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파트 역사

19. 한국 최초로 구름다리와 ㄷ자형 배치, 회현 제2시민아파트(1970년)

김부현(김중순) 2020. 6. 27. 09:13

1970년에 완공된 서울 중구 회현동 제2시민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지어진 시민아파트다. 박정희 정권의 판자촌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처음에는 판자촌 원주민들을 위한 아파트였으나 중앙청사와 방송국 근처에 위치한 지리적인 조건, 즉 입지가 너무 좋아 중앙정보부 요원, 재력가, 방송 PD, 정부 고위인사나 연예인들이 많이 거주해 동대문아파트와 함께 연예인아파트라는 별칭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금도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구역을 재개발해도 원주민 정착율은 채 30%가 되지 않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제2시민아파트는 다른 시민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남산의 경사진 곳에 지어졌다. 와우아파트의 붕괴로 기둥을 한층 보강하고 벽돌 등을 사용해 튼튼하게 지어져 오늘날 우리나라 아파트의 본보기가 되었다. 특히 남산지형을 이용한 구름다리나 ㄷ자형의 건물 설계, 입주자가 창문을 집어넣어 제각각인 모습은 요즘 아파트에서는 볼수 없는 건축방식이었다.

 

하지만 점점 노후화가 진행되어 2006년에는 외벽을 바치는 콘크리트가 서울시 건축물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며 재개발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입주민들의 보상문제로 재개발이 미루어지는 사이 여러 영화 작품의 배경으로 나와 사회적 관심을 끌어 매우 유명해졌으며 동대문아파트와 함께 서울 미래유산 후보로 지정되어 보존을 거칠 예정이었다.분위기가 독특해 < 친절한 금자씨 > < 주먹이 운다 > < 추격자 > 등 영화 촬영지로 인기를 끌었다.

 

회현제2시민아파트, 사진 : 한국일보 2014.7.31.

2020년 3월 SH공사가 공고한 ‘회현 제2시민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설계공모’에 따르면, SH공사는 전체 연면적 1만7932㎡ 중 주거 공간을 9602㎡(54%) 가량만 설계해 현재 352가구 중 100가구를 줄여 253가구 규모로 축소할 계획이다. SH공사는 1~2인 가구로 구성된 청년예술인에게 200가구를 임대하고, 53가구는 아직 회현2시민아파트에 남아 거주하는 기존 입주민이 거주하도록 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기존 입주민 전체 이주를 목표로 2007년부터 입주민과 협의해 왔지만, 53가구는 끝내 보상 이주를 원치 않아 리모델링 이후에도 회현2시민아파트에 거주하기로 했다. 리모델링 이후 단지명은 ‘아트 빌리지’가 될 예정이다. 그리고 SH공사는 회현2시민아파트의 역사적 가치를 남기기 위해 재생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층수를 현행 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로 유지하기로 했다. 주거 공간 253가구에 대해서도 현재와 같은 전용면적 38㎡(약 11평)에 거실과 방 2개, 주방, 화장실 구조를 유지하고 내부 대수선만 하기로 했다.<조선비즈>, 20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