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부동산정보

괴정5구역 재개발 건축계획안 재검토 결정으로 사업지연 불가피

김부현(김중순) 2019. 4. 18. 09:48

괴정5구역 재개발 건축계획안 재검토 결정

사업성에만 입각한 획일화된 경관 재배치 요구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재개발 역사는 지역을 불문하고 여전히 전면 철거방식이라는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업성 측면에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철거는 집만 허무는 것이 아니라 추억과 역사와 문화도 허물어 버린다. 함부르크는 독일 최대의 항구이자 제2의 도시라는 점에서 부산과 자주 비교되지만 도시의 품격에서 부산과 견줄 바가 못 된다. 하펜시티라는 랜드마크나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가 함부르크의 힘은 아니다.

함부르크의 진정한 힘은 도시의 권리를 끌어낸 시민단체 Komm in die Gange골목으로 오라에 있다. 2000년대 초 함부르크 항구 뒷골목의 원도심 재개발 정책이 시작되면서 100여 년 된 건물 열두 채가 노후화라는 이유로 철거대상이 됐다. ‘콤 인디 겡에도시는 브랜드가 아니고 기업도 아니고, 하나의 공동체다라고 선언하면서, 낡았지만 역사적 가치를 지니는 건물의 철거에 끝까지 맞섰다. 이에 동조한 저항적 예술가들이 몰려들어 골목을 살려냈고, 지금은 연일 관광객이 들끓는 함부르크의 대표적 명소가 됐다.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최근 전면철거의 폐단을 줄이고 동네의 문화와 특성을 살리기 위해 동네재개발, 도시재생, 자율주택정비사업 등과 같은 소규모 재개발이 시행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3,600세대 '사하구의 대장'이라 불리는 매머드급재개발이 추진되는 괴정5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의 건축 계획안이 최근 부산시 건축위원회에서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다. 부산시는 201849일 열린 ‘2019년 제4회 건축위원회심의에서 괴정5구역 주택재개발조합이 상정한 건축 계획안에 대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재검토 결정은 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 주체인 조합이 건축 계획을 수정·보완하면 이를 다시 심의하겠다는 결정이다.

 

획일화된 동별 외관 다양화, 고층 연돌효과저감 등 주문

재개발 방향 조율하는 단계”, 조합 수정·보완해 재상정 계획

 -사진 : 부산일보, 괴정5구역 조감도 


위원회는 건축계획 부문에서는 부산도시철도 사하역 출입구와 아파트 단지의 연결 부분에 보행자의 동선과 통로 폭 등을 충분히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또 단지별, 동별 아파트의 입면이 간선도로변을 중심으로 너무 일률적이고 획일화돼 있어 다양한 입면 계획을 세우고, 입주민의 편리성과 주변 환경을 고려한 차별화된 단지 계획을 세워달라고 덧붙였다. <부산일보, 2019.4.17.>

 

경관·조경 부문에서는 북측 도로변 근린생활시설의 외관이 획일화되지 않도록 디자인을 보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건축 설비 분야에서는 지상 37~39층 고층 아파트 동의 경우 건물 내부와 외부 온도 차에 의해 건물 내부에서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는 연돌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를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괴정5구역 재개발과 같은 대형 재개발 사업들은 사업 규모가 크고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건축 계획에 대해 수정·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많다이번 심의 결과는 전체적인 재개발 건축 계획의 방향을 조율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괴정5구역 재개발은 부산 사하구 괴정동 157-1 일원 122834부지를 지하 4층 지상 최고 3926개 동 3600세대 규모로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 등의 도시정비사업과 달리, 부산 최초로 원주민 재정착률 제고를 위해 주민이 직접 사업을 제안해 재개발하는 생활권 시범마을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괴정5구역은 2008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으나, 주민 반대와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건설업계의 위기 등으로 2011년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됐다. 이후 부산시는 새로운 재개발 모델로 생활권계획 재개발을 추진하며 괴정5구역을 시범 대상지로 지정했다.

 

괴정5구역 재개발은 201711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뒤 지난해 5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9월에는 포스코-롯데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등 빠른 속도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괴정5구역 조합장은 내용을 수정·보완해 다음 달 열릴 건축심의에 재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재개발단지 아파트의 배치도 및 경관계획 등에 대해 심의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