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파트 역사

24. 한국 최초의 대단지 아파트, 반포주공아파트(1973년)

김부현(김중순) 2020. 7. 13. 08:27

1971년 들어 허허벌판 황무지 섬, 여의도를 개발하여 10층이 넘는 시범아파트를 건설한 경험을 살려 1972년부터 중산층들을 위한 주공아파트가 반포동, 삼성동 등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아파트 개발 붐이 불기 시작했다. 반포주공아파트는 1973년 대한주택공사가 건설한 우리나라 최초의 대단지 주공아파트였다.

 

22평~42평형대 3,786가구의 대단지로서 주공아파트가 강남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아파트 공화국"으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시발점이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로 복층 설계를 도입하여 6층이나 1,3,5층에만 현관을 설치하였고, 나머지 2,4,6층은 실내에 설치한 계단을 통하여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게다가 지역난방시설까지 겸비한 그야말로 최신형 아파트였다. 이후 반포주공아파트는 1단지에 이어 2단지와 3단지까지 건축하여 성황리에 분양을 마쳤다.

 

“그들은 안정적 주거 공간을 찾은 한 무리의 동물들처럼 그곳에서 짝짓기를 하고, 경제적 활동을 하며, 자식들을 기른다. 모든 것은 일상적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 일상이 문제이다. 조선시대의 여인들은 잠실에서 양잠을 하며 누에를 길렀던 것처럼 현재의 여인들은 잠실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누에처럼 양육하고 있다. 그들은 부모의 재력과 시간을 갉아먹으며 성장한다.”

 

정아은의 소설 <잠실동 사람들>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이들을‘누에’로 비유한 것이 특이하다. 소설에서는 잠실에서 누에처럼 길러지는 아이들을 묘사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나열된 학원이 하도 많아서 아이들이 도대체 몇 개의 사교육을 받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결국 아이를 매개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부모의 이기심을 지적하고 있지만 모두가 강남을 찾고 잠실에서 살고 싶어하는 현실이다.

 

 

반포주공으로 인해 강남은 본격적으로 아파트 숲으로 뒤덥히게 된다. 지금도 우리나라 아파트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곳은 강남3구이다. 그중에서도 재건축 단지들이다. 재건축으로 가격이 오르면 인근 지역의 시세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은 초과이익환수제 등과 같이 재건축에 대해 핀셋 규제를 하지만 전 국민들의 로망이자 욕망의 분출구인 동시에 돈자랑터가 된 강남의 아파트값은 수학적으로 계산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반포주공아파트는 1단지 이후에 지어진 반포주공2단지와 3단지는 지금은 재건축이 끝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1단지는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는 국내 최초의 주공아파트라는 점에서 1개 동을 ‘마을 박물관’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