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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벨(Joshua Bell) 이야기-브랜드의 허구

김부현(김중순) 2014. 2. 18. 13:57

조슈아 벨(Joshua Bell) 이야기-브랜드의 힘

 

당신은 얼마나 예리한 귀를 가졌는가? 그리고 얼마나 정직한 귀를 가졌는가?

특히 음악애호가라면 더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한다. 또한 유명 연예인에게 열광적인 행동을 보이고, 베스트셀러만 골라 읽고, 1,000만을 돌파한 영화만 골라 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혹시 본질(itself)보다 어떤 형식이나 격식, 포장, 이미지나 브랜드에 현혹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라는 의미다.

 

2007112일 오전 8,

워싱턴의 랑팡 플라자 지하철역은 바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 때 허름한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야구 모자를 눌러 쓴 청년이 낡은 바이올린을 꺼내 들고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은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은 채 지나갔다. 마침내 예순 네 번째로 청년 앞을 지나던 한 남자가 청년을 향해 처음 눈을 돌렸다. 그리고 연주한 지 6분이 지나서야 한 사람이 벽에 기대어 음악을 들었고 43분 동안 일곱 명이 청년의 바이올린 연주를 1분 남짓 지켜보았다. 스물 일곱 명이 바이올린 케이스에 돈을 넣었고 그렇게 모인 돈은 32달러 17센트(35천원)였다.

 

다음날 <워싱턴포스트> 신문을 펼친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지하철역에서 공연하던 청년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날 350만 달러(39억 원)짜리 171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들고 43분 동안 멋진 연주를 했다. 그러나 현장을 오가던 1,070명은 단 1초도 그를 쳐다보지 않고 바쁘게 지나갔다. 이 공연을 기획한 <워싱턴 포스트>는 현대인이 일상에 쫓겨 자기 주변에 존재하는 소중한 것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행여 조슈아 벨을 알아보고 사인을 해달라는 행인이 많아지면 연주하는 데 지장을 주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전철역 연주가 있기 이틀 전 보스턴에서 콘서트를 가졌을 때 조슈아 벨의 공연입장료는 평균 100달러가 넘었으며 티켓은 매진이었다. 장소만 변했을 뿐인데 이런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집중하고 몰입했을 때는 세계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의 감동 넘치는 공연이었겠지만, 관심을 갖지 못하고 지나칠 때는 그저 길거리 악사의 잔돈을 구걸하는 음악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원조 꽃미남'이자 <피플people>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에 선정되기도 한 그는 연주와 음반 모두에서 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우리 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이다. 2010622,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가지기도 했다. 공연을 앞두고 그는 그날 지하철역 거리의 악사 공연은 음악가로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이벤트가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 성신여대 교수가 모자를 눌러쓰고 서울 지하철 강남역에서 70억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연주를 하였다. 물론 그를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악을 듣는 수준은 어떠한가를 테스트하기 위함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는 이날 연주로 16,900원을 벌었다.

 

그리고 영국 런던의 워털루역에서도 바이올리니스트 타스민 리틀이 같은 이벤트를 하였다. 1,000여 명의 행인 가운데 8명만이 발길을 멈추었고, 이날의 연주로 타스민은 25,000원을 벌었다.

 

이 실험 결과들을 보면 브랜드, 스타성에 영향 받고 좌우되는 건 비단 우리나라 뿐만은 아닌 것 같다. 클래식 문화의 선진국이라 자칭하는 미국에서도 조슈아 벨을, 영국에선 타스민 리틀을 몰라보고, 탁월한 그들의 연주를 알아채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악기들로 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  

결국 음악애호가들의 귀는 음악적 수준이 아니라 브랜드의 아우라에 매몰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만약 <워싱턴 포스트>가 미리 조슈아 벨의 지하철역 공연을 사전에 공지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짐작컨대 수많은 군중들이 모여들어 사인 공세를 펼치고 연주가 아름답다며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다.

 

브랜드는 허구다.

실체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든 '위장된 우월감'이다.

하지만 브랜드가 판치는 세상이다.

브랜드는 결국 무지한 인간을 상대로 한 가면놀음이다.

당신이 열광하는 사람이나 그 무엇들, 진정한 가치 때문인지, 브랜드 때문인지, 행여 껍데기에 열광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베스트셀러>, <1000만 관객 돌파>.... 작품의 우수성이라기보다는 마케팅과 브랜드의 힘을 이용한 외형적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생각보다 똑똑하지도 현명하지도 않다.

 

다만 똑똑한 척, 현명한 척 할 뿐이다. 그래서 브랜드가 판을 친다. 거기다 짝퉁까지....

진짜라는 것은 현명한 모방에 불과하다볼테르의 말이 생각난다.

짝퉁과 진짜는 같은 줄기에서 나온다. 브랜드를 지나치게 맹신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