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찌푸린 휴일 아침, 일기예보에서는 서울에 오후부터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온은 무려 영하 10도라고 한다.
두 번째 찾아온 제대로된 추위다.
동장군을 즐기고자 가까운 우면산을 찾았다.
이제 2009년 기축년, 소의 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에 내렸다.
거리는 한산했다.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여 주차장 옆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우면산(牛眠山)은 서울특별시 서초구, 경기도 과천시 경계에 있는 산이다.
관악산 줄기였던 이 산은 남태령 고갯길 확장으로 완전히 분리되었으며, 모양이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관암산, 도마산, 사정산, 수정봉 등으로 불리다가 2004년 자연생태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소망탑을 알리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오고 가파른 소나무숲길이 이어진다.
산골약수터를 지나 얕은 산등성에 오르자 산은 낙엽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나뭇가지들은 앙상했지만 다가올 계절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듯 했다.
사실 예전에는 눈덮힌 하얀 겨울산 외에는 벌거벗은 겨울산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정한 속살은 그 황량함에서 찐하게 묻어 나온다.
그 황량함은 산의 탓이 아니라 그 황량함을 마음으로 느낄 수 없었던 좁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면산의 하이라이트인 소망탑이다.
수많은 돌로 이루어진 돌탑을 돌며 소망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몇 몇 분들이 탑돌이를 하고 있었다.
나도 함께 돌아봤다.
모두들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 소망을 빌었을 것이다.
소망탑 전망대에서 본 서울 전경이다.
휴일을 맞아 도시도 일상의 치열함을 뒤로 하고 늦잠을 자고 있는 듯 차분했다.
소망탑 전망대는 서울시 선정 우수 조망명소답게 서울 도심을 파노라마처럼 보여 주었다.
또한 소망탑에서 자연생태공원으로 가는 길이 연결된다.
소망탑을 지나면 이른바 깔딱고개를 만난다.
나무계단이 층층이 이어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자전거를 들고 메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당당해 보인다.
낮은 고개를 넘고 넘어 범바위 쉼터에 도착했다.
쉼터에서 범바위 입구로 내려가는 300미터의 소나무길은 겨울이었지만 정말 아름답다.
아름드리 소나무는 아니지만 쭉쭉 뻗은 소나무 군락들을 보면 힘이 절로 솟아나고 폐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범바위 쉼터에서 남태령 옛길에 이르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선명하게 보이던 관악산이 눈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남태령에서 선바위역으로 이어지는 길은 오가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정표도 없다.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는 답답함을 느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길은 외길이다.
계속 길을 따라가면 선바위미술관에 도착한다.
선바위역에 있는 동심을 깨우는 벽화가 아름답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날-예술의 전당-산골약수터-팥배쉼터-소망탑-깔딱고개-범바위 쉼터-범바위 입구-범바위 쉼터-성불암 약수터-남태령길-선바위 미술관-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약 10km, 2시간 소요(non-stop)
정리되지 않은 많은 생각들을 우면산 소에게 맡겨둔 채 산행을 마쳤다.
신사역에 도착하자 어느새 도심은 온통 하얀 눈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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