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산행기/중부지역

만남과 이야기가 있는 곳, 양수리 두물머리(1)

김부현(김중순) 2009. 5. 12. 23:18

어제는 온종일 봄비가 내렸다. 아침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주 여름 같은 봄을 느끼게 했던 때이른 무더위는 사라졌다.

며칠 동안 인터넷을 뒤져 양수리에 있는 두물머리 관련 자료를 모았다.

두물머리는 아침 안개와 석양이 아름답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진과 글 그리고 관련 자료들은 대부분 날씨가 쾌청할 때의 것이었다.

그래서 비오는 흐린 날의 두물머리를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주말에도 운길산과 예봉산을 갔다 왔지만 두물머리는 가보지 못했다.

오래전부터 별러고 별렀던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잠깐의 일상을 접고 오늘 하루 양수리 일대를 샅샅이 뒤지기로 했다.

 

2009.5.12 화요일 5시,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간신히 일어났다.

한참을 앉아 멍하니 있다 화들짝 놀라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용산역을 출발하는 중앙선 국수행 첫 기차를 타야했기 때문이다.

옥수역에서 첫 기차시간은 05:30분경이었다. 하지만 첫 기차는 놓치고 30여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여느 때였으면 해가 떠오를 시간이었지만 비오는 탓에 옥수역은 아직도 어둠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텅빈 전철을 타고 창밖을 보노라니 새벽안개만이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1시간여를 지나 도착한 양수역은 깨끗했다.

 

 

지은지 얼마 안됐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등교하는 학생들만 몰려 들었을 뿐 출근길을 재촉하는 이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비는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받쳐들고 두물머리로 향했다.

 

양수체육공원을 지나 두물머리 산책로(1km)로 접어들었다.

 

 -<두물머리 산책로>

 

양수역에서 15분여를 걸어 두물머리에 도착했다

 

 -<두물머리 전경, 느티나무>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강물이 만나는 곳이다.

 

 

 

 

 

 

두 갈래의 강물이 하나로 모이는 곳, 두물머리는 혼자가 아닌 둘일 때 더 아름다운 곳일 것 같았다.

그래도 난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둘이었다. 나의 몸과 마음... 또 나와 나의 꿈...

내가 기대하고 바라던 꿈들이 정체될 때마다 자연에게 나를 묻는다.

 

두물머리는 혼자가 아닌 둘이 되라고 외치는 듯했다.

서로 존중하고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라고 가르치는 것만 같았다.

마음이 두 갈래로 흩어질 때 두물머리에 가면 몸과 마음이 만나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곳이 두물머리다.

 

-<1년에 50번 정도 두물머리를 찾는다는 바로 그 분이다>

 

도착하자 비가 제법 내리는데도 두 사람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한 사람은 잡지사 기자, 나머지 한 사람은 사진이 좋아 1년에 50번쯤 두물머리를 찾는다는 두물머리 예찬가였다.

혼자서 온 셋이모여 잠시 우산을 받쳐들고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진 관련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두물머리 예찬가의 말로는 비올때의 물안개가 유난히 아름다운 곳이 두물머리라고 했다.

 

 

가슴두근거리며 도착한 두물머리는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변곡점 같았다.

둘이 만나기도 하지만 곧이어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 변곡점 말이다.

하루빨리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어린 생각이 들었다.

 

 

비를 맞고 걸으며 난 또 자연으로부터 넘치는 사랑과 과분한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오후엔 비가 그친다고 했다. 비가 그치면 다시 찾기로 마음 먹었다.

오늘 하루 일정은 두물머리-다산유적지-세미원-운길산 수종사를 거쳐 오후에 햇살이 비치면 다시 두물머리를 찾는 일정을 짰다.

 

완전한 햇볕이 아닌데도 걸어 다니며 연신 땀을 쏟아냈다.

내 몸속에 수분이 그렇게 많은 줄은 미처 몰랐었다.

그래도 자연을 향한 시간, 그 시간은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멈춰 선 것만 같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갔고,

또 빨리 다가왔지.

늘 바쁘게 일을 해야 했고,

허겁지겁 밥을 먹어야 했고,

빨리 돈을 모아야 했어.

이유도 잘 모른채 그래야 했어.

그러나 그 결과는 시간도 돈도 부족했어.

달리던 경주마도 지치게 마련이지.

발굽을 갈고 숨고르기도 해야 하는데 숨을 참는 법에 익숙했어.

본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에겐 걷기여행과 산오름이 필요해. 난.... 

 

 

자연은 나와 땔래야 땔 수 없는 모진 인연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인연이라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저절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인연도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할 수 없을 것이다.

자주 자연과 호흡하고 부대끼며 나를 온전히 던져버릴 수 있는 그러한 노력 말이다.

노력하기 위해서는 좋아해야 한다.

좋아하기 위해서는 즐거워야 한다.

즐거우면 사랑하게 된다.

따라서 사랑하는 동안은 인연의 끈은 이어질 것이다.

자연을 만나게 된 것도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두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난 30여분을 더 머물다 두물머리를 떠났다. 비그치면 오후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면서...

 

                                                 <봄비 내리는 두물머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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