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산행기/중부지역

검단산, 용마산에 들다

김부현(김중순) 2009. 5. 19. 23:59

-산행일자 : 2009.5.19(화)

-산행시간 : 10:30-16:30(약 6시간, 휴식시간 포함)

-산행코스 : 하남시 애니메이션고등학교앞-코오롱매장-3번등산로-전망대(50분)-검단산(60분)-삼거리(60분)-

              용마산(60분)-광주시 엄미리(60분)

-산행거리 : 약 10km

 

08:45분경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삐리릭, 삐리릭...

지금 수서, 수서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여러분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스피커를 통해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교대에서 2호선으로 환승한 후 09:20분 잠실역에 도착, 8번 출구에서 30-5번 하남시 검단산행 버스에 올랐다.

햇살이 부서지고 있었다.

50여분을 달린 버스는 검단산입구에 도착, 횡단보도를 건너 에니메이션고교 앞에 도착했다.

 

 -<검단산 입구,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앞이 산행 시작점이다>

 

10:30 산행을 시작했다. 검단산은 모두 5개의 산행코스가 있다.

이 중 3번 코스가 다른 코스에 비해 조금 길지만 산능선을 따라 산행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코스다.

 

 -<제 3코스 시작기점의 산행이정표>

 

검단산(黔丹山)은 경기도 하남시와 광주시에 걸쳐 있는 높이 657m의 산으로, 백제 한성시대 하남 위례성의 숭산(崇山), 진산(鎭山)으로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산이라 전해지고 있다.

또 일설에 의하면 검단선사가 은거하였다하여 검단산으로 불린다고 한다.

 

11:20 전망대에 도착했다.

딱히 전망대라는 안내표지판은 없었지만 한 눈에 전망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

팔당댐을 가운데 두고 건너편으로 예빈산과 예봉산이 한 눈에 들어 온다 그 아래로 팔당역이 아스라이 자리하고 있었다.

 

 -<검단산 3코스 중간 전망대에서 본 팔당대교의 모습>

 

 -<전망대에서 본 예봉산과 팔당역>

 

12:30 산행시작 2시간 후 검단산 정상에 도착했다.

햇살은 좋았고 무척 더웠지만 희뿌연 날씨 탓에 팔당댐 주변 경관이 가물가물 멀게만 보였다.

그늘에 앉았다.

김밥하나를 입에 물어 본다.

세월이 멈춘듯 적막하기까지 하면서도 시간은 느릿하지만 분명 흐르고 있었다.

빛처럼 지나간 시간들, 봄의 푸르름은 다른 계절과는 또 다른 깊이가 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슬며시 고개를 내민 나뭇잎들의 엷은 초록빛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전해주고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준다.

 

 

13:00 검단산 정상에서 용마산으로 향했다.

검단산 정상에서 본 용마산은 푸른 빛을 더하고 있었다.

 

 -<검단산 정상에서 본 용마산 정상의 모습>

 

평일인데도 검단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검단산 자락을 지나 용마산으로 향하자 산행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용마산이 가까워질수록 오가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15:00 땀을 있는대로 흘리기를 수 차례, 드디어 용마산 정상에 도착했다.

 

  -<용마산 정상, 해발 높이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산을 찾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암튼 596m라고 한다>

 

아무도 없었다.

오직 태극기만이 바람결에 펄럭이고 있었다.

 

 -<용마산 정상에서 본 양수리 두물머리와 남한강, 북한강...>

 

용마산 정상에서의 경관은 퍼펙트 그 자체였다.

남한강과 북한강, 그리고 이 두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멀리 양수리까지 눈앞의 모든 풍경들이 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평화로웠다.

여유로웠다.

햇살을 피해 그늘에 앉았다. 고단하던 세상살이가 풍경에 녹아 사라지고 마음까지 고요해졌다.

용마산 정상은 잊고 지내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아름다운 곳이었다.

30대의 과거진행형과 40대의 현재진행형 추억과 현실이 공존하는 그런 곳이었다.

 

 

 

30여분을 머물다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용마산은 중간에는 이정표가 없었다.

갈림길이 나오면 발이 안내하는 쪽으로 향했다.

하산하다보니 최종 도착지는 광주시 엄미리 마을이었다.

 

 

16:30 엄미리 마을에서 강변역행 15-1번 버스에 올랐다.

 

몸속의 수분을 너무 많이 뺐는지 온 몸이 나른하고 축 쳐졌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나에게 주어진 일은 결국 내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것이 당연하고 옳은 일이다.

그럼에도 일상이 뒤틀린다 싶으면 가끔 나는 나의 일상 바깥에서 나를 찾기 위해 떠나곤 했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말 어떤 때는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떠올리는 것조차도 힘들 때가 있다.

그냥 아무 계산 없이 답해주는 자연에게 묻고 싶었을 뿐이었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살아온 삶이었지만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나 역시 과거 많은 선택에 대한 결과일 뿐이므로....

강변역까지는 1시간여 걸렸다.

 

머지않아 난 또다시 몽유병 환자처럼 나도 모르게 배낭을 메고 어느 산속을 헤메고 있을 것이다.

 

 

<검단산, 용마산 오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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