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경영/헐렁한 군주론

인문학큐레이터의 <헐렁한 군주론>-측근을 보면 군주를 알 수 있다

김부현(김중순) 2013. 1. 28. 22:14

군주의 측근은 지적 능력에 따라 세 가지 부류가 있다. 첫 번째는 세상의 이치를 스스로 이해하는 자이며, 두 번째는 남들이 이해한 것을 듣고 이해하는 자이며, 세 번째는 스스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이다. 첫째 부류가 가장 탁월하며, 둘째는 뛰어나고, 셋째는 무용지물이다.

<군주론>22장

 

적국의 간신배는 나에게 충신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충신이 여럿이라도 부족하지만, 망치는 데는 간신배 하나로 족하다. 작은 물구멍 하나가 댐을 붕괴시키고 작은 일이 쌓여 큰 일이 된다. 일상적이고 하찮은 일들이 모여 큰 일이 된다. 위대한 일이란 단지 작은 일들이 모이고 쌓여진 것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위대하고 중요한 일은 극히 드물다. 시냇물이 모여 큰 강을 이루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간신배 하나가 나라를 망하게 한 사례는 수많은 역사책에 등장한다. 사마천의 <사기> 초원왕세가(楚元王世家)에 나오는 말이다.

“나라가 흥하려면 군자는 기용되고, 소인배는 쫓겨난다. 나라가 망하려면 어진 사람은 숨고, 간신배들이 귀한 몸이 된다.”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는 역사의 교훈 하나, ‘인사가 만사다.’라는 교훈이다. 인재의 등용은 군주의 가장 큰 권한이자 의무다. 마키아벨리 역시 군주의 첫 번째 사명으로 측근들을 선임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 가지 유형의 인재 중 단연 ‘세상의 이치를 스스로 깨닫는’ 첫 번째 인재가 으뜸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승부사 제갈량>을 보면 ‘통재, 전문 인재, 평재’라는 세 가지 유형의 인재로 구분했다. 첫 번째 유형은 큰일이나 작은 일 모두 잘하는 인재를 말하는 것으로 ‘통재(通才)’라고 부른다. 바로 제갈량이 이런 유형이다. 두 번째 유형은 천하를 청소할 줄은 알아도 집은 청소할 줄 모르는 인재로, 우리는 이들을 ‘전문 인재’라 부릅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이 가진 기능은 눈에 띄게 한계가 있어서, 한 방면의 일만 잘하는 부류다. 큰일을 하면 작은 일은 못하고, 이 일을 하면 저 일을 해내지 못한다. 방통이 바로 요기에 해당한다. 제갈량과 노숙은 유비에게 방통이 일개 현에서 일을 못한 것을 가지고 그가 재능이 없다고 단정하지 말라고 건의한다. 사실 방통이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유비가 방통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현대에도 매우 유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경영자들은 흔히 어떤 사람이 과거 어떤 지위에서 맡은 일을 못한 것 때문에 그 사람이 능력이 없어 쓸 수 없다고 단정해버린다. 타구(가래통)가 아무리 좋아도 밥을 담을 수 없고, 차 주전자는 아무리 낡았어도 용정차를 담을 수 있다. 어느 물건이든 쓸 데가 있고, 어떤 사람이든 주어진 일이 있기 마련이다.

세 번째 유형의 인재는 단지 집안 청소만 할 줄 알지 천하를 청소할 줄 모르는 인재로, 평재(平在)라 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인재가 갖는 특징은 사소한 일을 매우 잘 처리한다. 점이다. 탁자를 닦거나, 마당을 쓸거나,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은 아주 잘하지만, 그에게 독자적으로 한 방면을 맡아 중요한 역할을 맡기면 기대했던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런 사람은 단지 성실하다는 칭찬만 줘야지, 권력을 주어 무거운 책임을 맡겨서는 곤란하다.

 

정도전은 <진법陣法>에서 어리석은 장수의 세 가지 형태를 제시했다.

첫째, 믿지 못할 병사를 데리고 승리하려 하는 장수

둘째, 지키지 못할 병사를 데리고 지키려 하는 장수

셋째, 경험 없는 군대로 요행을 바라고 이기기를 바라는 장수

전쟁터에서 요행을 바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쟁은 로또복권이 아니다. 지면 끝장이다. 다시 기회를 도모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성공은 미래를 준비한 자들의 몫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매 순간을 즐기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비교된다.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이야! 언제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지?”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들은 3개월 뒤, 6개월 뒤, 1년 뒤, 5년 뒤의 세상을 읽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하는 마키아벨리즘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뒤돌아보면서 세상이 바뀌었음을 아는 사람과 세상의 변화를 느끼면서 미래를 바꿀 준비를 하는 사람의 인생은 크게 다르다.

세상의 속도는 이전에 비해 엄청 빨라졌다. 미국 MIT대 미디어랩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쓴 <디지털이 되라Being Digital>라는 책에는 ‘개의 1년(Dog Year)’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개는 사람의 10분의 1밖에 못 산다. 개에게 1년이란 사람의 10년과 맞먹는다. 그는 예전에 10년에 걸쳐 일어나던 일들이 이제는 1년 아니, 한 달이라는 시간에도 일어난다고 말한다.

약 40년 전 미국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가 달 착륙에 성공할 당시 플로리다의 지상관제센터의 연산처리능력을 10이라고 치면, 2012년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연산능력은 200,000에 육박한다. 40년간 문명의 발전은 인류사에 가장 빠른 속도로 변화되었다.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주장하는 세계화 1.0은 300여 년, 세계화 2.0은 200여 년 정도이고 지금은 세계화 3.0시대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를 구분 짓는 가장 큰 키워드는 지속성이 아니라 바로 속도에 있다. 수백 년에 걸쳐 진행되어온 변화가 지난 40년으로 대체될 만큼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성공은 바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의 <담쟁이>는 언제 읽어도 가슴 설레고 자극을 받는 시다. 누구나 성공을 바라지만 동시에 누구나 실패를 피해가려고 한다. 그러나 성공을 바라면서 실패를 꺼리는 것은 모순적이다. 성공이라는 말 안에는 실패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진정한 실패는 결과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도전을 멈추었을 때다.

“아이에게 도전정신을 가르치고 싶다면 이 할머니 사진을 눈에 띄는 곳에 걸어 두어라. 누구인지 물어보면 960번 실패 끝에 운전면허를 딴 69세 대한민국 할머니라고 말하라.” 미국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은 ‘960번(960 Times)’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주인공 차사순 할머니를 부모들이 자녀에게 기억시켜야 할 ‘집념과 끈기의 귀감’으로 소개했다. 계속해서 신문은 “집념이 평범한 삶과 성공한 삶의 차이를 만든다. 부모와 교사로부터 노력에 대한 칭찬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이 인내와 끈기의 중요성을 잘 배울 수 있다.”며, “누구나 쓰러지는 일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이다.”라고 사설을 맺는다.

전북 완주에 사는 할머니는 2005년 4월부터 주말과 국경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했다고 한다. 필기시험만 949번이나 떨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국 2012년 5월 운전면허증을 땄다. 덕분에 모 자동차회사 캠페인 광고에 출연하여 자동차를 선물받기도 했다. 도전이란 이런 것이다. 하나의 성공을 위해 960번의 실패를 경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