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아파트와 함께 현존하는 서울 아파트 중 두 번째로 오래된 동대문아파트, 충정아파트처럼 부서진 창틀이나 페인트가 벗겨진 외벽에 낡고 허름한 외형을 상상하며 다시 찾은 동대문아파트는 반백 년이 넘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이었다. 지하철 동묘역 7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높이 세워진 은행 건물 옆으로 겨자색과 녹두색 페인트로 전신 화장을 한 동대문아파트가 위풍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부스러진 외벽이 그대로 드러나 낡고 스산한 느낌을 물씬 풍겼지만, 보수공사를 통해 깔끔한 외모로 재탄생 했다.
동대문아파트는 1965년에 완성된 7층짜리 중앙정원형, 일명 중정형아파트다. 대한주택공사가 지었는데 초기에는 연예인들이 많이 거주하여 ‘연예인아파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고급 부자들이 살았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중앙정원 방식을 적용하여 중정은 지붕이 없는 형식으로 지어졌는데, 이 방식은 이후 대한주택공사의 건축 기본 메뉴얼이 되었다.
이때부터 대한주택공사는 고급 아파트를 짓기 시작하여 후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외인아파트 시공까지 담당하게 된다.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경비실을 만들어 주민들이 물건을 복도에 내어놓지 못하도록 관리하기 시작했다. 건물 중앙 부분에 공간을 둔 중앙정원형 설계로 가운데가 뻥 뚫린 ‘ㅁ’자 모양을 하고 있어 자연 채광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뚫린 가운데 공간에는 도르래를 달아 줄을 끼우고 잡아당겨 빨래를 널기도 했는데 집집마다 베란다에 빨래를 말리는 요즘과 비교하면 정감 있고 인간미가 넘친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부터 노후화되어 1993년 조속한 보수가 필요한 위험시설물 C등급을 받은 이후 보강공사를 하여 현재는 B등급으로 남아있다.
영화 <세븐데이즈>와 <숨바꼭질>의 촬영지이기도 했으며 현재는 서울 미래유산 아파트로 선정되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뉴타운 지구 지정 해제로 기존에 계획됐던 동대문아파트의 문화·예술 공간 변경 계획은 철회됐다. 동대문아파트가 미래유산으로 지정됐지만 현재 매입의사는 없다. 지정에 따른 가치 부여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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