네>중에서,
‘그 전날 왜 내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밭을 혼자 갈고 있지 않았느냐. 밭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곷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우에서 벌들은 붕, 붕 소리를 친다. 바위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늘의 봄볕은 이불 속 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 봄살이 날려고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이랬다.’
-김유정의 <봄봄>중에서,
‘닭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움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왼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의 <동백꽃>중에서,
저수지 주변의 울창한 이깔나무숲이 아름답다. 지난겨울에도 필시 아주 준수한 풍광을 보였을 터이지만 지금은 잎이 모두 떨어져 길 위에 폭신하게 깔린 황금빛 보료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낮의 기온은 꽤 올라가 길 위 작은 웅덩이의 괸 물은 모두 첨벙겨렸다.
어쩌다 조금 남아있는 이깔나무 잎을 보면 사계절 이곳 경관이 보통수준을 넘었을 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규모는 작지만 자그마한 저수지에 비친 낙엽송림의 빛깔은 대단하다.
저수지를 따라 마을로 접어든다.
곳곳에 농부들은 바쁜 손을 움직인다. 가까이서 보니 힘든 노동이지만 멀리서 보니 한 폭의 그림 같다. 농지를 끼고 내려가다 마을길에 접어들면 길이 다시 넓어진다. 금병초등학교를 지나면 김유정기념비가 나오고 이곳이 바로 1930년대 야학 등 농촌계몽운동을 벌이던 '금병의숙'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김유정역이 수채화처럼 보인다.
14:50 금병산, 실레길 산행을 마치고....김유정, 그 짧고도 치열했던 삶...
김유정은 1931년 보성전문학교를 그만둔 뒤 고향 신동면으로 내려와 2년 동안 머무르면서 농촌계몽운동을 하는 한편 고향 사람들의 삶의 속살을 면밀히 관찰했다. 그가 1933년부터 죽을 때까지 발표한 소설 서른한 편 중 열두 편이 이곳을 무대로 삼고 있다는 사실은 고향과 고향 사람들에 대한 그의 사랑을 말해 준다. 김유정은 실레마을에서 부와 명예를 누리던 부잣집 막내 도련님으로 1908년 1월 11일 태어났다.
그러나 여섯 살 무렵 서울로 이사를 가고 연이어 부모님을 여의고, 스무 살 많던 맏형의 가산 탕진으로 청소년기의 서울생활은 가난과 절망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아침 목간통에서 나오는 명창 박녹주를 보고 첫눈에 반해 혈서까지 쓰는 스토커가 된다.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실연까지 맛보게 된 그는 스물셋에 귀향을 한다. 그리고 2년이 채 안 되는 이곳 생활에서 어리숙하면서도 의뭉스러운 기층민들의 삶에 매료된다.
하지만 스물아홉 되던 1937년 3월 29일,
김유정은 폐결핵과 치질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누님 댁에서
짧은 생애를 마친다.
이런 편지를 남긴 채,
"닭을 열 마리쯤 푹 고아 먹고 싶다."
아.....그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보며....
그가 조금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허튼 상상을 해본다.
폐결핵은 지금은 큰 병도 아닌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적어도 닭 잡아먹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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