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군주가 영광을 누린 경우는 누리기 위해서는 훌륭한 법, 강력한 군대 그리고 모범적인 행동을 통해 그 나라를 잘 정비하고 강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한 군주들은 모두 군사적으로 취약했으며, 백성들은 군주에게 적대적이었고, 또 다른 경우는 백성들은 호의적이었지만 귀족들이 적대적이었다. <군주론>24장
한 번 사용한 전술은 폐기처분하라
마키아벨리가 신생군주가 권력유지를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세 가지로 법, 군대, 행동을 꼽았다. 이것은 <한비자>에서 주장하는 법(法), 술(術), 세(勢)라는 세 가지 통치이론과 유사하다.
법은 법률, 술은 부하 통제, 세는 권세나 권한을 의미한다. 법은 분명하게 명문화되어 백성들에게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상을 주고, 잘못이 있으면 벌을 받는다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말한다. 술은 법을 운영하고 부하를 통제할 수 있는 노하우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세는 부하가 상관을 따르게 하는 권한을 말한다. 리더는 하나에 치중하기보다는 이 세 가지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회사는 사람이 여럿 모인 곳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람에 대한 판단’을 해야만 한다. 경영자는 직원을, 상사는 부하를, 그리고 또 아랫사람들 역시 윗사람을 나름대로 판단한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건방진 착각에 빠지곤 한다. 리더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다.
부하가 가진 면 중에서 특별히 하나가 마음에 들면 ‘나머지도 잘할 것이다’라는 예측 역시 위험하다. 과거에는 그것이 통했다. 환경변화가 더딘 탓에 한 가지 기술이나 지식을 배우면 죽을 때까지 써먹을 수 있었다. 이제는 빠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까딱하다가는 전문가(專門家)는 전무가(專無家)가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요즘은 통섭과 융합의 시대라고들 한다. 한 가지 우물만 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포스코 정진양 회장은 “철을 깎는 인문학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제의 경험이 내일의 장애물이 되곤 하는 시대다. 그래서 한비자는 ‘하나를 아는 것은 그저 그 하나를 아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한때 진나라 문공이 망명길에 오른 적이 있었다. 당시 문공을 따르던 자 중에서 음식을 관리하는 기정(箕鄭)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공과 기정이 헤어진 적이 있었다. 문공은 굶주린 배를 참지 못했지만, 이는 기정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기정은 문공이 먹을 많은 음식들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기정은 배가 고파 길에서 눈물을 흘릴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결코 문공의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문공은 기정의 절제력과 충성스러운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망명이 끝난 뒤 문공이 기정을 장관으로 임명하려고 하자 대부 혼헌이 크게 반대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저 음식 하나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해서 큰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통치술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똑똑한 군주는 다른 사람이 나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 않고,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원혼은 음식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고 한 국가에도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을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본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원혼의 말은 크게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음식 정도는 참을 수 있겠지만 인생이 걸린 권력욕을 참기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이것을 통제할 수 있다면 지구상에 감옥은 필요 없을 것이다. 라면을 대하는 태도와 밥을 대하는 태도는 같은 수 있겠지만, 밥을 대하는 태도와 권력을 대하는 태도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다.
그런대도 실제 조직에서는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상사는 부하를 평가할 때 과거의 단순하고 단편적인 사례, 즉 ‘밥’ 정도의 일로 지나치게 부하의 전체를 판단하려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는 입으로만 ‘사람이 미래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람공부를 해야 한다. CEO가 경영학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선진국 CEO들은 대부분 인문학 책을 들고 다닌다. 손자는 “전쟁에서 한 번 사용한 전술은 폐기처분하라”고 했다.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경영전략이나 전술은 이미 철지난 선지식이다. 경영학 책으로 경영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착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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